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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기사들은 모두 거부” 초고가 아파트에 배달가면 생기는 일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폭풍 성장하면서 배달 기사들의 고충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세우고 걸어들어가도록 하며 개인 신분증까지 맡기게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우는 아파트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아파트 배달을 기피하는 상황까지 나오기도 했다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더 알아보도록 하자.



개인 신분증 맡기고


화물 승강기 통해 배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줄줄이 폐업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 배달업체는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성수동에 새롭게 지어진 고급 아파트 ‘아크로서울포레스트’로 배달을 간 기사들이 겪은 황당한 일이 알려져 화제를 몰고 있다.


화제는 아파트 경비업체 측이 단지 입구에서 배달 기사의 오토바이를 막고 걸어 들어가게 했던 것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기사들에게 개인 신분증을 맡기도록 하고 입주민용 승강기가 아닌 화물 승강기를 통해 배달하도록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지난 18일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 성동구점은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 배달비 2000을 추가로 받겠다고 가맹점주에게 공지했다.


‘생각대로’측은 기존 할증된 지역보다도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많은 기사분들이 배송을 꺼려 하고 한 번 간 기사들은 두 번 다시 가지 않으려 한다며 배달료 인상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고가 아파트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도 지난해 배달 요금이 1000원 추가됐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전용면적 198㎡ 기준 분양가만 32억 7,200만 원에 달하는 주상복합아파트다. 2020년 11월에 사용승인된 이 아파트는 총 2개동에 280세대가 살고 있다. 현재 매매 시세는 31~65억, 전세가는 20~60억을 호가하고 있다.


음식 냄새난다는 이유


절도 저지를까 우려도



아파트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분증을 요구한 일은 없으며 더욱이 화물용 승상기를 타고 가라고 한 일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배달 과정 또한 다른 주상복합 아파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파트 관계자는 “배달 기사들이 단지 입구의 벨을 누르면 보안요원이 신분을 확인한 후 문을 열어주고 계단을 걸어가면 로비가 나온다. 거기서 방문 목적을 쓰고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어떤 분이 불만을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불편하면 배달 일을 못하는 거 아니냐”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아파트 측의 주장을 들은 배달 대행업체 측은 반박하고 나섰다. 배달 기사들에 대한 태도가 생각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었다. 한 매체가 확보한 사실에 따르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뿐만 아니라 근처 스타시티,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모두 기사들에게 입주민용 엘리베이터에서 음식 냄새가 나면 입주민이 불쾌해 한다는 이유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가 와 우비를 입고 있으면 빗물로 더러워지니 우비도 벗어야 한다. 배달 시에는 헬멧과 마스크도 벗도록 한다. 배달기사가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를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직접 들을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배달기사를 하급, 범죄자 취급하니 돈 벌러 나오셔도 기사분들 기분이 좋겠냐”며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네티즌들은 “아파트 참 천박하다. 전용 배달 기사 고용하던가”, “만 원 더 줘도 갈까 말까네”, “2천 원 더 준다고 갈 수는 있지만 그 시간에 다른 곳 배달해서 더 벌겠다”, “외부인 불안하면 직접 나와서 받던가”라는 비난 섞인 반응을 보였다.


시위에 나선 배달업체 종사자들


사람까지 샀다고 착각하면 안 돼


마포동 서교동에 위치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에서도 2019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 한차례 논란을 일었다.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방송인 장성규가 배달 체험을 하는 도중 엘리베이터 측을 누를 수 없어 비상구로 내려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영상의 댓글에는 실제 배달원들의 경험담이 달렸다. “나도 처음 메세나폴리스 배달 갔을 때 헤맸다”, “입구에서 오토바이 내리고 걸어가야 한다”며 “합정 쪽 배달하는 사람들은 저 아파트 기피한다”는 내용들이 줄을 이었다.


2018년에도 똑같은 문제로 이 아파트는 문제를 겪었다. 서울 합정역 사거리에 배달업체 종사자들이 “우리는 화물이 아니고, 손님은 귀족이 아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아파트는 배달 기사들에게 주민용 엘리베이터를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송인한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배달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사용으로 차별하는 것은 돈으로 산 물품과 서비스를 넘어 사람까지 샀다고 착각하는 것”이라며 “갑질은 사회시스템과 개인의 인격이 만들어낸 악으로 모두가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2021.01.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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