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8개층 통임대… 몸값 치솟는 성수동
스타트업 육성 `헤이그라운드`
2호점도 성수동에 둥지 틀어
곳곳 청년벤처 몰려 `후끈`
스타트업 공유오피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헤이그라운드'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빌딩 8개 층을 통째로 임차해 2호점을 낸다. 오는 8월 말부터 500여 명이 넘는 청년 기업가들이 헤이그라운드 2호점에 새 둥지를 틀 예정이다. 성수동은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와 특색 있는 카페거리에 이어 '스타트업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헤이그라운드 관계자는 4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성수동 뚝섬역 근처 지상 10층 빌딩(사진)에 대해 3~10층까지 8개 층을 10년간 장기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리모델링을 마치고 8월 말 헤이그라운드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현재 1호점은 지상 8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임차해 쓰고 있는데 수용인원인 540여 명을 가득 채웠고, 입주 문의와 대기 수요가 계속되고 있어 2호점 오픈을 결정하게 됐다"며 "2호점은 아직 정확한 도면이 나오지 않았지만 입주인원 면에서는 1호점보다 다소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이그라운드가 2호점으로 낙점한 성수동 빌딩은 지하철 2호선 뚝섬역 근처 대로에 위치한 기존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빌딩이다. 이 건물 소유주는 '국민타자' 이승엽 씨와 가족으로 1층에는 KB국민은행이 입점해 있다. 헤이그라운드가 입주할 3~10층까지 8개 층은 현재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재향군인회는 지난 3월 초 이미 양재동으로 사옥을 옮겼다. 성수동에서 시작한 헤이그라운드는 창업기업과 소셜벤처를 대상으로 한 공유오피스 공간이다. 1인당 월 32만원 정도 입주비를 내는데, 사회적 가치나 추진 역량에 따라 입주비가 할인되는 구조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3차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곳이기도 하다.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아들인 정경선 최고상상책임자(CIO)가 만들었다. 이런 공유오피스는 사람 수당 가격을 매기고 따로 관리비가 들지 않아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같은 공간에 다양한 기업가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시너지와 네트워크 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위워크·패스트파이브·헤이그라운드 같은 공유오피스가 서울 주요 지역 오피스 임대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이유다.
특히 성수동은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톡톡 튀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교통과 입지 대비 노후 건물이 많아 임대료가 싸다는 면에서 벤처기업이 몰렸지만 최근엔 생활 인프라스트럭처가 크게 개선되고 공유오피스까지 많아지면서 새로운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KT&G는 성수동 자동차공업소 용지를 사들여 지하 1층~지상 8층, 연면적 3900㎡ 규모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짓고 있다. 2020년 4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성수동에는 갤러리아포레혁신창업공간, 카우앤독, 언더스탠드애비뉴, 소셜캠퍼스 온, 성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벤처기업을 위한 공유오피스와 지원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성수동은 직원 20명 이상으로 성장한 중견 스타트업을 품을 수 있는 중대형 공유오피스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헤이그라운드가 대형 빌딩을 빌려 2호점을 차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범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