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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1미터…세계서 가장 빠른 개미가 나타났다

매일경제

[사진 제공 = 독일 울름대]

사하라 북부 모래 언덕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개미가 발견됐다. 초당 1미터에 달하는 맹렬한 속도로 뜨거운 모래 위를 질주하는 은개미다. 우사인볼트의 10배에 달하는 보속(걷고 뛰는 속도)으로 초당 몸길이 108배를 뛸 수 있는 경이로운 경공술 보유자다.


17일 독일 울름대·프라이부르크대 생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은개미 무리가 질주 할 때면 다리가 마치 땅에 닿지 않고 '공중 부양'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 17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은개미 걸음이 이토록 빨라진 건 오로지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다. 은개미들의 주된 밥벌이 시간대는 여타 생물과 달리 정오의 한 낮, 열기가 가장 뜨거울 때인지라 곳곳으로 죽은 생물들 시체가 널부러져 있다. 이 모든 시체들이 은개미에게 주된 먹잇감이다.


은개미가 최고 기온 60도에 육박하는 사막 온도를 맨몸으로 견뎌낼 수 있는 비결은 은빛 머리털 덕분이다. 은빛 머리털이 작열하는 태양빛을 그대로 반사해 살인적 폭염에도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또한 60도 이상에선 버틸 수가 없어 속도가 관건이 된다. 최대한 빨리 먹이를 둥지로 가져가야만 사는 것이다. '필사즉생' '극한직업'의 표본이다.


연구팀이 은개미를 찾아낸 장소는 튀니지에 있는 사하라 사막 북부였다. 이곳 모래언덕 주변에서 반짝이는 은개미 무리가 둥지를 이뤄 사는 것이 처음 발견됐다. 그런데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울 만큼 빨랐기에 고성능 비디오 카메라로 정밀 분석에 들어가야 했다.


이에 은개미집 근처 바닥에 알루미늄 판을 깔았고, 끝 부분에 벌레나 짧은 빵 부스러기를 갖다 놨다. 이를 보고 우수수 둥지에서 나온 은개미들의 앞뒤 움직임을 촬영했고, 후에 슬로 모션으로 재생해 좌우 6개 다리 움직임을 관찰했다. 은개미 다리 길이는 평균 4.3~6.8mm였다.


그 결과 평평한 지대에 있는 은개미들은 자기 보폭의 10배가 넘는 초당 85.5cm로 뛴다는 것이 확인됐다. 초당 62cm로 달리는 사막개미를 압도하는 능력이다. 사막개미는 은개미 사촌뻘로, 다리가 20% 정도 더 길지만 이동속도는 은개미 절반에 못 미친다.


연구팀을 이끈 엘리자베스 페퍼 울름대 박사는 "사하라 은개미들의 놀라운 이동속도는 부드러운 모래라는 거주지 특성과 기후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생체 역학의 비밀을 밝히는 것 외에도 엔지니어들이 더 작고 빠른 로봇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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