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변신’ 지상렬 “동네 형 같은 개그맨으로 남고 싶어”
1996년 데뷔 올해 27년차
‘애드리브 달인’으로 불려
‘술로 50년 솔로 50년’
에세이 내고 작가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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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꿈, 목표는 없어요.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편한 동네 형같은 존재, 언제 어디에서 봐도 반가운 개그맨으로 남고 싶어요.”
‘뼛속까지 개그맨’, ‘애드리브 천재’로 불리는 지상렬은 최근 기자와 만나 ‘어떤 개그맨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앞으로 꿈이 뭐예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특별한 꿈이 없고, 오늘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행복할 수 없고, 미래만 바라보고 달리면 오늘 해야 할 일도 제대로 못한다”고 강조했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그는 “소줏집에서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여도 술집에 있던 손님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하면 같이 찍는다”며 “사람들이 알아봐주니까 제가 밥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알아봐주는 그 자체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상렬은 1996년 SBS 공채 5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27년차 개그맨이다. 여성보다 남성 팬들이 많고 입담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방송 촬영 중에 대본에 없는 재미있는 일화, 멘트 등을 쏟아내 피디(PD)들에게 인기 있는 개그맨으로 알려져 있다. 큰 인기를 끈 유행어로는 ‘묵찌빠 묵찌빠 묵은 엄정화~’, ‘안구에 습기가 차네’ 등이 있다. 드라마 ‘대장금’, ‘천생연분’, ‘이산’ 등에도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똑똑한 개그맨이라고 평가받는 그는 최근 ‘술로 50년 솔로 50년’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작가로 변신했다. 지상렬을 만나 근황, 책을 낸 계기, 목표 등을 들어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지난 7월부터 오후 4시~6시에 SBS 라디오 프로그램 러브FM ‘뜨거우면 지상렬’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에도 가끔 출연한다.
-별명이 ‘뼛속까지 개그맨’이다.
▷‘사골까지 개그맨’이라고 말해주시는 분도 있다. 저를 좋게 봐주셔서 붙여주신 별명이다. 정말 감사하다.
-특히 남성들한테 인기가 많다.
▷여성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상렬이 형이랑 소주 한 잔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남성들은 많더라.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개그맨이었나.
▷어렸을 때 ‘나는 반드시 개그맨 돼야지’라고 결심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개그맨의 개념을 잘 몰랐으니까. 텔레비전에 나오면서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연기도 자연스럽게 잘하는데. 드라마나 영화에 또 언제 출연할 예정.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약간 흉내 내는 정도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또 연기할 예정이다. 제가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움이다. 연기, 코미디, 사람과의 만남 등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제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생각하면 당연히 상대방도 불편해한다.
제가 라디오 ‘뜨거우면 지상렬’을 시작할 때 라디오 관계자들한테 ‘바보 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은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하루 종일 고민·걱정거리에 시달릴 정도로 현대인들은 힘들다. 누구에게나 머리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 고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머리를 많이 쓰니까 머리도 식혀야 한다. 사람들에게 아무 고민, 걱정 없이 머리 식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라디오를 시작한 이유다. 버스정류장 같은 라디오를 지향하고 있다.
-지상렬님이 왜 결혼을 안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연예인 중 이상형을 꼽으면.
▷선이 굵은 사람, 진하게 생긴 사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잘생긴 스타일을 좋아한다. 연예인 중에서 외모 기준으로 이상형을 꼽으면 영국 팝 가수인 두아 리파가 이상형이다.
-연예인 주량 1등이라고.
▷지금은 예전처럼 많이 못 마신다. 제 나이에 비해서는 잘 먹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걸어 다니는 주막’이었다. 뼈 해장국, 설렁탕 같은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 소주 한 병 혹은 반 병 같이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술을 안 마신다. 일단 술을 마시면 소주 기준 5병 이상 마신다. 소주 1~2병 마실 것 같으면 아예 술을 안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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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책을 냈다고.
▷‘술로 50년 솔로 50년’이라는 책을 냈다. 제가 1970년에 태어났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지상렬은 무엇을 하고 살았고,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등을 지상렬의 생애를 통해 지난 50년의 세월을 대화로 풀어보는 에세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서 작가로 활약했던 김진태 예능 작가님과 몇 년에 걸쳐 공동 저자로 준비한 책이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쉬운 책을 쓰자고 김 작가님과 뜻을 모아 쓴 책이다. 사실 책을 출간하게 될 줄 몰랐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살만한 것이다.
1970년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가 해체한 해이고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로 시작되던 새마을 노래가 전국에 울려 퍼지던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원년이기도하다.
제 동년배가 이 책을 읽으면 ‘아~ 그때는 이랬지’라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될 것 같고, 20대 초반 청년이 읽으면 ‘아빠, 삼촌이 이렇게 살았구나’라며 부모님들이 살았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읽히는 책이다.
-어떤 종류의 글을 좋아하는지.
▷시를 특히 좋아한다. 일일이 다 풀어서 표현된 글보다 압축적인 표현이 담긴 시를 좋아한다. 시를 쓰지는 않는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지상렬이 좋아하는 말을 모아서 ‘지상렬 번역기’ 이런 식의 제목을 달고 책을 써보고 싶다.
-취미는.
▷반려동물과 노는 것이 취미이다. 낚시하기, 지인들과 만나서 소주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복싱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도 복싱하는지.
▷개인적으로 복싱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시간도 많지 않고 복싱이 관절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최근에는 복싱을 잘 안 한다. 요즘에는 산책 위주로 가볍게 운동한다.
-연예인들 사업 많이 하는데 사업할 의향은.
▷한 가지라도 제대로 잘하자는 주의다. 양손 다 쓰자는 주의가 아니라 한 손 다 쓴 후에 다른 손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욕이 별로 없다. 어떤 연예인이 건물을 샀다가 팔아서 큰돈을 벌었다, 어떤 연예인은 부동산 부자다, 어떤 연예인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등 이런 말을 들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별 생각 없다.
-개그맨이 안 됐다면.
▷범죄자들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됐을 것 같다. 강력계 형사 혹은 군인이 되지 않았을까.
-만약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나.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 좋다. 당시에 나름 최선을 다했고, 다양한 경험도 쌓았기에 굳이 그때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현재 상황에서 한 개씩 벽돌을 더 쌓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는 게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이 좋다.
-또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나.
▷매일 행복하게 사는 게 도전이다. 오늘처럼.
매일경제 유튜브 ‘매경5F’에서 지상렬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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