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나 타는 포르쉐' 욕먹더니…'지옥→천국' 카이엔, 또다시 '대박'
카이엔, 우루스, 벤테이가.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출처=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
'멍청이나 타고 다닐 포르쉐', '포르쉐의 배신'이라 욕먹었던 카이엔이 포르쉐를 계속 먹여살리고 있다. 포르쉐 AG는 올해 3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증가한 22만1512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17일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극심한 신차 출고대란이 발생했지만 포르쉐는 선전한 셈이다.
이젠 낮은 차 대신 높은 차가 효자
카이엔 [사진출처=포르쉐] |
제품별로 살펴보면 포르쉐의 정체성을 간직한 낮은 차가 아닌 높은 차가 효자다. SUV 두 차종인 카이엔과 마칸이 수요를 견인했다. 카이엔은 6만6769대 판매되며 가장 많이 판매됐다. 마칸은 판매대수 5만9604대로 그 뒤를 이었다. '스포츠카의 전설' 911은 3만611대. 스포츠 세단인 파나메라는 2만5452대, 전기차인 타이칸은 2만5073대, 718 박스터와 718 카이맨은 1만4003대 각각 팔렸다.
마칸 [사진출처=포르쉐] |
포르쉐 SUV 두축인 카이엔과 마칸은 지난해에도 포르쉐 AG 성장을 주도했다. 포르쉐 AG는 지난해 30만1915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11%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마칸이 8만8362대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카이엔은 8만3071대로 그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도 카이엔은 포르쉐 차종 중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대수를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이엔은 1548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포르쉐 판매대수는 4727대다. 이 기간 판매된 포르쉐 3대 중 1대는 카이엔이라는 뜻이다.
인생역전 뺨치는 카이엔 차생역전
2003년 출시된 카이엔 [사진출처=포르쉐] |
카이엔은 1990년대부터 경영이 악화돼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포르쉐가 적자 탈출을 위해 내놓은 SUV다.첫 반응은 혹평이었다. 2002년 출시 당시 영국의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톱기어로부터 "런던 서부의 멍청한 사람들만 타고 다닐 자동차"라고 비난했다.
'스포츠카 아이콘' 포르쉐 911를 찬양했던 포르쉐 마니아들도 징그럽고 못생겼다며 진절머리를 냈다. 혹평에 시달렸던 카이엔은 그러나 호평을 받으며 판매 대박을 터트렸다.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모두 카이엔 덕을 봤다.
2002년 1세대, 2010년 2세대, 2018년 3세대로 진화한 카이엔은 포르쉐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됐다.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카이엔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2008년 포르쉐 가문이 폭스바겐 그룹 장악에 나서는 돈줄이 되기도 했다.
푸로산게 [사진출처=페라리] |
포르쉐 인기 모델이 파나메라도 카이엔 덕분에 등장했다. 카이엔 플랫폼을 개조해 파나메라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카이엔 성공에 힘입어 등장한 동생인 마칸도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카이엔은 포르쉐뿐 아니라 SUV와 담을 쌓고 지내던 슈퍼카·럭셔리카도 먹여 살렸다. 카이엔 대성공에 자극받은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는 자존심을 꺾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포르쉐 전략을 따라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 벤틀리는 벤테이가, 롤스로이스는 컬리넌 등 슈퍼 SUV를 잇달아 선보였다. 최근에는 낮은 차의 자존심을 고수하던 페라리마저 푸로산게로 슈퍼 SUV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이엔은 인생역전 뺨치는 차생역전을 일으켰다. 덩달아 포르쉐도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동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