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달래는 로봇강아지·거동 돕는 웨어러블…인간을 웃게 하는 AI로봇
시니어 테크
디지털 헬스기술 진화 가속
치료서 예방으로 빠르게 전환
심장 박동 체크하는 스마트 옷
부정맥 등 AI기술 적용해 측정
시니어 돌봄 로봇 ‘래미’
24시간 노인 행동 밀착 감시
위급 상황때 응급전화 연결
미국 로봇 기업 ‘톰봇’이 개발한 반려로봇 ‘제니’의 모습. 실제 리트리버의 해부학 구조를 모방해 만든 이 로봇은 치매 노인의 증상 완화를 돕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사진=톰봇] |
“제니!”라고 부르자 12주 된 리트리버 강아지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목을 움직이고 꼬리까지 흔든다. 제니는 실제 강아지처럼 보이지만 미국 로봇 기업 톰봇이 개발한 반려동물 로봇이다. 이번 CES 2025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로봇은 몸 전체에 터치 센서를 장착했다. 주인이 만질 때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사람의 말도 듣고 실제 리트리버의 울음소리로 답한다. 이뿐 아니다. 강아지가 성장하듯, 할 수 있는 동작과 음성 가짓수가 늘어난다.
제니는 인지장애,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을 위해 개발된 로봇 개다. 기존 로봇과 차원이 다르다. 실제 리트리버의 해부학적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했다. 얼핏 보면 진짜 강아지처럼 보일 정도다. 톰 스티븐슨 톰봇 최고경영자(CEO)는 “치매 환자는 현실감 있는 외형과 행동을 선호하고 이에 반응한다”며 “제니는 실제 강아지와 같이 움직이고 반응하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니와 함께 지낸 치매 환자의 우울증, 환각, 공격적인 행동과 같은 증상이 완화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로봇은 350~450달러로 올해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할 예정인데, 사전 예약만 7000대를 돌파했다.
‘시니어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에 인공지능(AI), 로봇 같은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시니어테크 제품들이 쏟아진다. AI 발전과 함께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기술을 시니어테크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CES 혁신상을 받은 신성델타테크의 시니어 돌봄 로봇 ‘래미’가 대표적이다.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대화하는 래미는 집 안 곳곳을 다니면서 사용자 행동에 반응한다. 사용자가 갑자기 쓰러지는 식의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비상전화가 활성화돼 외부에 연락을 취한다.
로봇을 입는 방식인 웨어러블 기기도 주목받고 있다. 근력을 강화해주는 외골격 방식이다. 미국 로봇 기업 ‘바이오모텀’은 뇌성마비, 뇌졸중을 비롯한 신경학적 질환 환자들이 걷는 것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스파크’를 개발해왔다. 하체에 스파크를 착용하면 작은 모터가 작동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돕는다. 사용자 움직임에 맞춰 로봇이 작동하는 만큼 누구나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모텀은 외골격로봇을 노인을 위한 제품으로 탈바꿈시켜 이번 CES에 공개한다. 바이오모텀 공동창업자인 잭 러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기술은 노화로 걷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신체 활동을 유지하고픈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웨어러블 로봇이 그동안 재활 범주에 머물렀다면 최근 빠르게 발전한 로봇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픈 노인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개념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헬스 기술들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3년간 CES ‘디지털헬스케어’ 부문 혁신상 수상작을 조사한 결과 사용자의 종합적인 생체 신호를 측정해 건강을 관리하는 제품의 수상 비율이 2023년 8.3%에서 2024년 17.9%, 2025년 25%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정 질병을 모니터링하는 제품 비중이 2023년 23.6%에서 올해 9.1%로 크게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성델타테크는 CES에서 시니어 돌봄 로봇 ‘래미’를 공개한다. 노인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며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한다. [사진=신성델타테크] |
캐나다 기업 마이앤트(Myant)는 가슴에 찰 수 있는 심장 모니터링 스마트의류를 CES에서 공개한다. 섬유와 같은 형태의 이 의류를 가슴에 두르고 있으면 최대 14일 동안 심전도(ECG)는 물론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한다. AI를 기반으로 부정맥 모니터링도 가능해 심장질환 발병을 사전에 파악해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기업 마이헬스(MiiHealth)는 가로세로 20㎝ 크기의 건강관리 도우미 ‘모니카’를 시연한다. 모니카는 집 안 곳곳에 설치한 센서와 소통하며 사용자의 수면 활동과 일상생활을 기록해 건강 점수를 알려준다. 건강한 생활을 위한 다양한 제안도 한다. 예를 들어 물을 오랫 동안 마시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음성으로 “오늘 물은 많이 마셨나요?” 같은 방식으로 물을 챙겨 먹도록 돕는다. 마이헬스에 따르면 모니카 활용 시 노인 돌봄 비용을 기존보다 5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50세 이상 성인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CES 2025 베네시안 엑스포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해 노인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선 기업을 소개한다. AI를 기반으로 안구 질환을 사전에 예측하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메디웨일의 최태근 대표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AI,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병원 밖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로 흘러가고 있다”며 “건강한 노후를 위한 테크의 흐름을 CES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원호섭 기자 wonc@mk.co.kr
고민서 기자 esms46@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