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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경인일보

동해의 맛있는 겨울 `곰칫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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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의 겨울은 맛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도 특별하지 않은 계절이 없지만 그래도 차디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후루룩 마시는 따뜻한 곰칫국 한 그릇이면 세상의 온갖 시름도 다 내려놓은 듯하다.


흔하고 못생긴 생김새로 어부들조차 외면하던 곰치는 특별한 먹거리로 변신해 동해를 찾는 이들에게 겨울의 맛을 선물하고 있다.

동해안의 한 항구에 어민들이 잡아 온 곰치가 가득하다

동해안의 한 항구에 어민들이 잡아 온 곰치가 가득하다. /사진=동해시·강원일보 제공

# 비슷하게 생겨도 이름은 제각각

곰칫국은 어부들이 배에서 곰치와 김치를 넣고 끓여 먹던 문화에서 이어져 왔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밤샘 조업을 마친 고깃배들이 새벽녘 항구로 들어와 풀어놓은 곰치로 바로 끓인 포구 식당가에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찬바람은 시장기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입맛을 돋우는 반찬이다.


곰칫국의 재료는 '꼼치류'로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가령 꼼치를 '물메기', '미거지', '물미거지'로 부르기도 하고 미거지를 '물메기', '물곰', '곰치', '물텀벙'으로, 물메기를 '곰치', '곰치새끼' 등으로 부르기로 한다.


꼼치류는 생김새가 비슷하고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지역 또는 성장 크기에 따라 형태와 색깔이 다양하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2018년 구분하기 쉽게 포스터까지 배부했다.

시장 좌판에 진열돼 있는 곰치

시장 좌판에 진열돼 있는 곰치. /사진=동해시·강원일보 제공

이 중 우리가 흔히 곰칫국이라고 먹는 것이 꼼치 또는 미거지다. 미거지는 동해안에만 잡히는 것이 특징이며 그 가격도 꼼치보다 비싸게 형성돼 있다. 미거지가 나는 곳에서는 표준명 보다는 물곰, 곰치, 물텀벙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며 지역 별미로 유명하다.


미거지는 대형종으로서 최대 91㎝까지 자라고 주로 겨울철에 먹지만 다른 계절에도 이 물고기만 잡으러 가는 어선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꼼치는 크기가 50㎝가량 되며 머리가 뭉툭하고 몸이 물렁물렁하고 눈이 작아서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어부들도 외면하던 물고기 '꼼치류' 주재료

'꼼치' '물메기' '미거지' 이름·형태도 다양

12~3월 연안 산란… 동해시 작년 41만㎏ 어획

산란기가 겨울인데 12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 연안으로 몰려와서 산란을 한다. 꼼치의 알은 물체에 달라붙는 점착란으로써 해조류나 어구 등에 알덩어리가 잘 붙는 성질을 갖고 있다.


꼼치는 성장이 빨라서 부화 후 만 1년이 되면 수컷은 40㎝, 암컷은 32㎝까지 자라며 수명은 1년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성장이 빠른 것은 체성분이 타 어류에 비해 치밀하지 못하고 수분 성분이 많아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곰치를 구입하고 있는 주민들

시장에서 곰치를 구입하고 있는 주민들. /사진=동해시·강원일보 제공

# 담백한 맛 일품… 김치가 함께라면 '금상첨화'

지난해 겨울 한 마리에 10만원 안팎이던 곰치가 올해는 어획량이 늘며 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동해시에 따르면 2020년 어획량은 8만8천748㎏이었지만 2021년에는 41만126㎏으로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묵호항 일대에는 좌판에서 곰치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제철은 제철이다.

담백한 맛… 김치와 함께 끓이면 안주로 제격

정약전 자산어보 '곧잘 술병을 고친다' 기록

지금은 맛이 담백하고 깔끔해 인기가 많아졌다. 그래도 애주가라면 푹 익은 김치를 넣어 한 솥 칼칼하게 끓인 곰칫국이 제맛이라고 치켜세운다. 너무 부드러워 흐물흐물한 식감은 처음엔 어색할지 몰라도 호로록 삼켜 먹으면 이만한 맛이 또 없다.


또 맛도 맛이거니와 기본적으로 저지방 고단백질 식품으로 비타민도 풍부해 맛과 효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음식이다. 곰치는 특히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각종 비타민에 필수 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풍부하다. 또 칼슘, 철분이 많아서 술독을 풀어주는 효능도 탁월하다.

시장에서 곰치를 구입하고 있는 주민들

곰칫국.

지역마다 입맛이 달라 음식의 맛을 내는 방법도 차이가 있다. 남해안에서는 곰치탕을 끓일 때 강원도와 달리 무만 넣어서 담백한 하얀 국물을 우려낸다고 한다. 동해안에서는 김치에서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집마다 다른 김치맛이 곰칫국 맛을 결정한다는 말이 돌 정도다.


정약전이 자산어보에서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자산어보에는 "살점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기록돼 있다.


바쁘게 살아가며 술잔에 삶의 시름을 털어버리는 후손들을 위한 자상한 배려로까지 읽힌다. 아니면 정약전 선생은 진정한 애주가였을 것이다. 그래서 애주가들은 시원한 국물도 국물이지만 곰치 본연의 부드러운 살점과 미끄러운 껍질이 공존하는 별난 맛이 찬바람이 불면 떠오른다고 말한다.


순두부와 같은 부드러운 속살과 몸을 녹이는 따뜻하고 시원한 국물. 애주가가 아니라도 생각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온몸이 더 으슬으슬한 시기다. 여러 세상 소식에 술이 당기는 시절이라지만 입맛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한때는 너무 흔했다지만 이제 감히 '전국구'로 몸값을 한껏 올린 곰치의 제 모습을 만나볼 시간이다.


/강원일보=김천열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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