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르떼뮤지엄 :: 빛으로 세상을 그려내는 마법
눈에 담는 순간순간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제주이지만, 흐린 하늘 아래선 그런 풍경도 힘을 쓰지 못한다. 궂은 날에도 완벽한 여행을 이어가고 싶다면 찬연한 미디어아트의 세계, 아르떼뮤지엄으로 초대한다.
제주 아르떼뮤지엄은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디스트릭트'가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지난해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던 코엑스의 거대한 물결, 'WAVE' 역시 '디스트릭트'의 작품이라고. 국내 최대 규모로, 약 천 평이 넘는 면적을 다채로운 빛과 소리로 채웠다. 애월에 위치하고 있어 근처의 새별오름과도 묶어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제주 동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참고하자.
뮤지엄의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매표소가 보인다. 빛을 쏘아 제작한 작품이 주를 이루는 만큼 사방이 온통 까만 내부가 특징.
제주 아르떼뮤지엄은 현장 예매와 더불어 온라인 예매도 가능하다. 다만 온라인 사전 예매자의 경우, 무인발권기로만 티켓 발급이 가능하다. 전시는 총 10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에 있어 정해진 순서는 없다. 다만 내부가 어두우니 안내 책자를 꼼꼼히 살펴 미리 동선을 정해 이동하는 걸 추천한다.
'명화를 담은 빛의 정원'은 모네, 샤갈, 클림트 등 친근한 거장들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처음엔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들은 워낙 고유의 질감과 색감의 매력이 뚜렷하기에 영상으로 구현한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터운 유화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높은 완성도에 루브르나 오르세가 부럽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아득하도록 진한 밤에는 별이 더욱 밝게 빛난다. 그런 청명한 밤하늘을 재현한 공간, '스타'. 오묘하게 변하는 조명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육 면을 거울로 제작해 공간을 채우는 오브제로 광활한 우주를 표현했다.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간지러운 꽃. 비가 오던 눈이 오던, 각자의 때가 되면 어김없이 저마다의 하이라이트를 맞이한다. 제주 아르떼뮤지엄에서도 생명력 가득한 꽃밭을 마련했다. 까만 공간을 노랗게 수놓는 유채꽃은 제주의 대표적인 봄꽃이다. 이곳에서만큼은 넘실대는 노란 물결을 사계절 내내 만나볼 수 있다.
'나'를 정의하는 행위는 모든 이들의 평생 숙제일 것이다. 어떤 날엔 빨간색이 좋았다가 또 어떤 날엔 연노랑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 정말 우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완벽히 설명할 수 없는 걸까? 그런 물음에 느낌표를 던져주는 곳, '정글'이다.
빛이 닿는 모양에 따라 숲을 거니는 동물들의 색과 패턴이 달라진다. 전시장의 한쪽에는 직접 동물을 그려 영상으로 띄워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코가 홀쭉한 사자, 여우보다 몸집이 작은 코끼리도 이곳에선 이상할 게 없다. 내 손으로 그려낸 모든 게 정답이 되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촘촘한 블록들이 폭포처럼 와르르 쏟아져내리는 '워터폴'은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물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목적 없이 흐르는 바닥은 마치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작점도 목적지도 없는 완전한 자유가 느껴지는 곳. 바다도 강도 연못도 아닌 정말 물 그 자체의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어떤 순간, 계절에 보아도 황홀한 바다. 아르떼뮤지엄의 '비치'는 오로라가 펼쳐진 밤 해변을 소환했다. 현실 세계처럼 하늘을 감싸 안은 오로라의 모양과 색깔이 시시각각 달라져 매력적이다. 작품의 시간대를 밤으로 설정해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검푸른 바다를 생생히 느껴볼 수 있다.
보름달만 보면 자연히 토끼를 떠올렸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달의 얼룩을 촘촘히 뜯어보며 다채로운 몸집의 토끼를 상상하곤 했던 아이는 이제 다 자란 어른이 되었지만, 무엇이든 상상해낼 수 있었던 날들에 대한 기억은 오래 잊히지 않는다. 달빛을 가득 머금은 토끼는 앞선 작품들에 비해 단순하고 고요하다. 까만 우주의 한복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거대한 토끼가 인상적이다.
뮤지엄에서의 시간을 좀 더 차분하게 즐기고 싶다면 관내에 위치한 '티 바(TEA BAR)'를 추천한다. 미디어아트와 함께 티를 베이스로 한 달콤한 목테일을 즐길 수 있다.
작은 유리잔에 담겨 나오는 목테일을 테이블 위에 두면 그 위로 작은 정원이 펼쳐진다. 중앙에도 역시 꽃을 두어 마치 잔 위에 꽃잎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연출했다. 티 바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가 아트를 더욱 아트답게 만든다. 기분 좋게 지저귀는 새소리와 다정하게 부는 바람소리를 통해 향기로운 화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물한다.
차를 전부 마시면 이렇게 테이블 위로 귀여운 인사 문구가 뜬다. 마치 영화의 엔딩 장면 같았던 연출. 마지막까지 기쁜 마음으로 관람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티 바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지만 마지막 입장시간은 7시 40분까지이다. 방문을 계획 중이라면 폐장 시간보다 조금 여유롭게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온통 까만 공간을 오롯하게 빛으로 채우는 곳. 피부로 느껴지는 것도, 맡아지는 냄새도 없었지만 또 하나의 세상이 숨 쉬는 것처럼 전부 생생했다. 걷는 곳마다 환상적인 포토존이 펼쳐지는 이곳. 혼자보다는 둘 이상이 방문해 서로의 모습을 담아주면 좋겠다. 뻔한 여행 코스가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망설임 없이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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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아르떼뮤지엄
- 이용시간 : 매일 10:00 - 20:00 (입장마감 19:40)
- 주소 : 제주 제주시 애월읍 어림비로 478
- 문의 : 064-799-9009
# 제주 포토존, 찍는 순간 인생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