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볼만한곳 :: 서울에서 미국을 여행하는 법
부쩍 해가 짧아졌다. 퇴근길에 찬찬히 산책하며 노을을 보는 게 낙인데, 이젠 금세 어둑해져 서둘러야 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요즘 기온에 파란 하늘까지. 완벽한 계절에 짧아진 해도, 나른한 바람도 오래 붙잡아 두고 싶지만 속도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계절을 어찌할 수 있겠나. 부지런히 지나는 계절을 누릴 수밖에.
오랜만에 시리즈물로 소개한다. 이전에 세 편 정도 다뤘던 'OO에서 OO 여행하는 법' 시리즈. 오늘은 '서울에서 미국을 여행하는 법' 편이다. 미국에 가지 않아도 살짝이나마 미국 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준비했다. 더없이 완벽한 이 계절, 서울 속 미국에서 보내길 바란다.
1. 고라니커피클럽
숙대입구역 건너편에 위치한 남영동 골목. 미군부대와 마주하고 있어 골목이 길게 이어져있지 않고, 두 블록 정도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 나온다. 크지 않은 골목의 마을은 과거부터 남영동 스테이크 거리로 불릴 만큼 오래된 맛집들을 간직한 거리다.
용산이 핫해지며 남영동 부근 역시 하나 둘 새롭게 바뀌는 중이다. 남영동에 새로이 생긴 핫플레이스 중에도 이국적인 향을 진하게 풍기는 곳이 있다. 톡톡 튀는 매력을 담은 고라니커피클럽을 소개한다.
이름부터 특이하다. 많고 많은 동물 중에 하필 고라니라니? 귀엽거나 예쁜 것도 아니고 특별하지도 않은 동물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톡톡 튀어 오르는 고라니에 영감을 받아 사람들에게 그런 인상을 남겨주고 싶다는 의미로 짓게 됐다고. 흔치않은 네이밍 덕에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기도 어렵고, 톡톡 튀는 컨셉을 잘 잡은 거 같다.
이색적인 입구부터 눈길을 끈다. 유리블록을 사용해 은근히 내부를 보여주면서 레트로 감성을 챙겼다. 거기에 베이지 톤 벽과 주황색 고라니 글씨, 파란색 고라니 표지판까지. 어설프지 않게 레트로 요소를 사용하면서 세련됨을 녹였다.
내부에는 외관보다 더한 매력이 담겨있다. 7,8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미국에 가보지도 않았지만, 분명 7,80년대 미국에 이런 바 하나쯤은 있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우드톤 인테리어와 낮은 조도의 조명을 사용해 차분한 분위기로 공간을 전개한다. 갈색 소파를 비롯해 테이블 좌석마다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이 그 시절을 느끼게 해준다.
공간 곳곳에는 오너의 취향이 가득 묻어있다. 카시오 시계, 칼하트 의류, 아날로그 전화기 등 특별한 소품들은 레트로 무드를 한결 더해준다. 오너의 여러 취향들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건 LP 마니아라는 점. 이곳은 커피만큼이나 훌륭한 음악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80년대 턴테이블에서 울려 퍼지는 LP 음악이 감성을 콕콕 찌를 테니 음악을 사랑하는 이에겐 더 매력적인 곳이겠다.
이곳에는 개인작업을 하는 사람이 꽤나 많다. 크기에 비해 테이블 수도 많지 않고, 차분하게 잡은 공간 분위기 덕에 시끄러운 대화도 없다. 동네 근처에 있었다면 주구장창 들러 음악을 듣거나 작업을 했을만한 곳.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필자의 집에서 멀다는 점... 유감이다. 잔잔한 7,80년대의 미국을 여행하고 싶다면 고라니커피클럽으로 떠나길 권한다.
- 이용시간 : 매일 11:00-22:00
-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62 1층 고라니커피클럽
- 문의 : 02-790-2179
2. 킴스델리마켓
베이글이 유행이긴 유행인가 보다. 언제 생길까 했는데 송리단길에도 드디어 베이글 샵이 생겼다. 이제 막 오픈한 따끈따끈한 송리단길 신상 베이글 샵. 이곳은 킴스델리마켓이다.
송리단길에 직장이 있다는 건, 송리단길 신상 맛집이 오픈하면 평일 한가한 시간에 방문하는 특권이 주어진다는 말. 오픈 소식을 듣고 가오픈 기간에 여유 있게 방문할 수 있었다. 요즘은 서두르지 않으면 모두 솔드아웃 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하니 방문 예정이라면 참고하자.
송리단길 메인 거리에 미국 감성 가득 묻은 외관은 지나가던 발걸음도 멈추게 할 만큼 이국적이다. 작게 마련된 테라스에 초록색으로 된 야외 테이블은 지금 이 계절, 이곳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선선한 바람에 베이글과 커피 한 잔이면 이만한 미국 감성도 없겠다.
델리마켓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매장답게 내부도 마켓 컨셉에 맞춰 꾸몄다. 마치 식료품을 팔고 있을법한 공간으로 전개해 시몬스그로서리가 생각나기도 한다. 마켓컨셉의 디테일한 소품들이 재밌다.
빈티지한 포스터나 오래된 저울, 양철 바구니나 전구 등 신상 카페이지만 세월이 묻은 듯한 소품들로 채워 미국의 델리마켓을 구현했다.
바질 베이글, 초콜릿뉴텔라 베이글, 리얼 크랜베리 베이글 등 다양한 종류의 베이글은 물론,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토핑이나 크림치즈도 선보인다. 샌프란시스코식 클램 차우더와 캐비지그라탱 등 브런치 메뉴도 판매 중이니 해가 좋은 날 테라스에서 브런치를 즐겨봐도 좋겠다.
- 이용시간 : 수~일 11:30-20:00 (월,화 정기휴무)
- 주소 :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5길 13 1층
3. 클랩피자
햄피타(햄버거, 피자, 타코)라 이름 붙인 필자 최애 메뉴 세 가지.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그런 메뉴다. 좋은 버거 맛집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반면, 피자 '찐 맛집'이라 할 만한 곳은 찾기 쉽지 않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편견으로 방문하지 않다가 최근 빠져서 피자가 고플 때면 방문하는 이곳. 피자 '찐 맛집' 클랩피자를 소개한다.
청담, 한남, 잠실 세 곳에 매장을 두고 있는 클랩피자. 모든 지점에 웨이팅이 있을 만큼 핫하다. 다운타우너, 노티드로 유명한 GFFG 브랜드에서 전개한 피자샵으로, 젊은 감성과 훌륭한 맛 덕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세 매장 모두 핫플 사이 위치해 있는데, 각 매장마다 각자의 매력을 담고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엔 야외 테라스가 있는 한남점에서 맥주 한 잔과 즐기는 걸 추천한다.
본격적으로 소개할 지점은 잠실점. 이곳에만 판매하는 시그니처 사이드 메뉴가 있기 때문이다. 메뉴 설명은 차차 할 테니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매장은 스테인리스와 오렌지 톤으로 꾸며 깔끔한 미국 피자샵을 완성했다. 앞선 두 곳은 레트로와 빈티지가 기반이었다면, 이곳은 깔끔함과 트렌디한 무드로 공간을 전개한다.
피자는 크게 이탈리아식, 미국식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자보다 다양한 토핑과 다량의 치즈를 얹어 다소 자극적인 풍미를 느끼기 좋은 미국식 피자. 클랩피자는 이런 뉴욕식 올드 스쿨 피자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배운 집답게 하프 앤 하프로 주문 가능해 반씩 맛볼 수 있다.
에디터 초이스는 치즈 피자와 갈릭쉬림프. 베스트 메뉴인 이유가 있다. 갈릭쉬림프, K-피자 다운 메뉴답게 달달하고 진한 갈릭 향이 기가 막힌다. 기본 피자 소스가 맛있어 클래식한 치즈 피자 역시 만족스러운 맛. 11종류의 피자가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껏 즐겨보기 바란다.
이곳에 방문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메인메뉴 못지않은 사이드 메뉴 때문이다. 잠실점에서 판매하는 발사믹 소이 치킨은 단과 짠, 극강의 조합이다. 꽤나 자극적일 법한데 밸런스를 잘 잡아 한입 물면 놓지 못하고 커다란 조각을 다 먹게 된다. 같은 맛으로 치킨을 팔아줬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콘 샐러드도 강추한다. 여느 패스트푸드 매장처럼 마요네즈 드레싱의 콘 샐러드를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모양새부터 다르다. 볼에 한 대접 나오는 샐러드는 특별한 소스 없이 파프리카 양파 등 갖은 채소에 담백한 시즈닝을 곁들여 나온다. 담백한 샐러드가 짭짤한 피자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식사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주니, 사이드 메뉴도 꼭 추가해 즐겨보길 바란다.
- 이용시간 : 매일 11:30-21:30
- 주소 : 서울 송파구 오금로16길 10-6 2층
- 문의 : 0507-1404-0719
미국 여행을 떠올리면 꼭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센트럴파크에 반쯤 누워 치즈 피자 한 조각에 맥주 한 잔! 촌스러울 만큼 소박한 시간처럼 보이지만 언젠간 꼭 해보리라. 참, 추가로 햇살과 날씨는 아주 완벽해야 한다.
누구나 꿈꾸는 소박한 여행의 한 장면이 있을 것이다. 멀지 않은 날 꿈같은 장면을 이루길 바란다.
# 꿈같은 여행의 완성, 테마파크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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