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전 사이공에서 로안 장군이 쏴죽인 남자는 누구였을까
“장군은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카메라로 장군을 죽였다.”
종군 사진작가 에디 애덤스의 얘기다. 그가 말한 “사진은 반쪽의 진실을 담고 있을 뿐”이라는 말과 함께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다. 그가 찍은 사진은 베트남전의 참상을 대표하는 사진이다. 1968년 2월 1일쯤, 사이공의 한 거리에서 찍었다. 당시 기록에서 에디 애덤스는 “그저 권총으로 위협할 줄만 알았는데 아무런 말 없이 그는 총을 발사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눌렀다”고 밝힌 바 있다. 총을 쏜 사람은 응우엔 곡 로안 장군이다. 1960년대 반전운동의 아이콘이 된 이 사진의 ‘악명’은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간 로안 장군이 죽을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인터넷을 보면 작고한 로안 장군의 입장에서 그를 옹호하는 글이 많다. ‘알고 보니’ 체크무늬 옷의 저 피해자가 아이들과 할머니를 죽인 잔악한 현행범이었으며, 교전 중 상대편 군인이었으니 ‘즉결처분’이 문제없다는 식의 논리다. 사실일까.
로안 장군이 권총으로 쏴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오랫동안 추정되어온 사람은 응우엔 반렘 또는 베이럽(Bay Lop)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남성이다. 1931년생이니 이 남자가 맞다면 사망 당시 37세다. 1980년대 중반, 일본공산당의 취재팀이 탐문한 끝에 반렘의 부인을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이 찍힐 때까지 남편이 사살된 사실을 몰랐다”는 그녀는 “남편의 시신도 찾지 못했다”고 울먹었다. 인터뷰에서 그의 잔학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가 아이들과 팔순 할머니를 살해한 현행범이었으며, 학살현장에서 붙잡혔다는 이야기는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사실처럼 돈다. 죽은 민간인들이 로안 장군의 최측근 가족이었고, 그래서 로안 장군이 심문 없이 총을 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깥의 주장과 달리 베트남 현지에서는 사살된 사람이 당시 20대의 ‘레꽁나’라는 남성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어느 경우든 당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그러니까 반정부 활동을 했던 인사는 맞는 것 같다.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은 “현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 남자가 수십 명의 민간인을 죽였다고 하지만 확인된 적 없는 주장”이라며 “그 후 베트남이 북베트남 주도로 통일되었으니 현 정부 입장에서는 영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가 사진이 촬영된 지 50주년을 맞는 해였다. 진실을 밝혀줄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떴다. 여전히 외면받고 있는 전쟁의 어두운 얼굴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