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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김순옥 “‘순옥적 허용’ 부끄럽다···절대 살리지 말아야지 결심 해봤지만”

경향신문

드라마 <펜트하우스3> 포스터. SBS 제공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반성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고쳐야지! (죽었던 인물을) 절대 살리지 말아야지! 결심하다가도, 또 저도 모르게 새로운 사건을 터트리거나 슬슬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더라.”


지난해 10월 시즌1 첫 방송 이래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며 ‘막장 드라마’의 신기원을 열어온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지난 4일 시리즈를 종결짓는 시즌3의 여정을 시작했다. 첫 회부터 19.5%(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 2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펜트하우스3>의 김순옥 작가가 7일 제작진을 통해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김 작가는 <펜트하우스> 전 시즌을 돌아보며, 그간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전개를 평하며 나온 신조어 ‘순옥적 허용’ 등에 대해 “반성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는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개연성 부족함 때문에 생긴 말이지 않나. 인정한다”면서 “드라마가 많은 사건이 터지고 급작스럽게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다보니, 캐릭터의 감정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고, 또 죽었던 사람이 좀비처럼 하나둘 살아나면서 시청자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다”라고 말했다.


폭력과 복수가 난무하는 전개로 ‘마라맛(매운맛) 스토리’라는 평을 받기도 했던 드라마에 대해 스스로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김 작가는 “<펜트하우스>를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본다고 들었다. 게임처럼 이야기가 급 전개되니까, 자극적인 장면이나 끔찍한 씬이 나오면 많이 걱정이 됐다. 인간의 극한 감정과 사건을 다루다 보니 잔인한 장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최소한으로 억제한다고 했지만 보기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많이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시즌1에서 중학생 간 학교폭력을 다룬 장면에 대한 비판이 커졌던 시기를 “집필하던 중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꼽은 그는 “다소 불편하지만 가정 폭력, 불공정한 교육, 부동산 문제의 폐해를 조금이나마 건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과 부동산 문제를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쓴 이유로는 개인적인 경험을 들었다. 김 작가는 “저 또한 살벌한 교육 현장에서 두 아이들의 입시를 치렀고, 때문에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해왔다”면서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값이 담합하는 모습도 봤고, 몇 해 사이에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값이 두 배가 되면서 괜한 상실감에 우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첫 방송을 시작한 <펜트하우스3>의 주제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김 작가는 “시즌1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고, 시즌2는 ‘죄에 대한 인과응보’가 포인트”였다면서 “시즌3의 주제는 ‘파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제작진이 공개한 김 작가의 일문일답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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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펜트하우스3> 포스터. SBS 제공

-<펜트하우스2>에서 순간 최고 시청률이 31.5%를 돌파했다. 시즌1에서 이미 시청률 30%를 넘어서면서 또 하나의 역사를 남겼는데, 이에 대한 소감은?


“꿈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시작할 때 너무 많이 욕을 먹어서 드라마를 끝까지 완주할 수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얼떨떨하다. <언니는 살아있다> 최종회가 24% 나왔을 때 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했었다. 앞으로는 내 드라마에서 이 시청률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그런데 또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려고 한 이야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기회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펜트하우스2>에서는 ‘인과응보’를 강조했다. 말 그대로 욕망에 휩싸여 악행을 벌인 인물들이 행한 그대로 업에 대한 대가를 받았는데, <펜트하우스> 시즌1, 2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시즌1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고, 시즌2는 ‘죄에 대한 인과응보’가 포인트였다. ‘어떤 인간의 욕망도 충족되지 않는다. 인간은 끝없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기 때문이다’라는 작의처럼, 한 칸을 가진 사람이든 아흔아홉 칸을 가진 사람이든,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결핍 때문에 불행하고 그 불행함 때문에 계속 죄를 짓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집이 열 채인 사람은 집을 열한 채 사지 못해서 억울하고, 백 명한테 사랑받는 사람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한 사람 때문에 불행한 거 같다.”


-<펜트하우스> 시즌1, 2에서 각각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시즌1에서는 감독님께서 잘 빚어주신 덕에 대본보다 좋은 씬들이 많이 나와서 참 감사하다. 특히 20회에서 헤라클럽 사람들이 봉고차에서 탈출하여 똥물을 헤엄쳐 건너는 씬이 가장 인상 깊었다. 마리(신은경)의 내레이션에서는 헤라팰리스의 환상적인 파티를 언급하는데, 실제 화면에서는 살겠다고 똥물로 뛰어들어 서로 먼저 가겠다며 아등바등 대는 사람들이 대비되게 잘 표현되었고, 시청자들도 첫 번째 응징에 희열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그때 그 사람들이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으면 시즌2의 비극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시즌2에서는 변하지 않는 인간들을 향한 두 번째 응징이 펼쳐지는데, 심수련(이지아)이 나애교로 분해서 주단태(엄기준) 차에 치이는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 자신은 별장 지하에 갇혀 있다가 경찰들에게 ‘오늘이 며칠인가요?’ 묻는 장면을 가장 재밌게 썼던 기억이 난다. 엄청 생각이 안 나서 힘들었던 시기에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이야기가 술술 풀렸다.”


-<펜트하우스> 시즌1, 2에서 큰 내용을 차지했던 학교 폭력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방송과 맞물린 시점에 사회적 이슈로도 크게 대두됐다. 학교폭력, 부동산 투기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게 된 계기는?


“저 또한 살벌한 교육 현장에서 두 아이들의 입시를 치렀고, 때문에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해왔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값이 담합하는 모습도 봤고, 몇 해 사이에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값이 두 배가 되면서 괜한 상실감에 우울하기도 했다. 내 몫이 아니라고 담담해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학폭과 부동산 투기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저도 놀랐다. 시즌1에서는 학폭 문제가 보기 불편하다며 드라마를 중단시켜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나오고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그 시기가 집필하던 중, 가장 힘들었던 때다) 시즌2에서는 오히려 같이 마음 아파해주셔서 많이 힘이 됐다. 용기도 얻었다. 다소 불편하지만 가정폭력, 불공정한 교육, 부동산 문제의 폐해를 조금이나마 건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최소한 한 번쯤은 “민설아”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환경이 안 좋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고, 괴롭히고, 언어폭력을 가하고, 실질적인 피해를 줬을 거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다.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선 자유로울 수 없을 거 같다. 극 중의 제니(진지희)처럼 때론 가해자가 될 수도, 때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펜트하우스>가 시작된 이후 ‘마라맛 스토리’, ‘저세상 속도 전개’, ‘불패신화’, ‘순옥적 허용’ 등 굉장히 많은 신조어가 탄생되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순옥적 허용’은 아마도 개연성의 부족함 때문에 생긴 말이지 않나. 인정한다. 드라마가 많은 사건이 터지고 급작스럽게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다보니, 캐릭터의 감정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고, 또 죽었던 사람이 좀비처럼 하나둘 살아나면서 시청자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거다. ‘부활절 특집’이냐는 말도 들었다 (하하하). 한 번은 게임회사에서 광고 제의도 왔었다. 아마도 ‘절대 죽지 않고 반드시 살아나는’ 설정이 게임 캐릭터로 딱 맞아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반성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고쳐야지! 절대 살리지 말아야지! 결심하다가도, 또 저도 모르게 새로운 사건을 터트리거나 슬슬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더라. 부족한 드라마를 감싸주고 변호해 주기 위해 시청자들께서 만들어주신 신조어들이라 모두 너무 감사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펜트하우스>를 집필하면서 가장 큰 난관 또는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펜트하우스>를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본다고 들었다. 게임처럼 이야기가 급 전개되니까, 자극적인 장면이나 끔찍한 씬이 나오면 많이 걱정이 됐다. 인간의 극한 감정과 사건을 다루다 보니 잔인한 장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최소한으로 억제한다고 했지만 보기 불편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많이 신경이 쓰였다.”


-<펜트하우스>는 모든 캐릭터가 뚜렷한 서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대본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배우들의 역할도 크다.


“우리 배우들은 정말, 선물 같은 존재들이었다. 연기로 개연성을 만들고, 악역이라고 하더라도 대본에 충실해서 그 감정에 이입하려고 최선을 다해주었다. 대본을 믿고 따라주었다. 아마도 그 신뢰는 술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하하하). 초반에 캐스팅을 하고 자연스러운 술자리를 통해 ‘서로 믿고 가자!’라는 동지애가 생긴 듯하다. (그 후엔 코로나 때문에 거의 만나지 못해서 그게 제일 서운하다. 시즌1, 2 쫑파티도 못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나중에라도 다 같이 뭉쳐서 거하게 제가 쏠 수 있길 고대하고 있다)


특히 오윤희 역을 맡은 유진에게 이 기회를 빌어서 감사함을 전한다. 시즌1에서 민설아를 죽인 살인자가 되면서 많은 욕을 먹고, 본체 또한 ‘멘붕’이 왔을 터인데, 한 번도 불만을 얘기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가장 오윤희다울까만 고민하면서 대본에 집중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그 선하고 예쁜 얼굴로 잘 소화해주어서 감사할 뿐이다.”


-특히 윤종훈, 박은석, 하도권, 김로사, 김동규, 김도현, 김영대, 한지현, 최예빈, 이태빈 등 ‘배우들의 재발견’이 굉장히 눈에 띈다.


“이번 드라마에서 배우들의 좋은 연기는 오롯이 그분들이 일궈낸 것이다. 배우는 현장을 먹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 현장에서 대본에 숨을 입히고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로건리 같은 박은석, 가장 마두기 같은 하도권, 가장 양집사 같은 김로사, 가장 주석훈 같은 김영대를 기대했다. 다행히도 젊은 배우들이 선배들과 직접 호흡하면서 때론 배우고 때론 경쟁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잘 성장시킨 거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최고의 배우가 될 거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 세 명의 비서님들이 이번 시즌3 스페셜 ‘히든룸’의 문을 열어주고, 끼를 맘껏 발산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뿌듯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앗. 김로사 배우님~ 저 배우님 안 미워해요. 정말 사랑해요~ 끝까지 함께 하진 못했지만 존경하고 ‘찐팬’이 됐어요. 늘 응원합니다!)”


-‘주단태’는 ‘단테의 신곡’의 단테와 주피터(제우스)를 모티브로 따서 만든 이름, ‘배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모티브를 따서 만든 이름 등 캐릭터 이름에 대한 의견이 많다.


“캐릭터 이름은 보조작가들과 회의하면서 지었다. ‘배로나’는 오페라 축제가 떠오르는 이탈리아 도시 이름을 따왔고, ‘주단태’라는 이름은 딱히 제우스를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가장 강렬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름으로 지었다. 제일 먼저 지은 이름은 ‘오윤희’인데, 누구나 주변에 한 사람쯤 알고 있을 법한 흔한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사실 극중 이름 짓는 게 참 어렵다. 그쪽엔 재능이 없는 편인데, 이번엔 운이 좋게도 이름들이 캐릭터와 잘 맞는다고 해서 다행이다.”


-<펜트하우스3>의 주제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시즌3의 주제는 ‘파멸’이다. 인간이 죄를 짓고, 온 세상이 다 무너져버리는. 그러나 그 끔찍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고, 무너진 돌 틈 사이에서 새싹이 태어나겠지.”


-<펜트하우스>가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드라마로 남겨지길 원하는가?


“어떤 시청자가 남긴 댓글이 생각난다. ‘천서진이 평생 어떻게 살아갈지 계속 보고 싶다’고. 작가로서는 참 감사한 글이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모든 캐릭터가 어떻게 살지 궁금해 해주신다면, 가장 보람되고 기쁜 일이 될 거 같다. 저도 어릴 때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극중 인물들을 떠올리며 행복해지길 바라고, 꿈에서조차 교류했던 기억이 있다. (노희경 작가님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 나오는 ‘재호’는 아직도 꿈에서 만난다) 또 하나!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가장 행복하구나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저는 진짜 머리 아파서 펜트하우스에서 하루도 못 살 거 같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린다. 배우들과 작가, 연출, 스태프 모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떤 결말로 인물들이 최후를 맞게 될지 지켜봐 달라. 여러분이 추리한 모든 것이 맞을 수도, 하나도 안 맞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 결말이 여러분을 잠시라도 짜릿하게 해주길 소망한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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