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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소통 가능한 외계문명 최소 36개”…우린 ‘그들’과 만날 수 있을까

“추산 거리 1만7000광년, 너무 멀어

현재 기술로는 쌍방향 소통 어려워”

경향신문

지난해 미국의 스피처우주망원경이 적외선으로 촬영한 은하계 중심의 모습. 이달 영국 연구진은 은하계에 최소 36개의 외계문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2016년 개봉한 미국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는 어느 날 갑자기 세계 12곳에 외계 우주선이 내려앉으며 시작한다. 각국 정부는 외계 생명체가 원하는 것이 평화인지, 전쟁인지 몰라 노심초사한다. 정부에 의해 투입된 언어학자 루이즈 뱅크스(에이미 애덤스)는 이들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치며 ‘방문 목적’을 묻기 위한 소통을 시도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혼인 루이즈는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딸이 사망에 이르는 환영을 경험하며 혼란에 빠진다.


환영의 원인은 외계 생명체와의 ‘언어 수업’이었다. 루이즈도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이해하며 그들이 가진 ‘특별한’ 사고력을 부지불식간에 익힌 것이다. 바로 미래를 보는 능력이었다. <컨택트> 속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온 것도 3000년 뒤 위기에 빠질 자신들을 내다보고 인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줄거리의 공상과학(SF)영화가 관객의 이목을 끄는 건 지적 능력을 지닌 외계 생명체에 대한 공감대와 기대가 대중 사이에서도 존재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목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노팅엄대 연구진이 지난주 “우리 은하에 행성 간 통신이 가능한 기술을 가진 최소 36개의 문명이 존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행성 간 통신이란 주로 전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진은 별과의 거리 등 지구와 조건이 유사한 행성에선 탄생 뒤 50억년을 전후해 지적 생명체가 등장한다는 가정을 세운 뒤 상황에 따라 5억년이 빨라질 수도 있고 느려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이다. 여기에 더해 은하계에 존재하는 별들의 금속 함유량 자료를 반영했다. 태양처럼 각종 금속을 행성에 공급할 수 있는 별의 존재를 변수로 넣은 것이다.


연구팀은 통신이 가능한 기술 문명을 갖춘 행성을 은하계에서 고르게 배치했을 때 서로 간 거리는 1만7000광년에 이를 것으로 계산했다. 지구에서 출발한 빛은 2초도 되지 않아 달에 다다른다. 이런 가공할 빛의 속도로도 1만7000년을 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전파의 속도는 빛과 같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통신 방식으로는 원활한 소통을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이라도 하려면 ‘문명의 수명’이 길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한 문명이 외부로 전파를 발신한 뒤 응신을 받을 때까지 살아남아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답을 하기 전에 전파를 발신한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면 문명 간 대화는 불가능하다.


연구팀을 이끈 크리스토퍼 콘슬라이스 노팅엄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의 문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구에는 외계 생명체가 만든 전파가 날아올 것이라고 믿는 일부 과학자들이 불철주야 전파망원경 곁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우주에 ‘적막’이 깊게 흐르는 건 인간에게 좋은 징조가 아닌 것이다. 지구를 포함해 우주에 생기는 기술 문명의 일반적인 수명이 짧다는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대처 등 지금 우리가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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