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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늘자 더 파래지는 지구...아름다워 더 슬픈 바닷물 색깔

미국 연구진, 기후변화 예측

온실가스 늘자 더 파래지는 지구...

2018년 5월5일 인공위성이 촬영한 푸른 북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에메랄드빛을 띠며 증식하고 있다(위쪽 사진). 다음날 같은 지역을 확대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뭉게구름처럼 바다로 퍼져나가는 플랑크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녹색은 바다에 녹아 있는 유기물질과 해면 부근에 부유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닌 엽록소 때문이다. 자료: 미국항공우주국 지구관측소(NASA Earth Observatory)

아열대, 식물성 플랑크톤 줄어 ‘청색’

적도·극지방, 번식 늘어 ‘진한 녹색’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한 영상을 볼 때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지구 면적의 약 71%를 차지하는 바다의 푸른빛이다. 때로는 파랗고, 때로는 녹색이나 에메랄드빛에 가까운 바닷물의 색깔은 ‘푸른 별 지구’를 대표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지구로부터 약 60억㎞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두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했다. 이 역시 바다의 푸른 빛깔 덕분에 생겨난 것이다.


세기 말 ‘더 짙어지는 면적’ 50% 확대

계절에 상관없이 같은 색 고정될 듯


그런데 기후변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미래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보다 푸른빛이 더 진하게 변한 지구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말에는 지구 전체 바다의 약 50% 면적이 더 짙은 푸른색이나 녹색을 띠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국 국립해양학센터 등 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가장 짙은 푸른색으로 보이는 아열대 지역의 바다는 더욱 푸른색으로 변하고, 적도와 극지방 바다의 색깔은 더욱 진한 녹색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인류가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바다로부터 반사되는 푸른빛을 관측한 결과 바닷물 색깔이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바닷물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분포가 해수온도 상승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플랑크톤의 서식 밀도, 다양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상호작용, 지구 곳곳 바다의 색깔 변화 등에 대해 분석했다.


바다에서 인간의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범위는 해면으로부터 약 200m 깊이 정도까지다. 그보다 깊은 바닷물 속은 암흑처럼 검게 보인다. 바다가 푸르게 보이는 까닭은 물 분자가 태양빛에서 파란색 이외의 색은 흡수해 버리고,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물 자체만으로는 푸르게만 보여야 할 바닷물이 녹색이나 에메랄드빛을 띠는 경우가 많은 것은 바다에 녹아 있는 유기물질과 해면 부근에 부유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지닌 엽록소 때문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을수록 바다는 녹색에 가까운 색을 띠게 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엽록소를 지니고 있어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수천종에 달하는 식물성 플랑크톤 중에는 따뜻한 바닷물에 적응한 종도 있지만 차가운 바닷물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한 종들도 있다. 해수온도 상승이 계속될 경우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발생할 것이고, 반대급부로 크게 번성하는 종도 나타날 수 있다. 서식 지역이 완전히 달라지는 종도 나올 수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사라진 지역의 바다는 더욱 푸른빛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크게 늘어난 지역의 바다는 진한 녹색을 띠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쇠에 따라 바닷물의 색깔도 크게 변할 수 있는 셈이다.

온실가스 늘자 더 파래지는 지구...

인공위성이 2018년 12월17일 남아메리카 남부 동해안의 아르헨티나해를 위성 촬영한 모습(왼쪽 사진)과 같은 지역 엽록소 농도를 촬영한 사진(오른쪽)을 비교하면 초록빛 띠 모양의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라는 뜻이다. 자료: 미국항공우주국 지구관측소(NASA Earth Observatory)

연구진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적어 푸른빛으로 보이는 아열대 지역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더욱 줄어들면서 바닷물이 더 진한 파란빛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적도와 극지방의 바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면서 더욱 짙은 녹색을 띠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바닷물의 색깔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밀도 변화에 따라 달라지지만 연구진은 해수온도 상승이 계속되면 미래에는 계절 변화와 상관없이 바닷물 색깔이 같은 색으로 고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해수온도 상승은 해류 순환을 막으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해류의 흐름이 불규칙해지고, 바다 내부가 따뜻한 물로 이뤄진 층과 차가운 물로 이뤄진 층으로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온이 극명하게 다른 두 층은 쉽게 섞이지 않는다.


연구진은 또 식물성 플랑크톤의 분포와 종류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바닷물 색깔이 변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전체 환경이 변화할 것임을 나타내는 전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대표저자인 스테파니 두트키예비츠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해면의 색깔 변화가 실은 지구 규모로 일어나는 큰 변화의 전조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반”이며 “식물성 플랑크톤이 없다면 바다에 사는 생물은 생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트키예비츠 박사는 “해양 온난화는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으로부터 시작해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생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죽으면 탄소를 품고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바다는 물론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해수온도 상승은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능력을 떨어뜨려 기후변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치명적인 결과도 나을 수 있다.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적어지고, 이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해수온도 올라갈 땐 CO2 흡수 줄며

대기 CO2 농도 상승 ‘악순환’ 우려


연구진은 지구 전체 평균기온이 2100년까지 약 3도가량 상승할 경우를 전제로 이번 예측을 내놓았지만 현재 추세대로 가면 바닷물의 색깔은 연구진의 예측보다 더욱 짙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기상기구(WMO)는 이번 세기말 지구 전체 평균기온의 상승폭이 약 3~5도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WMO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당시 “우리는 기후변화를 처음으로 인식한 세대이자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경고했다.


지난 6일 WMO는 2015~2018년이 관측사상 가장 더운 기간이었으며 이는 장기적인 기후변화가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명확한 증거라고 발표했다. WMO는 또 역대 평균기온 상위 1~20위가 모두 최근 22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WMO는 지난해 11월 2018년이 관측사상 4번째로 더운 해였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11월 이후의 기온 데이터를 추가했다. 2018년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은 약 14.69도로 이는 1951~1980년 평균치보다 0.83도 높은 수치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도가량 높아졌다. 관측사상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 두번째는 2017년, 세번째는 2015년으로 기록돼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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