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주민 속타는데 당선인과 만찬…누굴 위한 경북지사인가
산불 확산되는 시점에 통합당 의원
당선인 3명과 반주 곁들여 3시간가량 모임
이철우 지사, 급박한 상황 대응 논란
도 “보고 받았고 다음날 일찍 현장으로”
경북 안동에서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산림 800㏊(잠정 집계)를 태운 산불이 발생할 당시 이철우 경북도지사(사진)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산불이 확산하던 시점에 미래통합당 소속 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과 반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는 등 3시간가량 모임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28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이 지사와 김병욱·김희국·정희용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도 간부 공무원 등은 지난 24일 오후 6시40분부터 경북도청 인근 식당에서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도 관계자는 “당선인 축하 및 지역사업 예산 확보 당부 등을 주제로 건배 제의가 몇 차례 오갔다”고 밝혔다.
앞서 산불은 이날 오후 3시39분쯤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했다. 산불감시원이 발견한 뒤 곧장 경북도까지 보고됐다. 안동시 관계자는 “이미 오후 늦은 시각이라 헬기 투입이 가능한 일몰 전까지 불을 끄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면서 “대기가 건조했고 초속 8m가 넘는 바람마저 불어 대형 산불이 우려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철우 지사는 오후 3시부터 도청에서 홍준표 당선인과 만났다. 이후 5시부터는 총선 당선인들을 만나 도청 주변에 황토로 조성된 산책로를 맨발로 걷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이 지사와 당선인들의 만남은 저녁자리까지 이어졌다.
‘산림보호법’을 보면, 산불 발생 시 통합지휘권은 해당 지역의 기초단체장인 안동시장에게 있다. 이 법은 100㏊가 넘는 산림 피해가 예상되거나 24시간 이상 산불이 지속될 경우 지휘 권한을 격상해 시·도지사가 이를 지휘하도록 규정한다. 즉 이 지사는 산불이 날 당시에는 지휘 책임이 없었다.
하지만 지자체 안팎에서는 수십㎞가 떨어진 도청에서도 연기가 확연하게 보이는 등 상황이 급박했던 만큼, 이 지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림청은 일몰(오후 7시7분) 전까지 헬기 19대를 급파하고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1257명을 투입했지만 조기 진화에 실패했다. 산불 현장 인근에 위치한 상아리와 하아리 지역 주민 등 250여명은 청소년수련원 등지로 대피해야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휘계통 변경 등은 현장에서 피해면적 등 상황을 본 뒤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당선인들과의 저녁자리가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7시59분에야 안동시장에서 경북도지사로 통합지휘본부장을 격상시켰다.
2018년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2009년 이후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30㏊ 이상 피해가 난 산불은 모두 15건이다. 이번 안동 산불은 2009년 4월 칠곡에서 발생한 산불(407㏊ 피해) 이후 가장 큰 피해 사례로 기록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 지사는 저녁식사 중에 산불이 커진다는 환경산림국장의 전화 보고를 받았고, 안동시장 등과 통화한 뒤 다음날 오전 6시쯤 현장을 찾았다”고 해명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