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 김경희, 6년 만에 김정은과 함께 등장
‘백두혈통’ 단합 과시
25일 명절 공연 나란히 관람
대미 ‘정면돌파전’ 선포한 북
내부 결속·정통성 강조 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 고모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김 위원장 오른쪽부터)과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전 비서가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과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북한이 김경희를 등장시킨 것은 ‘백두혈통’ 정통성을 강조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1월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셨다”면서 ‘김경희 동지’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일환 당 부위원장, 조용원·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부부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자 1면에 검은색 한복을 입은 김경희가 김 위원장 부부, 김여정 제1부부장 등과 나란히 주석단에 함께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을 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핵심 인사로 활동해오다 2013년 12월 남편인 장성택이 반역죄로 처형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3년 9월9일 김 위원장과 함께 정권 수립 65주년 경축 노동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하고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게 마지막 공개활동이었다. 이에 자살설, 독살설 등 김경희의 신변을 둘러싼 각종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건강 문제로 치료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김씨 일가가 나란히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북한이 공개한 것은 ‘백두혈통’의 단합된 모습을 과시해 미국과의 정면돌파전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올해 북한이 ‘백두의 혁명정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백두혈통 2세대인 김경희를 통해 체제 정통성을 확고히 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장성택 처형과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이후 짙어진 가족 간 불화와 갈등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통신은 “관람자들은 김정은 동지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며 우리 당의 탁월한 정면돌파 사상과 실천강령을 받들고 불굴의 혁명신념과 투쟁정신으로 당 창건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사회주의강국 건설사에 특기할 새로운 승리를 이룩해갈 혁명적 열의에 충만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 중심의 세대교체가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김경희가 75세의 고령이란 점에서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