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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밤 늦게 서울 도착해 곧바로 '닭한마리' 만찬

경향신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이 서울에 오자마자 ‘닭한마리 만찬’을 했다. 코로나19 검사로 일정이 미뤄져 만찬이 무산될 뻔 했지만 밤 10시 무렵에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의 ‘닭한마리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방한 때마다 서울 광화문의 ‘닭한마리’ 식당에 자주 들렀다. 닭 한마리와 감자, 버섯, 떡과 야채를 넣어 끓인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만 해도 2월, 5월, 8월, 12월에 이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 마크 리퍼트 전 대사도 종종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어머니날’이었던 지난 5월9일엔 비건 특별대표가 직접 ‘닭한마리’ 요리를 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당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트위터에 비건 부장관이 앞치마를 두르고 커다란 냄비 앞에서 요리 중인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후라이팬을 한 손으로 잡고 호박전을 뒤집기도 했다.


이번 방한 때도 비건 특별대표의 ‘첫 끼니’는 ‘닭한마리’로 예정돼 있었다. 닭한마리 식당의 요리사를 미 대사관저에 초청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군사령관 등과 만찬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검사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오후 3시쯤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6시간 대기해야 했다. 서울에는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은 밤이었지만 비건 부장관은 미 대사관저로 직행했다. 약 한시간 동안 머물며 ‘닭한마리’를 즐기고 11시가 넘어 숙소로 향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7일부터 오는 9일까지 방한 일정을 소화한다. 당국자들과 만나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맞교환하는 스몰딜을 주장해 온 인사로, 그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건이 야밤에 ‘닭한마리’ 만찬을 즐긴 사실이 알려지자 8일 오전 한국 트위터에서는 ‘닭한마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폴란드 출신인 비건 특별대표가 닭한마리 요리를 ‘어머니가 만들어 준 소울푸드’처럼 느낀다는 과거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공유하며 폴란드 수프 요리와 닭요리의 유사성에 대해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쯤되면 (대북 문제에 관해) 닭한마리 요리사가 나서서 비건을 설득해야 한다” “비건은 애초부터 닭한마리 때문에 한국에 왔다” 등의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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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머니날’에 직접 ‘닭한마리’ 요리를 하고 있는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 해리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트위터 영상 캡처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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