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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단’이여, 봉기하라···민트초코는 어쩌다 논쟁의 중심에 섰나 [커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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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나는 중립이다.”


“민트 초콜릿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은 축구선수 손흥민의 답이다. 지난달 20일 토트넘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팬들과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장면이다. 질문자는 손흥민의 국내 팬(@ssonsal_0708)이었다. 이 팬은 “민트초코가 제 인생에 이렇게 큰 행운을 안겨줄지 몰랐다”며 기뻐했다. 누리꾼들은 “반(反)민초단이지만, 오늘은 갓(god)민초 인정한다” 같은 축하 댓글을 달았다.


한철 반짝 유행하고 말 것 같던 민트초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민트초코 좋아하세요?’는 연예인, 운동선수 가리지 않고 유명인이라면 한 번쯤 받아보는 질문이 됐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은 대표적인 반민트초코 연예인으로, 가수 아이유는 민트초코 마니아 연예인으로 분류된다.


유명인이 민트초코에 대한 취향을 밝힐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논쟁은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민초단’(민트초코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민초단이 앞세운 ‘민트초코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구호처럼, 민트초코는 일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마트와 편의점 제과 코너에선 민트초코 맛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TV 드라마에는 생간 대신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구미호가 등장했다.


민트초코가 고민거리인 사람도 있다. 이화여대 정문 앞 카페 ‘모모 커피&마카롱’을 운영하는 정우성씨(43)는 민트초코 맛 마카롱을 가리키며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했다. “하도 유행이라고 하니까 팔기 시작했는데, 어떤 날은 정말 안 팔려요.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은 꼭 이 맛만 찾아서 함부로 뺄 수가 없네요. 최근 메뉴를 정비하면서 마카롱 10종류를 줄였는데, 고구마 맛을 뺄까 민트초코 맛을 뺄까 고민하다 민트초코는 살려두기로 했어요.”


RM은 민트초코가 “희대의 난제”라고 말했다. 민트초코가 뭐길래, 밀레니얼 세대들은 서로의 호불호를 묻고 끊임없이 논쟁하는 걸까. 민초단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들을 바라보는 식품·유통업계의 견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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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겐 치약맛, 나에겐 최애맛


탕수육 ‘부먹’ ‘찍먹’ 오랜 논쟁을 넘어, 밀레니얼 세대는 묻는다 ‘민트초코를 좋아하세요?’

개성 표현하며 취향 공유하는 재미…‘민초단’의 부상에 대중문화도 식품업계도 입맛 주파수 맞추는 중이다


■호불호 논쟁의 끝판왕, 민트초코


민트초코는 박하와 초콜릿을 결합한 음식류의 통칭이다. 초콜릿 비중이 클수록 어두운 갈색을 띤다. 초콜릿 비중이 작으면 파란 색소를 첨가해 푸른빛이 돌도록 한다. 영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음식이란 설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영국 유래설은 1973년 영국 왕실 디저트 공모전에서 사우스데번 대학교 재학생 마릴린 리케츠가 ‘민트 로열’이란 이름으로 제출한 아이스크림이 ‘민트초코’의 시초라고 주장한다. 유럽에선 16세기부터 초콜릿 원형인 카카오와 박하를 섞어 먹었다. 배스킨라빈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은 미국 본사가 1948년 개발했다. 한국에선 배스킨라빈스 코리아가 1990년 ‘민트 초콜릿 칩’이란 이름으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들여오면서 대중화됐다. 음식 취향에 대한 논쟁은 오래된 인터넷 놀이문화다.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서 먹느냐, 찍어서 먹느냐 하는 ‘방법론’부터 음식재료 조합에 대한 논쟁까지 다양하다. 민트초코와 함께 호불호 음식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하와이안 피자를 두고선 치즈와 빵을 베이스로 한 따뜻하고 짭조름한 피자에, 차고 단 성질의 파인애플을 올려 먹는 것이 옳은지를 다툰다.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 ‘음식 MBTI’도 유행이다.


민트초코 논쟁의 핵심은 박하 향과 청량감에 대한 입장 차다. 배스킨라빈스 명동 1호점을 찾은 20대 여성 A씨는 “민트초코 맛을 가장 좋아한다. 단 음식을 먹으면 입안이 텁텁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민트초코는 향이 상쾌하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서 좋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 매장을 찾은 30대 남성 B씨는 “민트초코 맛은 치약이나 파스 냄새가 나서 거북하다. 먹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트초코 논쟁이 유독 두드러진 건 개인 기호를 밝히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민트초코 좋아하세요?’란 질문이 밈(meme·온라인에서 다양하게 복제되는 콘텐츠)으로 퍼져나갔다. 민트초코에 대한 호불호 입장을 밝히는 일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파벌이 형성됐다.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연예인과 싫어하는 연예인을 구분한 명단이 만들어졌다. 막 데뷔한 신인 아이돌 그룹은 통과의례로 호불호를 말해야 한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음식 취향을 많이 물어보는데, 그중에서도 민트초코에 대한 기호를 밝히는 일은 실시간으로 기사가 나올 만큼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인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일상의 강한 유대관계를 선호하는 이전 세대와 달리 약한 유대관계, 즉 인터넷에서 얼굴 한번 보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의미를 찾고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며 “사소한 이슈에서도 자신과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식과 맛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쉽게 콘텐츠 생산 주체가 될 수 있는 주제”라며 “이 때문에 오랜 이야깃거리이자 놀이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놀이문화는 일상으로도 이어진다. 중학교 교사 박모씨는 “지난해부터 아이들이 ‘민트초코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빈도가 늘었다”며 “애매하게 답하면 아이들이 싫어한다. 확실하게 ‘나는 민초파야’하고 답한다. 자신과 취향이 맞지 않아 ‘실망했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 질문을 통해 서로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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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외길 인생, 민초단의 등장


민초단의 등장은 빅데이터 분석으로도 나타났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단어 민초단에 대한 언급량이 2019년 10월 300여건에서 지난 10월 1400여건으로 1년 만에 약 5배 증가했다.


박지현 썸트렌드 에디터는 “다른 SNS 플랫폼에서도 지난 1년간 민초단 언급량이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며 “민초단이 ‘민트초코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슬로건을 앞세우면서 ‘지배하다’가 연관어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민트초코 연관어 ‘지배하다’는 인스타그램 기준 지난해 129건에서 2020년 513건으로 언급량이 늘었다.


민초단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 짓는 사람도 늘었다. 프로필에 ‘민초단’을 표기한 SNS 계정 40여개를 무작위로 골라 민초단임을 밝히는 이유를 물었다. 응답자 32명 중 15명은 ‘단순 재미’를 이유로 꼽았고, 13명은 ‘개성 표현’이라고 답했다.


‘개성 표현’을 꼽은 응답자 중 한 명인 정보람씨(29)는 민트초코 맛 신제품이 출시되면 이를 알리고, 제품의 맛을 리뷰하는 SNS 계정을 8개월째 운영 중이다. 정씨는 “내 돈으로 디저트를 마음껏 사 먹을 수 있는 성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민트초코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민트초코를 좋아한다는 건 나를 표현할 때 빠질 수 없는 설명이고, 나를 잘 드러내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나처럼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그들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졌어요. 민초단이라고 하면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죠.”


임주현씨(20)는 ‘민초(민트초코) 외길 인생’을 외친다.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었다. 임씨는 “민트초코 맛 신제품이 나오면 그 소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맛있는 민트초코 맛 음식을 발견하면 추천하기도 한다”며 “음식 얘기만 하는 건 아니다. 민트초코라는 공통의 취향으로 뭉친 건 맞지만,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이라 생각해 소소한 일상 얘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SNS 프로필에 민초단을 밝히는 건 개성 표현인 동시에 같은 취향의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는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씨와 임씨는 민초단을 설명하며 공통으로 ‘핍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특이한 식성으로 여겨지는 음식이 많지만, 민트초코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드러내는 거부 반응이 컸어요.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그걸 왜 먹어?’였죠. 민초단은 핍박받던 민트초코 애호가들에게 해방감을 줬어요.”(정씨) “민초단이 뜨면서 민트초코에 대한 핍박이 좀 사라진 것 같아요. 진지한 얘기는 아니고요. 농담으로 민트초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핍박받는다, 이런 말을 많이 했거든요.”(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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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초코는 정말 소수 취향일까


유행에 민감한 대중문화는 민초단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내보였다. 3일 종영한 tvN 드라마 <구미호 뎐>에서 600년 묵은 구미호 이연(이동욱)은 간 대신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 민초단이란 설정이 드라마 주인공의 특징으로 쓰인 것이다.


<구미호 뎐> 대본을 집필한 한우리 작가는 기자가 서면으로 묻자 “간을 먹는 구미호가 공식처럼 여겨지는데, 이연은 간을 입에도 대지 않는 대신 민트초코라는 기호를 추가했다”고 답했다. 한 작가는 “민트초코는 꽤 직설적인 향을 가진 아이스크림이고, 극중 이연은 그것을 ‘숲의 향기’라고 말한다”며 “다행히 이동욱 배우가 이 호불호 뚜렷한 향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민초단을 언급한 노랫말도 등장했다. 가수 시도는 지난 5월 그룹 빅스의 멤버 라비가 피처링한 ‘민트초코 전쟁’이란 곡을 발표했다. 경쾌한 템포의 발라드곡인 이 곡에는 “파스텔을 담아낸 민트 컬러 초콜릿, 신이 창조 후에 놀란 맛 I love it, 누가 치약 맛이래 감히, 커뮤니티 가입해 민초 반대파에 한마디, 배스킨 쿼터를 난 민초로 다 올인” 같은 가사가 담겼다.


식품·유통업계는 이 놀이문화를 좇아간다. ‘민초단’을 팬슈머(팬+소비자, Fansumer)로 규정하고, 이들을 겨냥한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간 출시된 민트초코 맛 신제품은 100여개에 이른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해외에서만 판매되던 민트초코 맛 쿠키를 지난 1월 한정 판매했으며, 공차·빽다방·투썸플레이스 등 카페 프랜차이즈와 설빙·던킨도너츠 등 디저트 카페는 민트초코 신메뉴를 선보였다.


민트초코 논쟁의 기저에는 ‘민트초코는 소수취향’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민트초코가 일부 마니아만이 선호하는 맛이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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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코리아 홍보를 담당한 현주엽 SPC 홍보실 부장은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은 작년 11월부터 올 11월 말까지 1년간의 누적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1위는 초콜릿 무스를 베이스로 한 ‘엄마는 외계인’ ”이라고 했다. “민트초코 맛은 출시 이후 30년간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근엔 온라인에서 민초단, 민초배척단 등 맛에 대한 호불호 표현이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으면서 판매량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도영 GS리테일 홍보팀 차장은 “상품 관련 시장조사 과정에서 ‘민초단’ ‘민트초코 마니아’ 등의 키워드 검색이 높다는 점에서 착안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GS25 편의점 한정 신상메뉴로 민트초코 케이크를 출시했다”며 “5월과 6월 디저트 케이크 카테고리 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올여름 한정 메뉴로 민트초코 밀크티를 출시했던 공차 측은 “민트초코가 온라인 밈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민트초코 메뉴를 출시해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꾸준했다”며 “민트초코 음료는 출시 초기 멤버십 회원 기준으로만 하루에 약 1만잔 가까이 판매됐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10대와 20대 여성의 선호가 높았다”고 말했다.


바닐라·초코·딸기 맛에 이어 민트초코를 아이스크림 ‘슈퍼콘’ 4번째 맛으로 출시한 빙그레의 김태규 홍보팀 과장은 “온라인상에 민트초코 논쟁이라는 놀이문화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 측면에서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라며 “슈퍼콘의 매출 순위는 초코·바닐라·딸기·민트초코 맛별로 40·30·20·10% 매출 비중을 보였다. 바닐라·초코·딸기 등 메인 향료가 아닌 추가 향료인 민트초코가 10%의 비중을 보인다는 것은 긍정적인 성과로, 소수 마니아만 즐기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민초 ‘맛’ 호불호, 혀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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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공학자가 말하는 ‘민트초코’ 논쟁…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민초의 시원한 맛…청량감의 정체는 온도수용체 자극하는 ‘멘톨’

맛, 입·코로 느끼는 건 시작일 뿐 감정·심리적 요인 등 뇌가 차지하는 비율 커

“적당한 맛 논쟁은 괜찮지만 취향 다르다고 조롱하거나 배척하는 건 잘못”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같은 민트초코를 먹고 누군가는 맛있다고, 누군가는 맛없다고 느끼는 것일까. 답을 찾으려고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를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서울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1988년부터 2000년까지 해태제과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일했다. 2000년부터 서울향료에서 소재·향료 응용기술을 연구하고, 2013년부터 식품 관련 저술활동을 해왔다. 인문학이나 감성 영역에서 주로 다뤄지는 맛을 과학으로 접근해 설명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 민트초코의 ‘시원한 맛’은 왜 나는 건가.


“시원한 느낌, 청량감은 박하 주성분인 멘톨 때문이다. 멘톨은 우리 몸에서 15~25도 사이의 시원함을 감지하는 온도수용체(Trpm8)를 자극한다. ‘맵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43도가 넘어가면 몸이 뜨겁다고 인식을 하는데, 고추의 캡사이신은 온도와 관계없이 뜨거움을 감지하는 온도 수용체(TRPV1)를 활성화시킨다. 반대로 와사비나 겨자는 15도 이하의 차가움을 느끼는 온도수용체(TRPA1)를 자극한다. 엄밀히 따지면 ‘시원함’은 맛은 아니다. 맛이라고 하면 혀에서만 느껴져야 하는데 온도수용체를 둔 피부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


- 민트향을 맡으면 ‘치약’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은 ‘시원하다’는 것의 가치가 떨어졌는데, 과거에는 귀했다. 여름에 덥거나 아파서 열이 날 때 멘톨 성분을 피부에 바르면 시원해서 약으로 쓰였다. 멘톨 향을 맡으면 치약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치약은 원래 향이 없다. 개운함을 위해 멘톨 성분을 넣게 되면서, 향이 났던 것이다. 멘톨은 껌이나 사탕을 만들 때도 주로 쓰였는데, 식품에서의 사용은 줄어드는 추세다. 박하 잎을 본 적도 없고, 치약으로만 멘톨 성분을 접한 사람들은 향을 맡으면 자연스레 치약을 떠올린다. 향이 기억의 수단이라서 그렇다.”


- 초콜릿의 맛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초콜릿은 절반이 코코아버터, 즉 기름이고 나머지 절반이 당이다. 인간이 좋아하는 두 가지가 다 있으니, 동서고금 막론하고 사랑받는다. 맛은 칼로리에 비례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영양소가 있는, 칼로리 높은 음식들을 맛있게 느끼도록 진화했다. ‘보디감’이라고 하는 묵직함, 기름진 맛을 선호하는 것도 영양분이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만지면 딱딱한데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물성도 중요하다. 입에 넣었을 때 잔여감 없이 바로 녹아내리는 음식은 초콜릿이 유일하고, 사람들은 이런 물성을 좋아한다.”


- 박하와 초콜릿의 조합은 어떤가.


“조합 자체는 이질적이다. 기름(초콜릿)이 입안에서 시원하게 녹는다는 건 익숙한 느낌은 아니다. 의상을 갖춰 입을 때 옷들의 색깔 톤을 맞춰야 코디하기가 쉬운 것처럼 초콜릿은 고소한 너트나 시리얼 쪽이 어울린다. 반대로 청량감 있거나 신 재료와 조화를 이루긴 쉽지 않다. 오렌지, 레몬과 초콜릿의 조합이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 이질감 때문에 민트초코에 대한 호불호가 나뉜다고 보는 건가.


“기본적으로 사람은 낯선 음식을 싫어한다. 속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어울리지 않는 재료가 조합된 음식이 있으면 일단 경계부터 한다. 속았다는 기분이 들면 거부감도 생긴다. 맛이란 건 주관적이기 때문에 한편에선 초콜릿 특유의 느끼함을 민트가 시원하게 잡아주는 걸 좋아할 수도 있다.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 처음 나왔을 때도 거부반응이 상당했다. 아이스크림에서 시큼한 맛이 나니까 상했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포장지에 요구르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과 별개로 아이스크림에서 시큼한 맛이 나니 수상하다고 생각한 거다. 체리 맛 아이스크림도 대부분 실패했다. 화장품 냄새가 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다 배스킨라빈스 같은 전문점들이 팔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재밌는 건 낯선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전문점에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이다. 전문점은 믿을 만하고, 재밌는 경험을 하는 곳이라 인식한다. 그래서 먹지 않던 새로운 맛에도 도전한다. 반대로 일반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점에서 이색적인 맛이 흥했다고 함부로 따라 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특정한 맛을 누군가는 맛있다고, 누군가는 맛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우선 사람마다 감각이 천차만별이다. 호불호가 나뉘는 대표적 식재료가 오이다. 그냥 단순히 ‘맛이 별로’라는 게 아니라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쓴맛 수용체의 민감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오이 향이라고 불리는 향기 물질(노나디에놀·노나디엔알)을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 민감도에 따라 누구는 상쾌하게, 누구는 비리고 불쾌하게 인식할 수 있다. 특정 음식과 관련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도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 싫어했던 맛이나 향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가능한가.


“과거엔 고수(향채)를 대부분의 사람이 싫어했다. 고수에서 향을 내는 물질이 ‘데카날’인데 비누 향이나 악취가 난다고 했다. 중국 여행을 갈 때면 다른 건 몰라도 ‘노 샹차이’(고수 싫어)라는 말은 외워서 갔다. 요즘은 다르다. 시향을 하면 절반 이상이 ‘쌀국수 냄새’라고 답한다. 베트남·중국 음식점이 늘었고, 먹다 보니 익숙해진 거다. 고수 향이 더해지면 심심하던 음식에 리듬이 생기고 풍미가 잘 느껴진다고도 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은 스테이크를 지금처럼 먹지 않았다. 해외여행을 다녀와선 외국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먹는다며 놀라워했다. 지금은 스테이크를 ‘레어’로 구워 먹는 게 전혀 놀랄 일이 아닌데 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까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맛이 좋아지고 싫어지는 데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


- 맛이란 무엇인가.


“맛은 사회적이면서 공감각적인 현상이다. 입과 코로 느끼는 감각은 맛의 시작일 뿐이다. 맛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를 합한 게 100이라고 하면 감정, 심리적 요인 등 뇌가 차지하는 비율이 최소한 40%는 넘는다. 음식이 주는 가치(Benefit), 즉 내장기관이 느끼는 것이 30%, 오미·오감 30%로 볼 수 있다. 이것도 정확하지 않다. 한 가지 변수만 0점이어도 전체가 0점이 된다. 때론 0.01%도 안 되는 향이 엄청난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파란색 음식을 보면 식욕이 감퇴한다고 할 때는 시각적 요인이 90% 이상인 것 같기도 하다.”


- 맛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동양에선 ‘식구(食口)’라고 하면 한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말한다.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소속감을 준다. 그리고 소속감이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게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파벌을 모은다. 인간의 모든 욕망이 얽힌, 생존과 관련된 기본적인 욕망이 음식이다 보니 관심도 높고 인정욕구도 크다. 적당한 논쟁은 맛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고,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맛 취향이 다르다고 조롱하거나 배척하는 건 잘못이다. 나와 입맛이 다른 사람보다는 같은 입맛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해야 한다. 미각·후각·경험이 사람마다 다른데 공통으로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 맛에는 정답이 없다고 보면 될까.


“정답이 있긴 하다. 사흘 굶고 먹어도 맛없는 음식은 진짜 맛이 없는 것이다. 그 외에 먹을 것이 풍부한 현대사회에서 맛의 ‘더’와 ‘덜’을 가지고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 대부분의 음식 수준은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 맛으로 싸우기보다는 나와 같은 입맛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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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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