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미국인들도 감탄한 넓은 실내공간
‘쏘울 부스터 EV’ 타보니
완전 변경 모델, 386㎞ 주행 가능…스포츠카처럼 빠른 초반 가속
안전 운전 가능하게 하는 HDA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성지’다. 한때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였던 GM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모터스포츠 행사도 꾸준히 열린다. 이 때문인지 디트로이트 시내나 주변 고속도로에서는 한국차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예외가 있다. 기아차 ‘쏘울’이다. 쏘울은 기아차가 미국에 수출한 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다. 2014년 14만5001대, 지난해는 새 모델 출시 직전이라 10만3690대로 판매 대수가 줄었지만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3만대가 팔렸다.
미국 소비자들이 쏘울을 선택한 이유는 시트에 앉아 보면 단박에 알아차린다. 해치백 모델이지만, 실내 공간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큼 넓다. 헤드룸 공간이 동급 해치백이나 세단에 비해 손가락 길이 하나만큼 더 있다. 실내 폭도 넓어 제법 덩치가 있는 운전자나 동승자가 앞좌석에 앉아도 팔이 도어 패널에 간섭 받지 않을 정도다. 시승 때 뒷좌석에 앉은 탑승자들이 연신 ‘차가 정말 넓다’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트렁크 공간도 세단보다 넓다.
시승한 차는 쏘울 중에서도 전기차인 ‘부스터 EV(사진)’였다. 올 초 완전 변경된 모델이다. 주행 가능거리는 386㎞로 전기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기존 쏘울 EV(30kWh)보다 용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난 64kWh 고용량·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다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에코 플러스 모드 등 전기차 특화 주행모드도 갖췄다. 최근 충전시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기온이나 운전 습관에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기아차가 밝힌 주행거리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을 시승의 주요 목표로 삼았다. 고속과 장거리 주행을 하기 위해 경기 광주~강원 원주 간 고속도로를 왕복하고, 일부 시내 도로를 달려봤다.
‘부스터’란 별명에 걸맞게 초반 가속은 스포츠카처럼 빠르고 매끄럽다. 기존 모델보다 80% 이상 향상된 150㎾ 출력에, 운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속도에서 높은 효율을 내는 전기모터를 장착한 덕분이다. 강력한 가속성능에 때때로 브레이크 페달에 오른발이 저절로 올라갔는데, 제동 때의 느낌은 엔진을 사용하는 차보다 부자연스러웠다.
고속도로 주행 때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꾸준히 사용했다. 시속 80~90㎞로 곡선구간을 달릴 때 아주 가끔 차선을 벗어나곤 했다. 하지만 직선로에서는 몇분 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로의 중앙을 벗어나지 않았다. 야간인 데다 비가 오고, 안개가 짙게 낀 상황이었지만 HDA의 도움으로 덜 피곤하고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었다. ‘HDA 기능 때문에 외제차를 사지 않고 국산차를 구입했다는 운전자들도 꽤 있다’는 현대차 직원의 얘기는 거짓이 아닌 듯했다.
히터나 에어컨을 작동시키지 않아서인지 296㎞를 달린 뒤에도 계기판에는 61㎞를 더 달릴 수 있다는 주행정보가 떴다. 테스트를 하느라 급가속을 많이 했음을 감안하면 기아차가 밝힌 주행 가능거리를 얼추 맞춘 셈이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