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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진 않아도 구색은 제법, 군침도는 특산물에 위가 든든하군

(110) 군위 오일장

경향신문

군위 오일장은 3, 8일장이다. 매월 달력에 3, 8일이 든 날에 장이 선다. 7월3일, 대구에 편입됐다는 플래카드가 반기는 군위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2023년 7월1일자로 경북에서 대구시로 주소가 바뀌었다고 한다. 군위가 경북이던 시절, 나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전국을 100만㎞ 운전하고 다녔지만 군위는 스쳐 지나도 머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진짜로 없었나 생각해보니 딱 한 번 부계면에서 밥 한 번 먹은 적이 있었다. 무슨 일로 들렀는지는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았다. 10년이 지나 대구시 군위군이 된 생소한 동네의 장터 모습이 궁금했다.


읍내 상설시장을 가로지르는 통로에 오일장이 선다. 이웃한 의성과 비슷한 규모지만, 의성보다 길이도 짧고 상인도 적었다. 사실 대구시와 접해 있기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배후 도시가 있는 지역은 규모가 상당했기에 그런 생각을 해봤다. 배후 도시로 광주시가 있는 전남 화순이나 사천과 통영, 진주 사이의 경남 고성이 그러했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빠르게 걷다보면 2분 안에 장터의 끝에 다다르면서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다. 장터라는 게 크든 작든 공통점이 있다.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다는 것. 군위장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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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규모의 장터라면 여러 개 있을 족발, 도넛 파는 곳이 각각 한 곳만 있다. 시장이라면 으레 있는 통닭 튀기는 곳 또한 한 곳만 있었고 여느 곳처럼 가장 바빴다. 한여름, 사방에서 들리는 사투리가 없더라도 나는 여기가 경북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경북 장터에서만 유독 잘 보이고 손님이 많은 곳, 바로 ‘우무리카노’만 봐도 경북이구나 할 것이다. 고령 장터에서 별칭으로 붙인 얼음 동동 ‘우무 + 콩물’ 조합을 그리 부른다. 맛을 보면 고소한 콩물에 건더기로 송송 썰린 우무의 맛이 제법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해결할 수 없는 시장기까지 단박에 날리는 녀석이다. 


장터를 몇번 오다가다 보니 벌써 들통 하나가 바닥을 보였다. 한 잔은 마시고 따로 생수통에 담긴 것을 사 가는 이가 많다. 여름이면 군위에서 많이 나는 것이 자두와 가시오이다. 가시오이는 경북에서 생산하는 것의 30% 정도가 군위에서 난다고 한다. 가시오이, 취청오이, 다다기오이는 우리가 흔히 먹는 오이 종류다. 가시오이와 취청오이는 겉모습이 비슷하다. 짙은 녹색에 오돌토돌 돌기가 나 있다.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가시오이가 조금 더 길 뿐이다. 가시오이를 보면 돋아난 돌기 때문에 억세 보인다. 억센 겉모습과 달리 연하다. 껍질도 얇아 오이 김치나 장아찌와 어울리지 않는다. 바로 해서 먹는 무침, 미역 냉채, 볶음 등이 훨씬 낫다. 우리가 오이소박이 담그는 오이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색이 연해지는 다다기오이다. 둘을 놓고 보면 부드러워 보이는 것이 다다기오이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오이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이달 경북서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

의성보다 작은 장…구경은 금방 끝

족발·도넛·통닭같은 먹거리에

가시오이·자두·민물고기 등 특산물

우무 섞인 시원한 콩물도 곳곳에

여느 장처럼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푸짐한 국밥·정석의 짬뽕 ‘별미’

작은 동네지만 ‘기본 충실’ 맛집도

시장에는 햇감자와 옥수수가 한창이었다. 장터 어디를 봐도 옥수수가 눈에 띄었다. 찰옥수수가 나오는 것으로 여름 시작을 알렸다. 예전에는 참외나 수박 등이었다. 하우스 농사가 발달하면서 계절을 알리는 작물에서 진작에 탈락했다. 그나마 하우스 재배가 힘든 옥수수가 시장에 보이면 진짜 여름임을 실감한다. 맑은 하천이 지나는 동네 장터에는 민물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채소 파는 곳 옆에 빨간색 커다란 대야와 작은 대야 안에는 메기, 붕어, 동자개(빠가사리), 피라미 등이 있다. 냉면 그릇 안에는 귀해진 재첩이 담겨 있다. 재첩은 흔히 보기 힘든 조개라 여기지만 하천이 바다와 자유롭게 만나는 곳이라면 흔히 나던 조개다. 하구언으로 막은 이후로 귀해졌을 뿐이다.


내륙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어탕이나 추어탕 파는 곳을 흔히 볼 수가 있다. 어탕과 추어탕의 차이는 간단하다. 추어는 말 그대로 미꾸라지로 끓인 것, 어탕은 여러 종류의 물고기로 끓인 것이다. 민물고기는 먹기가 불편하다. 바다 것보다 잔가시가 많다. 바다 것에서 민물고기만큼 잔가시가 많은 것이 청어다. 먹기 불편해서 그렇지 굽든 찌든 맛있다. 민물고기도 그렇다. 먹기 불편한 잔가시를 제거해야 비로소 맛있는 살을 얻을 수가 있다. 


어탕 끓이는 법은 간단하다. 삶고, 살 바르고, 끓이면 된다. 크게 세 가지 단계만 거치면 된다. 다만, 단계를 제대로 거치면 반나절이 훌쩍 지날 뿐이다. 우선 손질한 민물고기를 생강과 함께 삶는다. 삶을 때 대가리와 비늘은 제거해야 한다. 흔히 민물고기 흙내의 주범은 덜 씻은 아가미가 원인일 때가 많다. 아예 제거하는 것이 편하다. 두어 시간 큰 뼈가 흐물거릴 정도로 삶고 나서 살과 뼈를 분리한다. 체 망이 조금 큰 것에 넣고 살을 으깨면 부드러운 살은 망 아래로 으깨어 떨어지고 억센 뼈는 망 위에 남는다. 밑으로 떨어진 살을 보면 잔가시가 많다. 이것을 삶은 물과 함께 믹서에 간다. 어탕이나 추어탕에서 잔가시를 볼 수 없던 이유다. 


된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과 끓이면 요리 완성이다. 아욱이나 시래기를 넣으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끓여 보면 우리가 사 먹는 어탕이나 추어탕이 참으로 묽다는 걸 알 수 있다. 어탕이나 추어탕이기보다는 된장국에 시래기가 든 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 먹는 음식에서 해 먹는 음식의 질을 바라면 안 된다. 그런데도 그게 잘 안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민물고기를 사면서 방아나 초피를 찾았다. 이 시기라면 방아는 있겠다 싶었는데 철 지난 미나리는 있어도 방아는 없었다. 예전에 집에서 어탕을 끓일 때 엄마는 양지를 넣었다. 소고기 국물이 매운탕에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고기 맛 조미료 넣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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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국밥

사는 사람 수만큼 식당도 적은 곳이 인구가 감소하는 동네의 특징이다. 검색을 해봐도 다른 지역의 반 정도 페이지만 검색이 된다. 어느 자료를 보니 전국 시군에서 편의점 숫자나 패스트푸드 점포 숫자 또한 군위가 가장 적다고 한다. 군청 건물 규모를 봐서는 몇 개 있어도 무방할 정도지만 말이다. 식당 수가 적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많으면 고르기만 헷갈릴 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장터 규모가 작아도 있을 건 있다. 


군위는 고기값이 저렴했다. 1+, 1++ 등급 등심 기준으로 100g에 8000원 수준(7월3일 시세 기준). 1인분에 보통 150g이라면 1만3000원 언저리다. 도시 기준이라면 반의반이다. 혼자인지라 고기 굽기는 포기하고 대신 곰탕을 골랐다.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고개에 소머리 국밥만 파는 곳이 있어 찾아갔다. 특과 보통 사이만 결정하면 된다. 다른 고민이 필요 없다. 보통으로 주문하니 이내 나왔다. 국물이 차분하고 깔끔했다. 고기 맛 또한 부드럽고, 고소했다. 양 또한 섭섭하지 않게 많았다. 평소 잘 먹는다면 특을 주문해야 한다. 혼자 라면 끓일 때 두 개를 끓인다면 특이 맞다. 하나만 끓이는 필자에게 보통이 딱 맞았다. 공깃밥이 국물과 고기 맛을 다소 반감시키는 것 빼고는 전국에서 손꼽는 맛이다. 크게 썬 머릿고기가 매력적이다. 식당이 있는 고개가 다락재인 듯싶다. 식당 이름이 다락재쉼터다. (054)38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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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읍내에서 구미 쪽으로 가다 보면 소보면이 나온다. 작은 면 소재지에 군위군 이름을 단 중국집이 있다. 보통은 중식당 이름에 무슨 무슨 루나 관이 흔히 붙는다. 근래에 생긴 곳들이 흔히 이름 짓는 방식이다. 지역의 오래된 중식당 중에는 지역명을 식당 상호에 붙이는 곳이 흔하다. 이런 곳의 특징은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은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짬뽕을 주문했다. 잠시 짜장 사이에서 갈등을 느꼈지만 이날은 짬뽕이 이겼다. 웍 도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짬뽕 한 그릇이 놓였다.


아주 기본에 충실한, 겉보기에 뭐가 있어 보이는 홍합도 없고 건더기 많아 보이라고 넣은 김치 쪼가리도 없었다. 채 썬 채소와 돼지고기만 있었다. 국물을 맛보니 아주 적당한 매운맛이 반겼다. 잘 볶인 채소의 단맛이 매운맛과 잘 어울렸다. 중간중간 슬쩍슬쩍 나는 불 내의 국물이 아주 좋았다. 내가 먹는 사이 주인장 내외가 짜장면을 만들어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고추를 춘장에 찍어 먹으면서 먹는 짜장면을 보니 다음에 지난다면 짜장면이다. 이름이 같은 군위식당이 읍내에도 있다. 여기는 군위군 소보면 군위식당이다. (054)382-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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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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