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남도 바다의 ‘제철 보물’이 가득…구수한 단맛 ‘김국’이 별미네

(71)광주 송정 오일장·말바우시장
경향신문

이용객이 많은 광주 오일장에는 전남의 항구에서 온 제철 식재료가 가득했다. 매생이, 김, 파래, 감태 등 해조류 중 물김에 먼저 지갑을 열었다. 김국은 매생이와 달리 구수하고 씹을수록 우러나는 단맛이 있다.

식재료가 있는 곳이면 안 간 곳이 없을 정도로 지난 20년 동안 많이 다녔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안 간 곳도 많다. 간 곳 중에는 지나치거나 아주 잠깐 머문 곳도 있다. 가장 많이 간 곳은 아마도 여기, 광주시가 아닌가 싶다. 2000년도부터 다니기 시작해 지금까지 꽤 많이 다녔다. 호남고속도로만 있던 시절, 전라도 출장의 시장은 항상 광주였다. 광주와 그 주변에 협력사도 꽤 많이 있어 자주 갔었다.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송정역도 자주 갔었다. 우리밀로 고추장, 된장, 간장을 만드는 곳이 있었다. 밀가루로 장을 만들면 쌀로 하는 것과 다른 맛이 난다. 은은한 단맛이 밀가루 장맛의 특징이다. 비빔밥이나 떡볶이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한주식품 (062)941-2393


오랜만에 찾은 송정역. 오일장터와 송정역시장 두 곳을 구경했다. 원래 목적지 시장은 이튿날 열리는 말바우시장이었다. 오일장은 사람이 차고 넘쳤지만, 송정역시장은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사람을 불러 모으던 장터가 사그라지는 까닭은 명확하다. 와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디든 있는 콘텐츠는 더는 사람을 불러 모으지 못한다. 장터는 사람과 상품의 하모니가 이뤄져야 숨을 쉬고 살아간다. 이웃한 오일장에 사람과 상품이 넘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둘러본 송정 오일장은 규모도 크고 흥이 나는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말바우시장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경향신문

송정역시장은 3×8일장, 말바우시장은 조금 복잡하다. 말바우시장은 2×7일은 큰 장, 4×9일은 작은 장이 선다. 한 달에 6번 정도 서는 오일장이 아니라 12번 선다. 필자가 간 날은 19일, 작은 장이 서는 날이다. 주차하기 위해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끝과 시작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제법 있다. 차를 세우고 시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길과 길을 연결하는 골목에도 판매하는 이가 있었다. 시장을 걸어서 다녀보니 비로소 윤곽이 잡혔다. 시장 중심은 상설시장 상인이, 외곽은 장터를 돌아다니는 전문 상인이, 길과 길을 연결하는 골목이나 통로는 할매들이 있었다.

경향신문

김·파래·감태…겨울철 해조류들

김국, 매생이·미역과 다른 씹는 맛

어물전에서 발견한 ‘군평선이’

대형마트선 보기 힘든 귀한 재료


세 가지 부위로 즐기는 생고기

깻잎·밥·묵은지와 한쌈 ‘천하일미’

로컬푸드 매장의 향긋한 딸기

‘겉바속촉’ 녹두전에 슴슴한 냉면

스토리텔링 있는 두유도 기대 이상

농수축산물이 생산보다는 소비가 전문으로 이뤄지는 광주. 다른 지역의 오일장과 달리 광주만의 것이 적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전남의 항구와 생산지에서 온 것들로 시장이 가득했다. 시장 한편에 제철 맞은 해조류가 있었다. 매생이를 기점으로 시계방향에 김, 파래, 감태가 있었다. 한곳에 모아두고 보니 쉽게 구별이 된다. 재작년 완도 청산도에서 먹은 김국이 생각나 떡국 할 요량으로 한 재기(김이나 매생이 등 해조류의 물기를 빼 동그랗게 뭉쳐놓은 한 덩어리를 일컫는 단위, 보통 400g 내외다) 샀다. 산지에서는 먹기도, 사기도 힘든 것이 물김. 김국은 매생이, 감태와 달리 구수한 맛이 있다. 미역과 다른 식감의 씹는 맛과 씹을수록 우러나오는 단맛이 좋다. 겨울철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방어만 찾지 말고 맛이 좋은 김국도 찾자.

경향신문

생고기는 육장에 찍어먹어도 좋지만 깻잎에 밥, 묵은지와 함께 싸먹는 조합이 최고다.

경향신문

세 가지 부위가 함께 나온 생고기

경향신문

잘 익은 상태에서 수확한 ‘로컬’ 딸기

말바우시장은 다른 것도 많지만 어물전이 곳곳에 있다. 목포가 차로 한 시간 거리인지라 목포산이 꽤 많았다. 갈치며 참조기, 삼치가 대부분 목포에서 온 것들이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어물전이 있었다. 다른 곳과 달리 생선 진열이 깔끔하지 못했지만, 그중에서 보물이 있었다. 금풍생이, 샛서방 고기로 불리는 군평선이가 주인공. 찜도 맛있지만 구우면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인 생선이다. 그냥 지나치면 집으로 가는 300㎞ 내내 후회가 밀려올 것 같았다. 가격을 물으니 큰 놈은 한 바구니 2만원, 작은 것은 1만원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속으로 외쳤다. “득템!” 오일장의 매력은 기대하지 않았던 식재료를 만나는 재미인 듯싶다. 틀에 박힌 대형할인점이나 슈퍼마켓과는 다른 오일장의 매력. 다니다 보면 보물찾기하는 재미가 있다. 광주는 소비의 도시이지만 생산도 한다. 대도시 주변의 근교 농업이 꽤 발달했다. 광주로 가면서 지금쯤 하우스에서 딸기가 나오겠거니 생각했다. 시장에는 많지 않았다. 로컬푸드 매장에 가보니 ‘광주산’ 딸기가 제법 있었다. 겨울에 로컬푸드 매장을 들른다면 꼭 사야 할 것이 딸기. 딸기는 잘 무르기 때문에 완전히 익은 것을 따지 않는다. 반면에 로컬푸드 매장의 딸기는 농장이 인근에 있기에 익은 것들을 따서 진열한다. 평소에 먹던 향과 다른 딸기를 살 수 있다. 로컬푸드 매장의 장점이다.


광주는 먹을거리가 참 많다. 연포탕을 처음으로, 가장 맛나게 먹었던 곳이 광주 상무지구의 식당이었다. 육전을 포함한 정식도 참 잘하는 곳이다. 그런 광주에서 선택은 생고기였다. 생고기는 전국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음식. 생고기, 육사시미, 뭉티기 등으로 다양한 이름이 있다. 굳이 광주에서 생고기를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세 가지 부위의 생고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추장, 참기름, 마늘 다진 것을 넣고 육장을 만들어 찍어 먹으면 술과 밥을 부르는 안주이자 반찬이다. 생고기 작은 것을 주문하니 다진 차돌과 아롱사태를 가지런히 엉덩잇살 위에 올려서 내온다. 희끗희끗 지방이 보이도록 뭉쳐서 나온 부위가 차돌. 오돌오돌 씹히는 지방의 맛이 좋다. 아롱사태는 진득하게 씹히는 맛이 엉덩잇살과 다른 식감이 재밌다. 사실 모든 소고기는 생고기로 먹을 수 있다. 다만 열을 가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에 생으로 먹지 않는다. 같이 나온 묵은지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배추에 묻은 양념이 적은 것으로 보아 묵은지를 만들기 위해 김치를 담근 것이다. 몇 년 묵히는 것은 양념을 적게 쓴다. 깻잎 위에 밥과 생고기, 묵은지 하나 올려 입에 물면 그 순간 천하일미가 내 입속으로 들어온다. 한우촌 (062)376-9886

경향신문

은은한 육향의 평양냉면과 녹두전

경향신문

따뜻한 역사를 품은 양림동의 두유

평양냉면이라는 게 수도권을 벗어나면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소 번잡스럽더라도 맛있는 냉면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속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에도 꽤 괜찮은 냉면집이 있다. 원래는 5·18민주화운동과 밀접한 음식인 주먹밥을 선택했다. 민주화운동 하던 시절 나누었던 마음을 현대에 다시 메뉴화한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 며칠간의 휴가로 문을 닫았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메뉴가 냉면이었다. 광주까지 와서 냉면 먹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차선이었지만 만두와 녹두전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녹두전을 선택했다. 나온 녹두전을 보니 냉면에 대한 기대가 급상승했다. 녹두전은 기름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겉바속촉’의 식감을 유지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기름에 흥건히 튀겨내는 녹두전과는 식감과 맛이 달랐다. 잠시 후 나온 냉면, 살짝 육수를 마시니 은은한 소고기향이 괜찮다. 같이 간 의정부에 사는 지인은 맑은 육수를 선호한다. 좋아하는 맑은 육수가 아님에도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냉면에 만두도 좋은 조합이지만 잘 부친 녹두전을 이기긴 어렵다. 먹거리 많은 광주, 냉면도 메뉴 리스트에 추가다. 광주옥 (062)362-1616


광주 양림동은 조금은 특별한 곳이다. 카페와 먹거리를 즐기는 동네로 알고 있지만, 알고 보면 광주에서 처음으로 선교사들이 터를 잡은 곳이 바로 양림동이다. 지역의 두 부자가 터를 내주고 지원을 해준 덕에 선교는 물론이고 의료와 교육이 가장 빠르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19세기 후반에 지은 옛 건물이 양림동 곳곳에 있다. 골목골목 사잇길로 다니다 보면 오래 묵은 나무 곁을 지키는 건물을 만난다. 이곳에서 오래전 이야기를 상품으로 풀어낸 두유가 있다. 일제 수탈로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콩을 젖산으로 발효한 다음 포도당을 넣어 만든 콩 우유로 영·유아의 사망률을 낮췄다고 한다. 간호사 출신인 선교사의 아내가 낸 아이디어가 아이들을 지킨 것이다. 이야기는 훌륭해도 두유가 맛없으면 ‘말짱 도루묵.’ 양림동을 돌아다니다가 맛본 두유는 기대 이상이었다. 콩, 소금, 유기농 설탕 세 가지만으로 맛나게 만들었다. 두유를 이용한 밀크티도 꽤 맛이 있었다. 매장에서 먹을 수도 있고 포장된 것을 사갈 수도 있다. 양림동을 간다면 커피 대신 두유다. 10년후 그라운드 070-4239-5040


김진영 식품 MD

제철 식재료를 찾아 매주 길 떠나다보니 달린 거리가 60만㎞. 역마살 ‘만렙’의 26년차 식품 MD.

오늘의 실시간
BEST
khan
채널명
경향신문
소개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다,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