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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들꼬들 전갱이회 깻잎에 척 올리면…방어도 ‘따위’가 된다 [지극히 味적인 시장 (46)]

경남 통영 오일장

경향신문

매가리, 메가리, 아지, 각재기 등으로 불리는 전갱이. 지방을 품은 꼬들꼬들한 전갱이 회 몇 점에 쌈장을 얹고 한 쌈 하면 눈이 저절로 감긴다. 겨울 통영에서는 방어보다 전갱이다.

보름 정도 축양해 생생하게 이송

기름 적당히 빠져서 살 맛 예술

밥 얹어 한 쌈하면 눈이 절로 감겨


통영을 가기 전 잠시 충남 홍성에 들렸다. 아침 7시, 막 나온 가래떡 사진을 찍고, 맛보고는 원래 목적지로 출발. 글도 쓰지만 식품 MD가 본업, 지방을 갈 때는 취재와 출장을 같이하곤 한다. 갓 나온 떡으로 출출함을 달래며 통영으로 간다. 매주, 매달 떠나는 길이지만 유독 출장길이 설레는 곳이 있다. 강원도는 삼척, 경남은 하동과 통영, 전라도는 고흥이다. 추억이 있는 곳도 있고 그냥 좋은 곳도 있다. 통영은 그냥 좋은 곳이다. 통영으로 가는 길 함양 나들목을 나와 가장 좋아하는 어죽집이 있는 수동면으로 갔다. 오랜만에 방문, 그사이 주인이 바뀌었다. 할매 혼자 하시던 곳인데 2년 전 가게를 넘겼다고 한다. 어죽 한 그릇 하고 다시 통영으로 향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끼니 때우기 싫을 때 가까운 나들목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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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에 비해 작은 서호시장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구경하기에는 중앙시장이지만 장 보려면 서호시장으로 간다고 할 정도로 가격도 좋고 물은 더 좋다. 중앙시장 오일장이 열리는 날 서호시장 새벽 장이 볼 것 많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기에 내심 기대가 컸었다. 이번 출장길에는 아쉽게도 풍성함을 보지 못했다. 경남 남해 오일장처럼 통영 중앙시장 오일장도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금지다. 그럼에도 아침 일찍부터(전날에 도착해서 1박) 간 서호시장은 파는 이와 사는 이들이 많다. 시장에서 만난 지인은 “평소보다 많이 없는 편”이라고 했다. 타지 사람은 대충 돌아봐도 나뿐이다. 말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퍼질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때는 마스크 쓴 사람은 반반이었다. 필자도 차에 벗어 놓은 마스크를 자주 깜빡해 몇 번이고 다시 차로 가곤 했다. 자주 깜빡해 카메라 가방에 여유분 마스크를 넣고 다니기도 했다. 마스크를 두고 오가는 사투리가 구수하다. 상인과 상인뿐만 아니라 상인과 손님 사이 말본새에 살가운 정이 한가득하다. 상설시장 옆 좌판에 볼 것이 많았다. 크지 않은 난전이지만 채소전과 어물전이 경계 없이 나뉘어 있다.


서울에서 간 필자에게는 따듯한 봄 날씨 같지만 통영 사람들은 0도 내외도 추운 날씨다. 좌판마다 숯불 피운 간이 난로가 하나씩 있다. 그 위에는 모양과 형태가 다른 냄비와 주전자가 뜨거운 김을 뿜고 있었다. 좌판 구경을 나섰다. 12월은 채소보다는 생선이다. 채소도 맛있지만 그래도 1년 중 가장 생선이 맛있는 시기인지라 어물전으로 자연스레 눈이 갔다. 통영은 굴이 유명하다. 통영과 고성 사이, 통영과 거제 사이의 파도가 덜 치는 골마다 굴 양식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굴뿐만 아니라 붕장어 통발 어업도 많이 하는 곳이 통영이다. 통영 항구 주변을 다니다 보면 바닷장어 파는 식당이 많은 까닭이다. 제철 초입에 들어선 물메기, 대구가 눈에 띈다. 전문적으로 수산물을 하는 곳에서는 살아 있는 대구도 볼 수 있는 곳이 서호시장이다. 다리 건너 거제 외포에서 가져온 대구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가 정작 지갑을 연 것은 고등어 좌판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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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좋은 겨울 고등어 살 맛에는 단맛이 가득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겨울이 오면 경주 감포로 고등어 낚시를 가곤 했다. 바로 잡아 회 쳐서 먹는 것도 맛있지만 굽거나 매콤하게 조려도 맛있었다. 그런 고등어 맛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물이 아주 좋은 겨울 고등어 앞에서 지갑이 절로 열렸다. 고등어는 이웃한 부산이나 조금 떨어진 여수에서 오기도 하고 통영 배가 나가서 잡아 온다고도 한다. 겨울 고등어는 사실 잡는 곳이 중요하지 않다. 잡는 시기가 중요할 뿐이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에너지를 잔뜩 몸 안에 축적해 놓는 시기이기에 맛있다. 통영에서는 고등어를 잡기만 하지 않는다. 고등어를 많이 키우기도 한다.


통영에서 배로 한 시간 거리에는 욕지도가 있다. 고등어 양식을 오랫동안 해온 곳이다. 고등어 양식장도 보고 물메기 말리는 것도 볼 겸 해서 욕지도행 배를 탔다. 통영여객선터미널이나 통영대교 건너 삼덕항에서도 배를 탈 수 있다. 항구에 들어설 즈음이면 욕지도 주변에 동그란 모양새의 고등어 양식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직진 헤엄을 잘 하는 고등어 특성에 맞게 원형이다. 우럭처럼 바위틈에 숨어 있거나 회유하지 않는 어종의 양식장은 주로 사각이다. 고등어 양식은 잡은 치어를 잡아 1년 이상 키워서 출하한다. 항구에 내리면 고등어가 헤엄치고 있는 둥그런 수족관이 식당마다 있다. 생선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회로, 구이로, 조림으로 또는 젓갈로도 먹는다.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방법으로 맛있게 먹으면 된다. 산 고등어는 회가 가장 맛있다고 하지만 필자의 선택은 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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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를 한 바퀴 돌고 나니 매콤한 것이 당겼다. 게다가 겨울 초입에 달곰한 무까지 넣은 조림이라면 밥 도둑계의 왕으로 추대해도 될 만큼 맛있다. 조림을 주문하니 나박썰기 한 무 아래에 고등어 두 마리가 있었다. 겉은 빨갛지만 새하얀 속살을 조림 국물에 적셔 먹었다. 국물을 흠뻑 머금은 무도 먹었다. 먹다 보니 두 번째 공깃밥 뚜껑을 열고 있었다. 욕지도에서 고등어만큼 유명한 것이 고구마다. 밤과 호박 중간 정도의 식감으로 달곰한 맛이 좋아 제철이 되면 찾는 이들이 많다. 7년 전에 귀향한 젊은 부부가 농장도 운영하면서 고구마로 빵도 굽는다. 고구마 빵은 너무 늦어서 사지 못하고 고구마 파운드케이크만 후식으로 사서 나오는 배편에서 먹었다. 선실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선실 대신 차 안에서 혼자 달곰한 후식을 즐겼다. 늘푸른 고등어회 (055)642-6777, 무무 베이커리 010-8535-8438


욕지도와 이웃한 연화도도 고등어 양식을 많이 한다. 연화도는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하고 ‘매가리’ ‘메가리’ ‘아지’ 등으로 불리는 연화도의 전갱이 회로 대신하기로 했다. 제주에서는 ‘각재기’라 부른다. 산 전갱이는 연화도에서 고등어처럼 축양해 육지로 내보낸다고 한다. 대신 길게 축양하지 않고 보름 정도 한다고 한다. 그래야 이송 중에 죽지 않고 생생하다고 한다. 먹이를 주지 않고 축양하기에 적당히 지방이 빠진 전갱이로 회를 치면 꼬들꼬들한 살 맛이 예술이다. 보통 전갱이는 숙성해 회 또는 초밥으로 먹는다.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었던 전갱이와는 전혀 다른 맛과 식감이다. 초밥도 있지만 초밥보다는 회가 좋을 성싶었다. 초무침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었다. 산 전갱이 회 작은 것이 2만원, 쓸데없는 상차림이 빠지니 가격이 저렴해졌다.


공깃밥 하나를 주문해 회 쌈밥으로 먹었다. 술을 마시다 보면 맛있는 밥이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거꾸로 좋은 술안주가 밥반찬이 되기도 하는데 바로 이 경우다. 지방을 품은 꼬들꼬들한 회 몇 점에 쌈장을 얹고 한 쌈 하면 눈이 저절로 감긴다. 먹어 봐야 왜 잠기는지 단박에 안다. 글로 봐서는 모른다. 겨울이면 방어를 많이 찾지만 12월 통영에서는 방어보다 전갱이다. 가격으로든 맛으로든 방어는 전갱이 앞에서 잠깐 동안 ‘따위’가 된다. 하긴, 방어도 바닷속에서는 전갱이 잡아먹겠다고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도 한다. 연화 고등어와 전갱이 (055)648-3190


홍합 삶은 물 조리고 조린 ‘합자국’

노른자 얹은 비빔밥과 찰떡궁합

매운맛 없으니 각각의 맛 오롯이


통영 오면 한 끼는 꼭 먹고 오는 집이 있다. 방송에 나오기 전부터 다니던 곳이다. 충무김밥은 아니다. 그건 간식으로 먹고 고속도로를 올라타기 전 맛있는 한 끼를 위해 통과의례처럼 들른다. 멍게 비빔밥을 주로 먹지만 가끔은 합자국 비빔밥을 먹기도 한다. 예전에 홍합이 많이 날 때 홍합을 삶아 건조해 보관했다. 홍합 삶은 물을 조리고 조린 것이 바로 합자국이다. 수백, 수천 개의 홍합 국물이 농축된 맛으로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최고의 조미료다. 합자국을 넣으면 맛이 풍부해진다. 화학조미료가 내는 가벼운 맛과 다른 향미가 있다. 홍합을 다져 참기름에 볶은 것을 고명으로 올린 비빔밥에 합자국으로 조미한 국 조합이 ‘합자국 비빔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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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림새가 고추장 팍팍 넣고 비비는 것과 달리 심심한 듯 보인다. 헛제삿밥처럼 매운맛이 없으니 각자의 맛이 오롯이 살아 있다. 합자국 비빔밥의 매력이다. 멍게가 (055)644-7774


욕지도에서 나올 때 오후 4시30분 마지막 배를 탔다. 통영에 가까워질 즈음 해는 섬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올해 남은 해넘이를 세보니 8개(기사는 새해 둘째날 나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이들이 힘들었다. 새해에는 백신도, 치료제도 어서 나와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빌었다. 독자 여러분들도 코로나19 감염 없이 건강하셨으면 하는 기원도 함께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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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식품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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