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랜드크루저, 오프로드 황제의 미래형 변신!
도심형이냐 정통이냐? 자동차 제조사가 SUV를 개발할 때 겪는 고민입니다. 정통으로 가면 오프로더라는 SUV의 본질을 살릴 수 있지만 일상 주행 용도와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도심형으로 가면 일상 주행에 맞는 특성을 살릴 수 있지만 SUV의 본질과는 동떨어지죠. 사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큰 고민은 아닐 겁니다. 도심형이 SUV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도심형이면서 오프로더 성격을 살짝 더한 것이 요즘 SUV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출처: 토요타) |
물론 그렇지 않은 차도 있습니다. 정통을 추구하며 오프로더의 특성을 강하게 살린 모델이죠. 랜드로버나 지프 같은 SUV 전문 브랜드의 모델과 포드 브롱코처럼 아웃도어에 특화된 차가 해당합니다. 토요타 랜드크루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프로더의 본성을 그득 담은 모델이죠. 최근에 랜드크루저 5세대 모델이 선보였습니다. 신형은 어떤 점이 특별한지 알아보겠습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출처: 토요타) |
1. 전통을 강조한 레트로 디자인
랜드크루저는 초기 모델의 디자인 요소를 받아들인 전통적인 디자인을 강조합니다. 헤드램프와 그릴 등 과거 모델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죠. 차체는 정통 SUV의 본질을 강조하는 박스 형태입니다. 전반적으로 뭉툭하고 단단한 이미지가 두드러지죠. 오프로드 환경에서 시야 확보에 유리하도록 벨트라인을 낮춘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출처: 토요타) |
2. 개성이 다른 두 가지 버전
랜드크루저는 특이하게도 전면부 디자인이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옵니다. 헤드램프에 차이가 있는데, 기본형은 사각형이고 1958 버전은 원형입니다. 숫자 1958은 랜드크루저가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인 때를 가리킵니다. 토요타가 미국 시장에 처음 판매를 시작한 때이기도 하죠. 랜드크루저 1958은 당시 미국에 판매하던 랜드크루저의 디자인 요소를 물려받았습니다. 5,000대 한정판인 퍼스트 에디션은 1958 버전에 기반해 나옵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출처: 토요타) |
3. 오프로더 감성 강조한 실내
실내는 투박하면서 강인한 오프로더 특유의 분위기를 추구합니다. 수직·수평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고 기능성과 조작성을 강조해 다양한 버튼을 배치했습니다. 분위기는 투박하지만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두 개를 배치해 최신 트렌드를 충실히 따릅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출처: 토요타) |
4. 지역을 고려한 다양한 파워트레인
랜드크루저는 렉서스 LX에 사용하는 TNGA-F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프레임 강성은 50%, 차체 전체 강도는 30%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과 디젤 각 2종, 하이브리드 1종 모두 5종입니다. 글로벌 모델인 만큼 지역 특성에 맞춰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하이브리드는 4기통 2.4L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330마력 힘을 냅니다. 가솔린은 2.4L 터보 281마력과 2.7L 163마력, 디젤은 2.8L 204마력이고 일반형과 48V 시스템으로 나뉩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출처: 토요타) |
5. 막강한 오프로드 특화 기능
랜드크루저는 오프로드에 중점을 둔 SUV입니다. 차체는 험로 주파력을 높이기 위해 접근각 31도, 램프각 25도, 이탈각 22도, 최저지상고 221mm를 확보했습니다. 4WD 하이, 4WD 로를 비롯해 다양한 주행모드를 포함하는 멀티터레인 셀렉트 기능도 갖췄고요. 크롤 제어는 저속 크루즈컨트롤로 운전자가 조향에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멀티터레인 모니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센터 디스플레이에 표시해줍니다. 이 밖에도 오프로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100여 개의 액세서리를 살 수 있습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출처: 토요타) |
사실 신형 랜드크루저의 원래 정체는 랜드크루저 프라도입니다. 랜드크루저의 한 갈래로 뻗어 나온 모델이죠. 랜드크루저는 정통 오프로더, 스테이션 왜건, 프라도 세 종류로 나뉩니다. 1951년 나온 오프로더 모델이 랜드크루저의 시초입니다. 군용차에서 시작한 지프의 초기 모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스테이션 왜건은 랜드크루저 55라는 이름으로 1967년 처음 선보였습니다. 오프로더 성격은 유지하면서 편안한 승차감과 거주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죠. 스테이션 왜건이라고 표현하지만 대형 SUV라고 보면 됩니다.
토요타 랜드크루저 패밀리와 랜드크루저 70 부분 변경 모델(출처: 토요타) |
오프로더 모델은 코드명 BJ, J20, J40, J70으로, 스테이션 왜건은 J50, J60, J80, J100, J200, J300으로 세대가 바뀌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랜드크루저 프라도는 오프로더 J70의 경량 버전이면서 스테이션 왜건보다는 작은 크기 모델로 1984년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이후 1990년 정식으로 1세대 모델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랜드크루저는 프라도의 5세대 모델입니다. 지역에 따라 프라도가 붙지 않거나 숫자를 대신 쓰는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랜드크루저는 세 종류인 데다가 각 차종이 지역에 따라 이름 뒤에 붙는 호칭도 달라서 구분을 잘해야 합니다.
토요타 랜드크루저 과거와 현재 모델(출처: 토요타) |
랜드크루저는 전 세계 각 곳에 팔리므로 지역마다 경쟁 상대가 달라집니다. 주요 시장인 북미를 기준으로 보면, 성격이나 가격을 따졌을 때 지프 랭글러 4xe, 포드 브롱코, 랜드로버 디펜더 110을 경쟁 상대로 꼽을 수 있습니다. 길이는 랜드크루저 4,920mm, 랭글러 4,880mm, 브롱코 4,810mm 순입니다. 디펜더 110의 길이는 4,758mm인데 스페어타이어 부분까지 합치면 5,018mm로 늘어납니다. 휠베이스는 디펜더 3,022mm, 랭글러 3,010mm, 브롱코 2,950mm, 랜드크루저 2,850mm입니다. 길이와는 순서가 반대인 점이 특이하죠.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 랜드로버 디펜더 110, 지프 랭글러 4xe, 포드 브롱코(출처: 각 제조사) |
디자인은 네 차종 모두 복고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정통 SUV를 추구하는 만큼 브랜드의 전통을 디자인에도 이어가죠. 정통 SUV다운 박스 형태와 강인한 감성을 공통으로 강조하면서 고유한 개성으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랜드크루저는 디테일한 요소로 전통을 드러내고, 디펜더는 세련된 현대적 감성을 내세웁니다. 랭글러는 변함없는 특징을 이어가고, 브롱코는 패션카 수준의 독특한 개성을 물씬 풍깁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 랜드로버 디펜더 110, 지프 랭글러 4xe, 포드 브롱코(출처: 각 제조사) |
실내 역시 정통 SUV다운 투박한 분위기가 두드러집니다. 특히 랭글러와 브롱코는 대시보드를 수직으로 처리하고 각종 버튼이 많아서 오프로더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죠. 디펜더는 네 차 중에서는 대시보드가 간결하고 세련돼 보입니다. 랜드크루저는 랭글러/브롱코와 디펜더를 합친 듯한 분위기입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 랜드로버 디펜더 110, 지프 랭글러 4xe, 포드 브롱코(출처: 각 제조사) |
랜드크루저의 파워트레인은 북미에서 하이브리드만 나옵니다. 4기통 2.4L 터보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해 330마력 힘을 내죠. 랭글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4xe가 대응합니다. 4기통 2.0L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조합으로 375마력을 만들어 냅니다. 브롱코는 각각 터보인 2.3L, 2.7L, 3.0L 엔진 중에서 330마력인 V6 2.7L 엔진이 랜드크루저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디펜더는 4·6·8기통으로 엔진이 다양합니다. 기본형인 4기통 2.0L 300마력 모델이 랜드크루저와 경쟁합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 랜드로버 디펜더 110, 지프 랭글러 4xe, 포드 브롱코(출처: 각 제조사) |
랜드크루저는 그동안 국내에 판매하지 않았고 신형을 들여올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오프로드에 강한 SUV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죠. 도심형 SUV가 대세이더라도 랜드크루저처럼 SUV의 본질을 강조하는 모델은 여전히 자리를 지킵니다. 지구상에서 오프로드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고유한 영역을 지켜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요타 신형 랜드크루저(출처: 토요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