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CLE 쿠페, C와 E가 만나면 어떤 일이?
‘없애기 힘들다면 합쳐라!’ 최근 벤츠 라인업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입니다. 판매 비중이 낮은 차종을 완전히 단종하기보다는 두 차종을 합쳐 유지합니다.
얼마 전에는 S-클래스 쿠페/컨버터블과 AMG GT를 합쳐 SL의 후속 모델로 내놓았고, 최근에는 C-클래스와 E-클래스 쿠페/컨버터블을 합친 CLE를 선보였습니다. 쿠페와 컨버터블은 원래 주력 차종이 아닌데, SUV가 인기를 끌면서 찾는 이가 줄어들고 있죠. 그렇다고 수요가 전혀 없지는 않으니 차종을 통합해 유지해 나갑니다. CLE는 두 차의 어떤 특징을 담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벤츠 CLE 쿠페(출처: 벤츠) |
1. 벤츠의 최신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디자인
안팎으로 벤츠의 최신 디자인 요소를 적용했습니다. 앞모습은 신형 C-클래스 AMG 모델과 비슷합니다. 그릴과 가느다란 헤드램프 형상이 유사해 보이죠. CLE는 내연기관 모델이지만 후면부는 가로로 연결한 테일램프가 전기차인 EQ 라인업 분위기를 풍깁니다. 수평 이미지를 강조해 넓고 안정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집니다.
벤츠 CLE 쿠페(출처: 벤츠) |
2. 패스트백 분위기를 살린 쿠페 라인
측면 역시 C-클래스 쿠페의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매끈하게 뻗어 내려가는 루프라인이 돋보이죠. 길이와 너비와 높이는 각각 4,850mm, 1,860mm, 1,428mm입니다. C-클래스 쿠페보다 길이는 164mm 길고, E-클래스 쿠페와 비교해도 15mm 늘었습니다. 휠베이스 역시 C-클래스 쿠페보다 25mm 늘어난 2,865mm입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C-클래스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E-클래스 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벤츠 C-클래스 쿠페, CLE 쿠페, E-클래스 쿠페(출처: 벤츠) |
3. 현대적인 감성과 고전적인 멋이 조화를 이루는 실내
실내는 벤츠의 최신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세로로 가득 채운 11.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고전적인 송풍구가 돋보이죠. 헤드레스트를 일체형으로 구성한 새로운 스포츠 시트도 눈여겨볼 장비입니다. 늘어난 휠베이스만큼 실내는 넓어졌고, 트렁크 용량도 420L로 C-클래스 쿠페보다 60L 커졌습니다.
벤츠 CLE 쿠페(출처: 벤츠) |
4. 가솔린과 디젤로 구성한 다양한 파워트레인
파워트레인은 다양합니다. 2.0L 200마력 디젤, 2.0L 204/258마력 가솔린, 6기통 3.0L 381마력으로 나뉩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춰서 전기 부스트가 작동하면 추가로 23마력이 늘어나고요. 변속기는 모두 9단 자동이고 굴림 방식은 후륜구동과 사륜구동으로 나뉩니다. 앞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벤츠 CLE 쿠페(출처: 벤츠) |
5. 쿠페와 컨버터블 두 가지 차체 형태
차체 종류는 쿠페 외에 컨버터블도 나옵니다. C-클래스와 E-클래스 컨버터블도 CLE로 통합된 거죠. C와 E-클래스 컨버터블과 마찬가지로 CLE도 소프톱을 얹었습니다. 세련된 차체 스타일에 소프트톱이 고전적인 멋을 더하죠. 컨버터블 모델은 함께 공개되었지만, 올해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쿠페 모델보다 늦은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벤츠 CLE 카브리올레(출처: 벤츠) |
6. CLK의 실질적인 후속 모델
CLE는 벤츠 역사에서 흥미로운 모델입니다. C와 E-클래스를 합친 새로운 차종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미 예전에 비슷한 모델이 나왔었죠. 주인공은 1996년에 출시된 CLK입니다. 이름도 CLE와 비슷하죠. C-클래스에 기반해 E-클래스 수준으로 만든 쿠페/컨버터블 전용 모델입니다. 중간에 한 차례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2009년까지 13년 동안 모델 수명을 이어갔습니다. CLK가 단종되면서 C-클래스와 E-클래스에 각각 쿠페와 컨버터블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C와 E-클래스로 나눠진 쿠페와 컨버터블이 다시 합쳐지면서 CLE가 되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죠.
벤츠 CLK 1세대와 2세대(출처: 벤츠) |
CLE의 경쟁 모델은 BMW 4시리즈와 아우디 A5입니다. BMW와 아우디는 벤츠와 다른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BMW는 E-클래스 급인 5시리즈에는 쿠페와 컨버터블을 만들지 않고 6시리즈로 분리했죠. 아우디는 A6 급에 쿠페와 컨버터블이 없습니다. BMW는 3시리즈, 아우디는 A4에 있던 쿠페와 컨버터블을 각각 4시리즈와 A5로 분리해서 라인업을 구성했죠. CLE가 생겨나면서 독일 3사의 쿠페 카브리올레 경쟁 구도도 딱 맞아떨어지게 재편되었습니다.
벤츠 CLE 쿠페, BMW 4시리즈 쿠페, 아우디 A5 쿠페(출처: 각 제조사) |
디자인은 CLE, 4시리즈, A5 모두 쿠페인 만큼 역동적인 분위기와 매끈한 차체가 특징입니다. CLE는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두드러집니다. 4시리즈는 세로로 길고 커다란 그릴을 채택해 인상이 강렬하죠. A5는 아우디만의 세련된 감성이 돋보입니다. 쿠페 라인에는 차이가 드러납니다. CLE는 루프 라인이 트렁크 끝까지 이어지는 패스트백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4시리즈와 A5는 트렁크가 튀어나온 노치드 쿠페 형태입니다.
벤츠 CLE 쿠페, BMW 4시리즈 쿠페, 아우디 A5 쿠페(출처: 각 제조사) |
실내는 각각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을 따릅니다. 브랜드의 고유한 개성이 드러나죠. 대시보드를 보면 CLE와 4시리즈는 최신 디스플레이 트렌드에 맞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CLE는 전형적인 벤츠 실내 구성이고, 4시리즈는 2023년형 모델에서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도입했습니다(사진은 변경 전). A5는 다른 두 차와 달리 대시보드가 약간 구식입니다. 2016년에 출시 되어서 모델 주기의 막바지에 이른 만큼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최신 구성으로 바뀔 듯합니다.
벤츠 CLE 쿠페, BMW 4시리즈 쿠페, 아우디 A5 쿠페(출처: 각 제조사) |
세 차 모두 본국에서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내놓지만 국내에서는 제한적입니다. 국내 판매 모델의 출력을 놓고 보면 4시리즈는 중간이 없고, A5는 아래가 비어 있습니다. CLE의 국내 도입은 아직 정해진 바 없으니 어떤 파워트레인이 들어올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죠.
유럽 기준으로 기본이 되는 2.0L 가솔린 모델을 보면 CLE 200, 420i, A5 40 TFSI가 비슷한 급을 이룹니다. 출력은 각각 204마력, 184마력, 204마력으로 CLE와 A5가 같고 4시리즈가 조금 떨어집니다. 제로백은 A5 7.1초, CLE 7.4초, 4시리즈 7.5초입니다. 아랫급 모델만 놓고 본다면 A5가 전반적으로 성능 수치가 높고 CLE와 4시리즈 순으로 뒤를 따릅니다. 세 모델 다 파워트레인이 워낙 다양해서 급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벤츠 CLE 쿠페, BMW 4시리즈 쿠페, 아우디 A5 쿠페(출처: 각 제조사) |
쿠페나 컨버터블은 주력 차종이 아닙니다. 소수의 선호 고객을 위해 존재하죠. SUV가 인기를 끌면서 쿠페나 컨버터블을 찾는 이가 줄어서 입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동화 물결이 거세서 자동차 제조사는 갈수록 전기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합니다. 그만큼 내연기관 쿠페나 컨버터블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진다는 뜻이죠. C-클래스와 E-클래스 쿠페/컨버터블이 CLE로 통합되면서 모델 가짓수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내연기관 쿠페/컨버터블 신모델이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벤츠 CLE 카브리올레와 쿠페(출처: 벤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