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평짜리 작은 집 한 채를 직접 지어 삽니다
문정호·손정현 부부는 미술 학도 출신이다. 결혼 후 재능을 살려 인테리어 사업을 했지만 ‘크게’ 망했다. 전셋집이 월셋집이 되고, 결국엔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부모님 집으로 살림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부모 자식 사이라도 대가 족이 오순도순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부부는 집 앞 사과밭에 작은 집을 지어 ‘분가’를 했고, 이것이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씨앗이 되었다.
어떻게 과수원 한 쪽에 집 지을 생각을 했나요?
처음에는 작은 휴식 공간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러다가 하는 김에 세면 시설을 만들고 작은 주방도 하나 만들다보니 작은 집이 된 거죠. 말이 집이지, 현관도 없이 전면 창으로 된 공간이었어요.
남들 눈에는 허름해 보일지 몰라도 저희는 여기에서 산 6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집이었지만,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빛과 자연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작은집건축학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열심히 일했지만 사업에 실패했고, 경제적으로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머리를 맞대 고민을 해보니 우리에게 남은 건 ‘집 짓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집은 한 사람이 짓는 것이 아닌 목조, 설비 등 각기 다른 전문가가 붙어서 완성하는 것이니 저희가 알고 있는 한 채의 집이 완성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자고 생각했죠. 일단 한겨레 교육문화센터에 제안서를 보내 수업을 개설했고, 아무도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첫 수업에 8명이 참여했어요. 그 뒤로 점점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죠.
어떤 분들이 수업을 신청했나요?
건축주가 된다고하면 누구나 그 집에 모든 욕망을 투여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집을 짓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시키고 타협안을 만들어야 해요. 쉽게 말하면 건축주의 로망을 접게 하는거라 그사이에서 오해가 많이 생기죠. 이런 경험을 해본 분들이 저희 작은집건축학교를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수업 시간에 진짜 집을 짓나요?
작은집건축학교 수업은 8일간 함께 숙식하며 약 18m²(5.5평)짜리 작은 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짓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요. 정말 8일 만에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찾아온 수강생들은 직접 공구를 만지고 땀방울을 흘리면서 작은 집 짓기에 매달리지요.
지금까지 작은집건축학교를 거쳐간 수강생은 400명이 넘어요. 나이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르지만 집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은 엄청납니다.
내 손으로 집을 지어 자연에 정착하려는 분들에게 팁을 준다면요?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귀농·귀촌을 희망합니다. 하지만 결심하기도 쉽지 않고 ‘한달 살기’나 ‘1년 살기’로도 완벽하게 정착하기가 어렵죠. 좀 더 오래 머무르며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동안 거주할 공간이 마땅치않아요. 어쩌면 작은 집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자신들이 직접 지은 작은 집을 모은 ‘작은집마을’을 만드는 거예요. 함께 적응하며 귀농귀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주말 주택처럼 분리된 생활도 가능하죠.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면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감을 느끼는 시니어도 줄어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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