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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고수들이 말하는 체험 삶의 현장

‘한가롭다’는 말을 쓸 일 없는 바쁜 삶.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아 떠난 그들의 이야기.

한 달 살기는 삶의 쉼표 

류현미 씨는 가족과 함께 꾸준히 ‘한 달 살기’ 여행을 해왔다. 처음에는 1박 2일, 2박 3일 여행으로 시작했다. 짧은 여행도 그 나름대로 좋았지만 아쉬움이 컸다. 그렇게 여행 날짜를 늘리다가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원도 양구에서 한 달을 보냈다. 다음에는 제주도로, 강원도 삼척으로, 남해와 고성으로 ‘한 달 살기’를 이어나갔다.


그러고는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로 지역을 넓혔다. 베트남과 사이판, 세부와 유럽까지 ‘한 달 살기’는 계속되었다. ‘한 달 살기’ 여행을 거듭할수록 류현미 씨의 삶의 태도는 점점 더 바뀌었다. 그전에는 치열하게 돌아가는 일상에 흔들렸고, 소비로 스트레스를 푼 적도 있었다. 그런 그녀의 삶에 ‘한 달 살기’는 ‘일상의 쉼표’로 작용했다. 덕분에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류현미 씨의 기록 <내 삶을 바꾸는 조금 긴 쉼표, 한 달 살기>


Tip. 한 달 살기 짐 싸는 요령


한 달 살기의 시작은 짐 싸기다. 자칫 이 부분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다시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중요하다. 내 경우 의(옷가지들), 식(주방 살림), 비(세면도구, 비상약) 세 가지로 나누어 담는다. 사실 짐의 대다수는 냉장고를 털어온 식재료다.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니, 냉장고를 이사한다는 생각으로 담는다.


주방용품 중 가장 요긴한 것이 스테인리스 반찬통이다. 보통 숙소엔 반찬통이 없고 밥그릇, 국그릇 위주로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지낼 때 이 반찬통은 요긴하게 쓰인다. 또한 숙소마다 다르지만, 프라이팬이 깨끗한 곳이 드물어 프라이팬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냄비를 꼭 챙긴다.

한가롭게, 다채롭게 보내는 여행 

전은주 씨는 오래전에 두 아이와 제주도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 ‘한 달 살기’란 말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일상의 팍팍함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고 싶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는 한가로우면서 다채로웠다. 오전에는 도서관, 오후에는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여유를 즐기다가 때로는 패키지여행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환경이 바뀌면서 전은주 씨도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 ‘시간이 많은데도 내가 바빴던 이유는 내가 바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 그래서 제주도에서 한 달 사는 동안 ‘뭐든 덜 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살아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한 달 살기’의 마법이었다.


전은주 씨의 기록 <내 삶을 바꾸는 조금 긴 쉼표, 한 달 살기>


Tip. 제주에서 방 구하기


제주도에서 방을 구할 때 먼저 세 가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전세, 월세보다 ‘연세’가 더 흔하다. 따라서 한 달만 빌리려면 발품과 손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달세는 월세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지 않고 달로 계약한다는 점이 다르다. 둘째 50% 이상의 이사는 1월 중순부터 2월 초에 몰려 있다.


이 기간에 이사를 하면 신들이 노해서 생기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기간에는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세를 주는 방이나 집은 지역신문을 통해 직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보는 신문은 과 이다. 그런데 뜻밖에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곳은 제주대학교 홈페이지(www.jejunu.ac.kr)의 아라광장·생활게시판·하우스넷 게시판이다. 되도록이면 한 달 살기 경험자가 머물렀던 숙소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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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보다 생활인으로 살기 

권나윤 씨는 군산에서 한 달 동안을 살았다. 군산은 전주 가는 길에 영화 에 나오는 ‘초원사진관’을 보려고 처음 가본 도시였다. 그때부터 군산이 마음에 들어왔다. 권나윤 씨가 한 달 동안 묵은 숙소는 산소빌라 201호. 소도시 군산의 중심부에 있어 위치적으로 좋았다. 걸어서 군산 예술의 전당과 멀티플렉스 극장까지 갈 수 있는 데다 ‘은파 호수공원’도 15분 거리에 있었다.


권나윤 씨는 군산에서 서점을 즐겨 찾았고, 동네 서점 ‘한길문고’에서 작가들의 강연도 들었다.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 군산에 머물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 밖의 시간에는 도시 속의 자연과 숨어 있는 역사 공간을 찾아다니며 소소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왠지 마음이 끌리는 지방 소도시에서 한 달을 살아가는 여행. 권나윤 씨가 보낸 한 달은, 그래서 여행이라기보다는 생활이었다. 


권나윤 씨의 기록 <여행기 아니고 생활기예요>


Tip. 한 달을 알차게 보내려면


한 달 살기는 한가로운 일상이 주가 되지만, 그렇다고 산책만 하며 보내기엔 아쉬울 수 있다. 한가로운 가운데 뭔가 규칙적으로 할 거리가 필요하다. 가기로 마음먹은 지역에서 여러 차례 배우거나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알고 가면 더 좋다. 내 경우는 동네 서점에서 작가들의 릴레이 강연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참여했다.


이처럼 좀 길게 경험할 일을 하나 정하고 가면 한 달 살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도 좋다는 것이 한 달 살기의 이점이니까. 그 지역에서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것들과 관련된 정보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먼저 각 지자체 홈페이지나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부터 살펴보자. 각 지역에서 엄선한 알찬 정보가 숨어 있다.

눈과 입이 즐거운 체험 시간

양소희 씨는 전라남도에서 진행한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전남의 여러 지역 중에서 망설이지 않고 목포를 선택한 것은 일로 전남에 올 때마다 잠깐잠깐 목포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목포가 끌렸고, 제대로 알고 싶었다. 목포에서 한 달을 보내기로 한 뒤 못 읽고 미뤄두었던 책을 여러 권 챙겼다. 혹시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하지만 목포는 보고 맛볼 것으로 가득한 도시였다. 특히 찾아가볼 만한 한국 근대 건축물이 많아서 ‘1897 개항문화거리 스탬프투어’라는 프로그램까지 있을 정도. 일본식 도시 점포주택의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사슴수퍼마켓,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이었던 목포근대역사관, 목포 번화로에 있는 일본식 가옥 등 의미 있는 곳이 많았다. 구석구석 다 보고 난 뒤에는 다채로운 해산물 식사도 즐겼다. 가져간 책은 못 읽었지만,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

 

양소희 씨의 기록 <목포에서 한달살기>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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