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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동 골목길의 '북어국집'

노포(老鋪),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 그 중 무교동 골목길의 '북어국집'을 소개한다.

부자가 3대를 가기 힘들 듯이 오래 살아남은 식당은 살아남은 이유가 있다. ‘글 쓰는 요리사’로 유명한 박찬일이 시간과 공간을 지켜온 그 맛의 비밀을 찾아 나섰다.

무교동 골목길의 '북어국집'

무교동 ‘북어국집’은 원래 ‘터줏골’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이었다. 무교동은 명동이 생기기 전까지 서울 최대의 유흥가였고, 월급쟁이 직장인들의 집합처였다. 경복궁역 근처 코오롱빌딩 자리에서 시작한 터줏골은 1973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북엇국 전문점 ‘북어국집’이 됐다.


창업주 두 분은 현재 지방으로 내려가 노후를 즐기고 있고, 막내아들 진광삼(50) 씨가 뒤를 이어 운영 중이다. 무교동은 조선시대부터 술꾼과 기생, 노름꾼들이 들끓던 곳이다. 술에는 해장이 따르는 것이 인지상정. 덕분에 무교동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해장국집의 메카였다. 

그 무교동 거리에서 맑고 부드러운 북엇국 하나만 파는 ‘북어국집’은 성지가 되었다. ‘북어국집’의 북엇국은 한우 사골과 북어 뼈로 밑국물을 잡아 담백하고 북어 살을 넉넉히 담아 배를 채워준다. 여기에 보드라운 두부까지 한 움큼 들어간 국물을 술에 상한 속에 밀어 넣으면 이마에서는 땀이 나고 위는 다정해진다.


메뉴 이름에 ‘암호 같은 주문’이 섞이면 대개 그 집은 노포란 뜻이다. 일례로 유명한 곰탕집 ‘하동관’에는 ‘민짜, 넌둥만둥, 통닭’ 같은 별난 주문법이 난무한다. ‘북어국집’도 마찬가지. 


‘빼기’는 북어 건더기를 빼고 국물만 달라는 특별 주문으로 전날 과음했다면 ‘빼기’가 특효다. ‘간데’는 직원들끼리 쓰는 은어인데, ‘밥 반 공기 추가’라는 뜻이다. 이미 밥이 간 데에 또 나간다는 것에서 유래했단다.

사람들은 이제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 않고, 해장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햄버거나 스파게티로도 해장하는 시대다. 예전엔 새벽 4시에 문을 열었는데, 이제는 7시에 문을 연다. 이렇게 세상은 변했지만 이 집 북엇국 맛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교동 ‘북어국집’을 찾는 오랜 단골이 주력 손님이다.


기획 이인철 박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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