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이 좋아
날씨가 추워서, 미세먼지가 심해서, 무릎이 아파서, 피곤해서 오늘도 운동을 포기했다면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자. 목욕으로도 대사 개선, 심혈관 건강 증진, 염증 감소, 스트레스 해소 등과 같은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목욕 중 몸속은 운동 중이다.
대사질환 예방 기대
2018년 11월, 국제 학술지<응용생리학저널>에 목욕과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이 게재됐다. 영국 러프버러대학 연구팀이 평소 운동을 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과체중 남성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39℃ 정도의 따뜻한 물에 1시간 정도 몸을 담그게 한 후, 목욕 전후로 혈액을 채취해 혈당, 인슐린 수치, 염증 지표 등을 분석했더니, 2주 이상 꾸준히 목욕을 한 사람들은 공복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좋아지고 염증이 줄어들었다.
미국 오리건대학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앓고 있는 비만 여성에게 2개월 동안 주 3~4회 열탕 목욕을 하게 했더니, 대사성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염증이 일부 제거된 것. 미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에게 3주 동안 목욕을 하게 했더니 혈당 수치가 저하되고 인슐린 조절 능력이 향상됐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은 규칙적인 목욕이 비만하고 활동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신진대사를 개선해주고,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욕을 주 1회 하는 사람들과 주 4~7회 하는 사람들을 비교해본 결과, 목욕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덜 하는 사람들보다관상동맥성 심장병 발생 위험은 48%, 심질환 사망 위험은 50% 낮았다.“
[핀란드 매릴랜드이스턴쇼어대학 연구진]
온욕 후 찬물 끼얹기나 냉온욕 반복은 금물
사우나나 목욕탕에서 쓰러지는 이유는 급격한 온도 차이 때문이다. 갑자기 뜨거운 물에 들어가거나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거나 탈의실이 너무 춥거나 등이다.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열탕에 어깨까지 담그고 있으면 수압이 더해져 혈압이 더 많이 오른다.
심혈관 건강에는 따뜻한 물에 명치까지만 담그는 반신욕이 좋다. 찬물로 마무리를 해야 피부 탄력에 좋다며 온탕에서 나오자마자 찬물을 끼얹는 것도 피해야 한다. 탈의실이 쌀쌀하다면 마지막에 미지근한 물로 몸을 약간 식히고 나온다. 목욕을 하고 밖에 나오면 상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때 혈압과 맥박이 솟구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목욕 중 돌연사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5배 정도 많은데, 이 중 절반 정도가 12~2월 사이에 발생한다. 욕탕에 들어가 깜빡 조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도 주의해야 한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했다가 이후 급속히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잠이 들면 혈압 저하로 실신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탔을 때보다40℃ 물에 1시간 동안 몸을 담근 후 혈당이 더 크게 떨어졌다. 온탕 목욕이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에도 좋다는 뜻이다.“
[영국 러프버러대학 연구진]
잠자기 전 목욕은 미지근한 물로
반신욕을 하면 잠이 잘 온다고 해서 반신욕을 했는데 잠들지 못할 때가 있다. 물 온도가 너무 높아서다. 38~40℃ 정도의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몸이 이완되고 신경이 진정되지만 42℃ 정도의 뜨거운 물에 반신욕을 하면 반대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각성 상태가 된다. 따라서 잠자기 전에는 뜨겁지 않은 물로 목욕해야 한다.
집에서 목욕물 온도 맞추기
기본적으로 물 온도가 체온과 비슷하면 혈관이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 대중탕에 가면 온탕과 열탕 온도가 38~40℃, 42~43℃ 정도로 적절히 유지되지만 집에서 탕 목욕을 하려면 물 온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체온과 비슷하면 미지근하게 느껴지고 38~40℃ 정도면 따뜻하거나 뜨뜻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물 온도가 더 높아져 42℃ 이상 되면 뜨겁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 물이 식는다고 뜨거운 열탕 온도에서 시작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42℃ 이상에서는 5~10분만 앉아 있어도 맥박과 혈압이 올라가 심장에 부담이 된다. 뜨거운 물로 시작하기보다는 중간중간 온수를 보충하는 게 낫다.
우울할 때는 운동보다 목욕
겨울에는 유독 기분이 처지고 만사가 귀찮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계절성 우울증일 수 있다. 낮에 햇볕을 받으며 산책을 하면 좋지만 추운 날씨에 굳이 야외로 나갈 필요는 없다. 40℃ 정도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된다. 심지어 유산소운동보다 우울증 치료 효과가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 40℃ 물에서 30분간 목욕을 한 팀과 45분 정도 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한 팀을 비교해봤는데 목욕 팀의 우울증 정도가 훨씬 낮았다.
우울증에는 밤보다 낮에 하는 욕탕 목욕이 더 좋다. 정상적인 생체리듬이라면 낮에는 심부체온이 올라가고 밤에는 떨어진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대부분 생체리듬이 어긋나 있으므로, 낮에 온탕 목욕을 하면 심부체온이 올라가 생체리듬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TIP. 목욕하면 몸속에서 생기는 일
- 온열 효과로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순환 촉진
- 산소와 영양 공급이 증가해 몸속 노폐물 배출
- 피부와 폐 호흡이 활발해져 호흡기질환 개선
- 혈액 생성과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면역력향상
- 부력으로 관절 통증 감소
- 모공, 기름샘, 땀샘 등이 청소되어 노폐물배설
- 신진대사가 활성화돼 피로 해소
- 체내 호르몬 분비 불균형 해소로 노화 예방
- 혈전 녹이는 효소 증가로 혈전 개선 효과
-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분비되어 스트레스해소
- 체온 상승으로 인한 칼로리 소모
탕 목욕이 힘들다면 손발 목욕
전신욕, 반신욕, 족욕 등 몸을 어디까지 물에 담그는지는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어깨까지 담그는 전신욕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반신욕이나 족욕에 비해 상하체 순환 효과가 덜하다.
반신욕이 어렵다면 발이나 손만 따뜻한 물에 담가도 좋다. 특히 손과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냉해지기 쉬운 부위라서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이때 따뜻한 물에 손과 발을 담그면 말초 혈관이 확장되면서 수압으로 인해 말초에 막힌 피가 힘껏 돌아간다.
족욕을 할 때는 종아리까지 담그고, 수욕을 할 때는 손목까지 충분히 담근다. 약간 뜨거운 물에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고 손목이나 발목도 돌려준다. 펌프 역할을 해서 순환이 더 잘된다. 10분 정도 하면 적당하다.
탕에 앉아서 겨드랑이 탕탕탕!
20분 이상 온탕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지루하다면 림프순환을 촉진하는 간단한 동작을 해보자. 겨드랑이, 사타구니, 무릎 뒤 오금을 주먹으로 ‘탕탕’ 두드린다. 림프절이 있는 부위다. 림프절은 체내 노폐물이 모이는 곳으로 이곳이 막혀 림프액이 정체되면 몸이 자주 붓고 잠을 자도 피곤하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목욕할 때 비누는 2~3일에 한 번만 사용하고 때를 밀고 싶다면 때 타월 대신 피부 자극이 덜한 보디스크럽제를 사용한 후, 탕에 들어간다. 피부 모공이 열려 노폐물이 더 잘 배출된다. 보통 목욕 후 면봉이나 화장지로 귓속을 닦지만 선풍기나 드라이어의 찬 바람으로 귓속을 말리거나 그냥 두면 체온으로 자연스럽게 건조된다.
TIP. 완벽한 목욕 순서
1. 식사 1시간 이후, 취침 1시간 전에 목욕하기
2. 식욕 줄이고 싶다면 식전에 열탕(42℃) 목욕
3. 목욕 전에 물 한 잔 마시기
4. 때를 밀고 싶으면 입욕 전에 보디스크럽 사용
5. 38~40℃ 물에 20~30분간 반신욕
6. 겨드랑이, 사타구니, 오금 두드리기
7. 비누칠은 2~3일에 1번
8. 찬물 마무리 금지
9. 욕실에서 보디로션 바르고 옷 입기
10. 목욕 후 양말 신어 체온 유지
11. 목욕 후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12. 이렇게 일주일에 3~4번 목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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