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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강빛마을, 우리만의 시골 마을에 모여 함께 삽니다

미국 애리조나의 선시티, 핀란드 헬싱키의 로푸키리, 일본 가나자와의 셰어 가나 자와처럼 우리나라에도 은퇴자 마을이 하나둘 생겼다. 우리나라 은퇴자 마을의 현주소는 어떨까? 전국 최대 규모의 은퇴자 마을인 전남 곡성 강빛마을을 탐방 했다.

곡성읍에서도 한참을 달려왔네요. 섬진강과 보성강으로 이어진 길의 풍경이 정말 멋졌습니다.


마을 앞으로는 보성강이 흐르고, 뒤로는 화장산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자연에서 인생 2막을 살고 싶은, 은퇴자들의 로망과도 같은 동네죠.


강빛마을은 어떻게 조성되었나요?


강빛마을은 농촌에서 보내는 행복한 노년의 삶을 꿈꾸며 2013년 4월 탄생한 마을입니다. 농촌 공동화를 막고 은퇴자 마을의 한국형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 취지였지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 생긴 농촌의 빈 공간을 은퇴자들이 채우는 겁니다. 침체된 농촌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요.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네요.


대지 약 13만2,000m²(4만 평)에 주택 109개 동이 자리 잡고 있고, 마을 입구에 교육관, 문화관, 관리동, 식당, 커피 하우스, 편의점, 국제학교 등 공동 시설과 편의 시설이 있습니다.


유럽풍으로 지은 집 외관이 독특한데, 목조 골재에 스페인에서 직수입한 기와를 얹었어요. 모두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습니다. 외벽과 내벽 모두 숨 쉬는 황토 벽돌을 썼고 내부를 한옥의 목구조(木構造)로 만들었죠. 가구당 건축면적은 총 99m²(30평)로 모두 동일합니다.


대지는 넓지만 가옥 간 간격은 좁은 편인데, 여기에는 숨은 의도가 있어요. ‘노인들이 사는 마을의 규모는 어느 정도 크고, 집은 작게 짓되 서로 가까워야 한다’는 장수 과학 이론을 적용한 것이지요.


내부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기본 구조는 1층에는 방 2개와 주방, 거실이 있고 2층은 원룸 형태입니다. 1층에서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게 설계해 2층은 다락방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다소 좁은 느낌이 들지만 기본적으로 1~2인 가구에 맞춰 설계해 두 사람이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또한 취향에 따라 집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고요.

특이하게 109개 동 중 50개 동이 펜션이라면서요?


1층은 입주자들의 주거 공간으로, 2층은 침대 2개를 둔 호텔식 민박으로 설계했습니다. 민박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해 은퇴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지요.


마을의 중요한 수익 창출 모델이네요.


또 다른 이유는 외부와 지속적으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춘 것이죠. 마을에 나이 든 사람만 있으면 전체 분위기가 처질 수 있어요. 젊은 외부 손님들이 마을에 찾아와 교류하면 마을도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지거든요.


몇 분이나 이 마을에 사나요?


현재 46세대에 70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나머지 세대는 은퇴 예정자들로 아직 현업에 종사하고 있어 주로 주말에만 이곳에서 머물지요. 입주자들은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대학교수, 자영업 등 다양한 직종에 몸담았던 은퇴자들이에요.


입주자들 사이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수도권에서 내려온 사람이 80퍼센트입니다. 또 ‘시골에 대한 동경’ ‘아내가 시골행을 주도’ ‘오랫동안 준비’ ‘취미’ 등의 공통점이 있어요. 대전에서 온 입주 4년 차 이현숙 씨도 시골 생활을 동경해 오게

되었죠.

마을에서 살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입주민 이현숙 씨) 도시에서만 살아서인지 평소 시골 생활을 동경했어요. 그래서 남편을 끌고 왔지요(웃음). 처음엔 경치 좋은 데 땅 사서 예쁘게 집을 짓고 살아볼까 싶었는데, 그렇게 사는 분들을 보니 마을 분들과 융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이곳을 봤죠. 강과 산이 있어 아늑하고, 무엇보다 은퇴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것도 좋았어요.


(입주민 김수진 씨) 저희는 입주 4년 차인데 ‘은퇴자 마을’이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었어요. 저희 부부는 10년 전부터 은퇴 이후 살 곳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이곳을 선택했는데 은퇴자끼리 모여 사는 게 좋더라고요. 은퇴자 마을이라면 내려놓고 비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있었고요.


시골 생활이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겠네요.


(입주자 김수진 씨) 이곳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쁩니다. 그 이유는 취미가 있기 때문이죠. 취미가 있는 사람은 절대 지루할 수가 없어요. 취미가 없으면 배우고 싶은 호기심만 있으면 돼요. 읍내 문화센터에 가면 배울 수 있는 강좌가 정말 많거든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봉사 현장도 많고요. 뭔가를 배우고 나눌 수 있는 곳은 널렸어요. 갖춰진 삶보다 맞춰나가는, 만들어가는 삶도 재미있어요.

공동체의 운영 원칙이있습니까?


강빛마을은 은퇴자들의 느슨한 공동체입니다. 마을 운영진은 촌장·부촌장·이장·사무국장인데, 현재 촌장은 고현석 전 곡성군수입니다. 고 촌장은 공직 은퇴 이후 아내인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이 마을을 조성했어요.


마을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주민들의 총회로 이뤄지고, 마을공동 규약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곳에서는 입주민끼리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또 자신의 종교나 사상을 남에게 권유해서는 안 됩니다. 이 밖에 공동체 생활에 해를 끼치는 일은 금하고, 주민 간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마을 안에 동아리가 있군요.


현재 4~5개의 동아리가 활동 중입니다. 가곡 부르기, 퀼트, 단전호흡, 자전거 타기 등이 있는데, 주민 재능 나눔 형태로 진행돼요. 마을 전체 행사로는 공동 텃밭 가꾸기, 겨울철에 진행하는 일주일에 1회 함께 식사하기가 있어요. 한 번은 남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한 번은 여자들이 준비해요. 서로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데 좋더라고요.


한 달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요?


씀씀이에 따라 다르지만, 입주자들 말을 종합하면 부부 합산 100만~150만 원 안팎인 것 같습니다. 보통 부부의 연금 정도로도 이곳에서는 기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죠.


앞으로 강빛마을이 어떤 곳이 되길 바라나요?


강빛마을은 은퇴자 마을로서 완성단계는 아닙니다. 공동 책방, 공동 식당, 공동 세탁소 등 마을에 채워야 할 것이 많아요.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은퇴하고 삶의 중요한 것들이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고 작은 것도 함께 만들어가며 사는 재미와 활기를 느낍니다. 그러면서도 쫓기지 않고 삶의 여유를 온전히 느끼며 살고 있죠. 앞으로 또 누가 오더라도 이 마을 특유의 활기와 여유로움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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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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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의 재능과 경험을 교류하는 “Value Sharing 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