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서 보면 깜짝! 여행지에서 나도 모르게 부과되는 세금·요금들
음식값을 계산하려는데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청구됐다. 또 온라인 예약으로 지불까지 마친 호텔에서 추가 요금을 요구한다. ‘나 지금 사기 당하는 건가?’ 하는 이 상황! 해외여행 시 미리 알고 있어야 덜 억울하고 덜 당하는, 도시별 세금이나 추가 비용을 소개한다.
잠만 자도 추가 요금 있어요 도시세(city tax)
로마 여행을 앞두고, 부푼 마음으로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호텔을 검색한 A양. 두 명이 100유로 정도에 머물 수 있는 호텔을 발견하곤 신나는 마음으로 호텔 예약과 최종 결재까지 마쳤다. 그런데 체크인 당일 추가요금으로 24유로를 더 달란다. 분명 온라인 사이트에서 돈을 모두 지불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나라에는 생소하지만 인기 관광지로 유명한 유럽 도시들은 관광객들에게 도시세(city tax)를 받는다. 환경 보호와 관광 개발 및 홍보를 명목으로 걷는 세금이다. 당일치기 관광객은 제외되며, 반드시 1박 이상 숙박을 하는 관광객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라 숙박세라고도 불린다.
도시세는 대개 호텔에서 체크인을 할 때 부과되며, 1인당 1박마다 계산돼 오래 머무를수록 늘어난다. 게다가 해마다 도시세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니, 반드시 최신 버전으로 검색해 보아야 한다.
금액은 도시마다 다르며, 호텔 등급별로 차등을 두어 일정 퍼센트나 고정 요금을 부과한다. 호텔 사이트에서 예약 시 함께 계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체크인할 때 따로 청구되는 것이 보통이다. 어린이는 면제된다.
<주요 도시별 도시세> (기준 : 1인 1박당 요금, 2019년)
- 로마 2·3 성급 호텔 4유로, 4성급 호텔 6유로, 5성급 호텔 7유로
- 베네치아 3성급 호텔 3.50유로, 4성급 호텔 4.50유로, 5성급 호텔 5유로
- 피렌체 3성급 3.80유로, 4성급 4.80유로, 5성급 5.80유로
- 베를린 숙박요금의 5%
- 드레스덴 숙박요금의 6.6%
- 함부르크 숙박요금의 9%
- 암스테르담 숙박요금의 7%
- 파리 호텔 등급별로 0.25유로~5유로(9단계)
- 부다페스트 숙박요금의 4%
서비스 요금은 팁이 아니라고? 서비스 차지(service charge)
B씨는 음식 값을 지불하려고 영수증을 살펴보니, 서비스 차지 명목으로 10%가 추가 돼 있었다. 10% 정도 팁을 낼 용의가 있었으므로, 서비스 차지를 팁으로 생각하고 계산 시 담당 서버에게 카드를 내미니 ‘팁은 얼마로 해드릴까요?’라고 한다. 팁을 또 받겠다고?
서비스 차지는 서비스 비용에 대한 대가로, 팁과 비슷한 의미지만 고객이 임의로 주는 팁과는 달리 업주가 일률적으로 부과한 요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호텔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10% 부가가치세와 함께 10% 서비스 요금이 붙으니, 이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쉽다.
서비스 요금이라고 해도 고객 입장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비용. 서비스 차지가 있다고 해도 팁은 별도라, 영수증에 ‘팁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명기해두거나 별도의 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쯤에서, 여행지가 더 궁금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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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서에 팁을 미리 넣어두는 곳도 있다!
C씨는 하와이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70달러의 음식을 주문했으나, 나중에 받아본 영수증에는 100달러 정도 금액이 부과 돼 있었다.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 영수증을 살펴보니, 서비스 차지와 함께 팁이 요금처럼 부과돼 있었다.
‘팁은 서비스가 좋을 때 내가 기분 좋게 내는 것이 아닌가?’ 일률적인 팁 부과에 황당해 항의하니,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팁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미리 계산돼 나온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팁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줄었다. 나라와 도시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개 레스토랑에서 음식값의 5~20% 정도의 팁을 제공한다.
팁은 어디까지나 팁이지만, 특별히 불쾌한 경우가 아닌 이상 팁을 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담당 서버가 아예 팁은 얼마 줄 건지 물어보는 경우도 다반사. 문제는 내 스스로 혹은 어쩔 수 없는 분위기로 내는 팁도 아닌, C씨처럼 아예 영수증에 부과돼 나오는 경우다.
강제성은 없으나 대부분 항의는 못하고 그대로 금액을 지불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 서비스 차지와 팁까지 포함되면 음식값은 20~30%까지 더 부과될 수 있다.
설마 공짜인 줄 아셨어요? 테이블 위 빵과 버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찾은 D씨. 무려 400년이 넘었다는 레스토랑를 찾아 식사를 했다. 가격대가 높기로 유명했지만, 점심 메뉴가 있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다행히 음식은 맛있었다. 특히 식전빵과 곁들여 나온 디핑소스가 환상적이었는데, 메인 메뉴를 남기면서까지 식전빵과 소스를 싹싹 비워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받아봤는데 알 수 없는 항목으로 4유로가 부가됐다. 독일어로 써 있어서 알 수 없었던 D씨는 담당 직원에게 물었다. ‘아, 이건 빵 금액입니다!’
많은 레스토랑에서 식전빵은 무료로 제공되나, 유럽 레스토랑에서는 금액을 따로 받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유료라고 명확히 공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의 테이블 한쪽에 놓인 병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나 대부분은 빵이 유료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종종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하게 된다. 독일 맥주집, 테이블 위 바구니에 담긴 프레첼도 마찬가지다. 담당 서버가 넉넉한 미소로 빵을 갖다줘도 반드시 “이 빵은 무료입니까?(Is it free?)”라고 물어보자.
또한 빵은 무료지만 버터나 오일 등 찍어먹을 소스를 달라고 하면 추가 요금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케첩과 마요네즈 금액이 별도 부가되기도 한다.
물보다 더 비싼 용기값 페트병 환불 보증금 pfand
E씨는 베를린 여행 중 동네 슈퍼마켓에서 0.25유로짜리 500ml 생수를 발견하고는 계산대로 가져갔다. 보통 같은 사이즈 생수는 1~3유로 정도 하는데, 우리 돈으로도 500원이 안 되니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다행히 동전이 있어서 0.25유로에 딱 맞게 냈으나, 캐셔가 정색을 하고 금액을 다시 말해준다. 계산대에 뜬 금액을 보니 0.60 유로. 어찌된 것일까?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유럽 나라에서는 페트병 음료당 페트병 환불 보증금(pfand)을 따로 부과한다. 0.25~1.5유로까지 재질이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르다. 당연히 페트병 재활용을 목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빈 페트병을 다시 가져가면 돌려주는 금액이다.
다만 사람이 돌려주는 시스템이 아닌,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에 빈 페트병을 넣으면 자동으로 반환된다. 좋은 취지의 금액이나 이 기계가 매장마다 설치돼 있지 않아서 관광객이 반환받기는 사실상 힘들다.
기획 이인철 글 두경아(여행작가)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