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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월드투어 옷 만든 그녀, 넷플릭스 패션 서바이벌 우승

네타 포르테 공동 ‘넥스트 인 패션’

김민주, 세계 디자이너 17명 제쳐

결선 땐 ‘사흘내 옷10벌’ 미션 수행

“한국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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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패션 플랫폼 ‘네타 포르테’와 넷플릭스가 손잡고 기획·제작한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 시리즈에서 한국 패션 브랜드 ‘민주킴’의 디자이너 김민주씨가 우승했다. 전 세계의 쟁쟁한 디자이너 17명과 경쟁한 끝에 지난달 29일 넥스트 인 패션의 시리즈 마지막 회에서 1위에 오른 김씨는 상금 25만 달러(약 3억원)와 네타 포르테 브랜드 입점 기회를 얻었다. 한 달에 170개국 700만 명 이상이 접속해 쇼핑하는 온라인 쇼핑몰 네타 포르테가, 190개국 1억6700만 가구가 구독하는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디자이너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일찌감치 전 세계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고교 시절을 뉴질랜드에서 보낸 김씨는 한국의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뒤, 다시 벨기에로 유학해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민주킴’을 운영한 지는 5년이 됐다. 김씨를 이메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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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프로그램 참가 계기는.


A : “2018년 말 이메일로 제안받았고 촬영은 지난해 4월쯤 시작했다. 전문가·미디어 등을 통해 나라별로 10명씩 후보자를 추천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진행한 컬렉션 사진과 수상 경력 등을 보내 심사를 받고, 화상 통화를 수십 차례 하며 면접을 봤다. 미국 정신과 의사에게 600문항에 걸친 정신감정도 받았다. 심사에만 1달 넘게 걸렸다.”


Q :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나.


A : “기간은 한 달 반 정도였다. 10차례 경연을 벌였는데 거의 매번 이틀 내 해결할 과제를 줬다. 첫날은 6~8시간, 다음날은 4시간을 주면서 옷 컨셉트부터 디자인·패턴·재봉·스타일링까지 모두 직접 하라고 했다. 최소 1주일은 걸릴 일인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미친 듯 하게 되더라. 미션마다 손이 떨려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Q : 결선에선 사흘 안에 옷 10벌을 완성했다.


A : “준결승전이 끝나자 바로 사흘 내 끝내라고 하더라. 정신력과 체력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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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인 패션에서 김씨는 과제별 우승자가 되기도, 최하위 그룹에 속하기도 했지만, 줄곧 ‘개성 강한 실력자’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인 토미 힐피거, 필립 림, 크리스토퍼 케인 등 스타 디자이너들과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등의 스타일리스트는 그의 옷을 두고 “인상적이다” “색 조화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토미 힐피거는 “차세대 패션이라는 테마에 맞는 독창성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김민주는 이미 세계적인 패션 상을 수차례 받았다. 2013년 H&M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승했고, 다음 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프라이즈’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패션 스카우트’에선 최종 4인에 선정됐다. 미국의 유명 편집매장 ‘오프닝 세레모니’와 협업 컬렉션을 내기도 했다.


결승전에서 김민주는 영국의 다니엘 플래처(Daniel w. Fletcher)와 경합했다. 플래처는 서구 패션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디자이너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와 함께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피오루치’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정말 의외의 결과였다. 나는 다니엘과 겨룬다는 것만으로도 들뜰 정도였고, 준결승전인 데님 챌린지에선 다니엘이 극찬을 받았다. 내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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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승 비결은 뭐라고 보나.


A : “10차례의 컬렉션 경험이 도움됐다. 패션 공부 7년, 브랜드를 전개한 5년 동안 최선을 다했다. 그 시간이 전력투구할 수 있는 힘이 됐다.”


Q : 옷을 만들 때 늘 ‘민주킴스러운가’ 자문한다고 들었다.


A : “너무 많은 것에서 쉽게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에게 집중 못 할 때가 있다. ‘혹시 내가 타협하고 있지는 않나’ ‘이게 진짜 내 스타일이 맞나’ ‘여기에 민주킴이 들어있나’를 매일 질문한다.”


Q : ‘김민주답다’는 의미는.


A : “민주킴의 옷은 내 일기장 같은 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평가는 ‘동화적’이라는 말인데, 그 말은 보는 이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 들이 많이 담겨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Q :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기회를 얻었다.


A : “사실 내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건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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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왜 목표가 ‘한국’인가.


A : “초기엔 해외에서만 활동했다. 그러다 ‘결국 내 고객은 한국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1년 6개월 전 국내 시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회사 규모는 나와 경영을 맡은 언니, 그리고 직원 두 명이 전부다. 민주킴 컬렉션을 보고 해외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다는 이메일이 많이 오는데 사무실이 좁아 앉을 자리가 없다고 오지 말라고 답장한다.(웃음)”


Q : 가수들의 의상 제작, 스타일링도 맡았다.


A : “레드벨벳으로 시작해 지난해엔 방탄소년단(BTS)의 월드 투어 의상을 만들었다. 두 번 다 기획사에서 먼저 연락했다. BTS 때는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까닭에 남성복 만들 일이 없어 아쉬웠는데 기회가 생겨 즐거웠다. 그것도 BTS를 위한 옷이라니!”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한국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려 한다. 초기에 해외에서 활동한 건 ‘한국에서 누가 내 옷을 살까’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는데, 내가 만든 편견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더 얻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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