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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원에 비상선포한 칠레, APEC 개최도 포기했다

칠레 정부가 다음달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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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이 결정이 APEC과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 끼칠 불편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로 "최근 몇 주간 모든 국민이 어려운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장 걱정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공질서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평화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6~17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APEC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서명할 거란 전망도 나왔었다. APEC의 일정과 장소 변경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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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녜라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이라 설명한 것은 날로 격화하고 있는 시위를 말한다. 칠레 정부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시위가 국제회의 개최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었지만,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칠레 시위는 정부가 지난 6일 유가 상승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하며 시작됐다. 800칠레페소(약 1328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378원)로 조정한단 계획이었다. 약 50원 인상이었지만 그간 차곡차곡 쌓여왔던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지하철 요금 인상은 이 시위의 기폭제였을 뿐”(뉴욕타임스)이란 분석이 쏟아졌다.


중남미 최고 수준의 물가에 계속 오르는 공공요금, 날로 심해지는 양극화에 지쳐가던 사람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상자도 발생했다. 급기야 19일에는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대통령이 부랴부랴 요금 인상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하고 연금과 최저임금 인상안도 내놨지만 시위대의 규모는 오히려 점점 커졌다. 장관을 8명이나 교체했음에도 100만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칠레에서 일어난 사상 최대 시위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시위대는 경제 개혁은 물론 대통령 사퇴, 내각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칠레의 APEC 포기 선언과 관련해 "소식은 들었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짧게 입장을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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