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앞에서 가젤 뜯어먹는 치타와 눈이 마주쳤다
탄자니아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
서울보다 약 24배 넓은 대평원
눈앞에서 펼쳐진 동물의 왕국
집채만 한 코끼리들 몸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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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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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는 TV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인 줄 알았다. “사자는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입니다”로 시작해, 으레 “짝짓기를 하고 있습니다”로 이어지는 다큐멘터리의 현장.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현실감이 없었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꼬박 5시간을 달려 세렝게티 게이트를 통과하자, 이내 동물의 왕국이 열렸다. 타조와 임팔라 떼, 아프리카코끼리와 사자가 한 프레임에 들어왔다. 생애의 버킷 리스트가 현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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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대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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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 떼에게 먹힌 동료의 사체 뒤에서 검은꼬리누는 무심히 풀을 뜯었다. 마사이족의 도움을 받아 나도 그 한쪽 편에 점심상을 차렸다. 어느새 모여든 독수리와 마라부 황새가 주변을 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이곳은 세렝게티. 동물들의 낙원이자, 치열한 야생의 현장이다.
세렝게티가 얼마나 거대한 땅이었는지, 지금도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숫자로는 알지만, 여전히 아득하다. 세렝게티는 탄자니아 북부와 케냐 남서부에 걸친 대략 3만㎢의 평원이다. 그 가운데 1만4750㎢의 땅이 탄자니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 면적(605㎢)의 24배가 넘는 땅이 야생 동물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야트막한 동산 하나 없는 그 거대한 들판에서 야생동물 수백만 마리가 살아간다. 그 땅에서 살아온 마사이족이 왜 ‘끝없는 평원(세렝게티)’이라 이름 붙였는지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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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남서부의 응고롱고로(Ngorongoro) 분화구도 입이 쩍 벌어진다. 화산 폭발로 생긴 세계 최대의 분화구로, 내부 지름이 무려 16~19㎞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8.4㎢)의 31배라고 하면 감이 올까. 여기에도 동물이 산다. 그냥 사는 정도가 아니라, 대략 3만 마리를 헤아린다. 아프리카에서 포유류의 밀도가 가장 높단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호수와 우거진 수풀이 있어서다. 얼룩말이며, 사자며 할 것 없이 분화구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간다.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일대에 머문 나흘 내내, 사바나(열대초원)를 향해 액셀을 밟았다. 비포장 흙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그게 이 어마어마한 대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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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웬데 트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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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뚜껑을 열어젖힌 8인승 지프를 타고 세렝게티를 달렸다. 차를 타고 야생 동물을 찾아가는 사파리를 현지에서는 ‘게임 드라이브’라고 불렀다. 차에서 내리거나, 먹이를 던져주는 것 같은 행동은 야생을 해칠 수 있어 모두 금지됐다. 그게 게임의 룰이었다.
세렝게티 여행 최적기는 6~9월과 1~2월이다. 우기를 보낸 뒤 새싹이 푸릇푸릇하게 돋는 시기라, 대부분의 초식 동물이 이때에 맞춰 새끼를 낳는단다. 새끼는 손쉬운 먹잇감인지라, 맹수의 사냥 활동도 덩달아 활발해진다. 야생 동물의 역동적인 순간을 볼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다. 내가 간 10월의 세렝게티에도 나름의 장점은 있었다. 건기여서 비도 없고, 습한 더위도 덜했다. 수풀이 적어 동물 관찰도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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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드라이브 이용객은 연간 15만~20만 명. 오랜 학습의 결과인지 대개의 동물이 사파리 차량에 무심했다. 차가 오든 말든 검은꼬리누 떼는 줄지어 길을 건넜다. 최약체인 톰슨가젤마저도 차 옆에서 태평하게 되새김질을 했다. 물웅덩이에 납작 엎드려 낮잠을 자던 하마만이 소란을 느꼈는지 성난 눈으로 돌아봤다. 사실 최약자는 차에 숨어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인간이었다.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
가이드에게 속성으로 배운 스와힐리어는 제법 쓸모가 있었다. 낯선 동물을 발견할 때마다 외쳤다. 촬영이 끝나면, 다음 대사는 늘 이런 식이었다. “메말리자(이제 됐어요), 트웬데(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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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에서, 여행지가 더 궁금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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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나 다름없는 평원에서 야생 동물을 찾는 일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운이 반, 드라이버의 실력이 반이었다. 다행히 운전대를 잡은 한스는 게임 드라이브 20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한스가 톰슨가젤을 뜯는 치타 앞에 바짝 차를 댔다. 치타와의 거리는 불과 3m. 고개를 파묻고 허벅다리를 뜯던 치타와 눈이 마주쳤다. 살기가 가득했다. 입가엔 피가 흥건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른 일행이 탄 차에서는 치타는커녕 코뿔소도 보지 못했단다. “아산테(고마워)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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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에도 교통 체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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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파이브(Big 5)’ 봤어?”
세렝게티를 갔다왔다면 으레 받는 질문이다. 놀이기구 다섯 개 탔느냐는 의미가 아니다. 체급으로 보나, 성깔로 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거친 동물을 그렇게 부른다. 코끼리·코뿔소·사자·아메리칸물소(버팔로)·표범이 그 주인공이다. 빅 파이브를 모두 본다면 여행자에게 평생의 훈장이 된다.
세렝게티의 대평원 안에서도 이따금 차가 막힌다. 진짜다. 한데 사파리 차량이 줄줄이 멈춰서 길을 막는다? 이건 좋은 신호다. 만나기 어려운 동물이 나타났다는 신호이어서다. 주로 빅 파이브 중 하나가 나타났을 때 이런 정체 현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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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지프 아래 숨어든 암사자 때문에 차 10여 대가 발이 묶였다. 다소곳이 앞발을 모은 모습은 덩치만 컸지, 영락없는 고양이 자세였다. 그렇게 한참 숨을 고르던 녀석은 톰슨가젤 무리를 향해 뛰쳐나갔다. 집채만 한 코끼리가 싸우는 광경도 목격했다. 두 코끼리가 서로 코를 감고 싸우는 와중에, 새끼 코끼리가 위태롭게 끼어 있어 간이 콩알만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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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코끼리는 상대의 엄니를 받아내는 와중에도 새끼를 제 뒤로 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본능적인 사투였다. 표범을 놓쳐 빅 파이브 달성엔 실패했지만, 의외의 수확도 있었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검은코뿔소를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목격했다. 뿔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낭설 때문에 밀렵이 성행해 그 수가 급격히 줄었던 종이다. 내내 담담하던 한스도 신이 나서 카메라를 꺼냈다. 20년 베테랑도 코뿔소 앞에선 소년이었다.
달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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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경계 너머 야영장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세렝게티 외곽이라고 해도 야생이긴 마찬가지였다. 숙소 근방에서는 기린과 얼룩말이 풀을 뜯었다. 손버릇이 안 좋기로 유명한 버빗원숭이도 텐트 주변을 기웃거렸다. 텐트 열쇠에는 호각이 달려 있었다. 야생 동물의 위협을 알리는 용도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밤에는 전우조처럼 짝을 지어 이동하라는 경고까지 들었다.
울타리는 따로 없었고, 밤마다 창을 든 마사이족 청년이 곳곳에서 경계병 역할을 했다. 본래 유목 생활을 하는 부족이지만, 근래 문명에 순응하면서 야영장이나 리조트에서 일하는 경우가 늘었단다. 꼬박 1년을 일하면 생활비를 빼고, 송아지 6마리 살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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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밤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야간 사파리에 나섰을 때, 대평원의 지평선 위로 서서히 떠오르던 달의 모습이 생생하다. 해도 아닌 것이 강렬한 붉은 빛을 내며 초원을 물들였다. 세렝게티는 이토록 낭만적으로 잠이 드는구나. 순간 하이에나 무리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암사자도 어슬렁거리며 지나갔다. 잠드는 건 사람뿐이었다. 야생은 잠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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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
탄자니아는 멀다. 에티오피아항공을 이용해 아디스아바바에서 갈아타는 게 가장 빠른 길. 직항 편은 없다. 인천 공항에서 아디스아바바 공항까지 약 13시간, 여기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까지 비행기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화폐는 탄자니아실링(TZS)을 쓴다. 2ℓ들이 콜라 한 병이 3000TZS(약 1500원)이다. 달러를 받는 가게도 많다.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는 보통 현지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이용한다. 현지 여행사의 세렝게티·응고롱고로 4박5일 패키지가 2000달러(약 233만원) 수준이다. 탄자니아는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입국이 불가능하다. 말라리아약도 챙겨가는 게 좋다. 비자도 받아야 한다(온라인 신청 50달러). 마스크·모기기피제·모자·자외선차단제는 필수다.
세렝게티(탄자니아)=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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