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1500원짜리 대용량 커피, 회사에서 안받아줘 직접 창업







패기와 경험이라는 신구조화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청년창업 사례가 있다. 2014년 3월 ‘대용량 저가 커피’ 컨셉으로 1호점 문을 연 이래 해마다 성장해 현재 300호점을 돌파한 ‘더벤티코리아’가 주인공이다. 박수암(31), 최준경(31) 공동대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니고 회사도 같이 근무한 절친 중의 절친 사이.

동업, 그것도 친한 친구끼리 동업은 모두 말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희 둘은 성격, 스타일 모든 면이 180도 달라 그런지 지금까지 크게 싸운 적도 한 번 없이 잘 왔네요”라며 서로 바라보며 쑥스럽게 웃는다. 그 둘 사이에 다소 잘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로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앉아 있는 또 한 명의 공동대표 강삼남(58) 씨. 이들의 독특하면서도 배울 점 많은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창업스토리가 참 특별합니다.




A : 박수암 친구끼리 한 커피 유통 회사에 다녔는데 2014년쯤 회사에 ‘저가 대용량 커피 전문점’을 제안했어요. 속된 말로 ‘씨알’도 안 먹혔죠. 1500원에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주는 컨셉이었는데 그때는 최초였어요. 지금은 많이 생겼지만요. 둘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어요. 문을 연 지 열흘 만에 대박을 쳤죠. 나중에 저희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같은 컨셉으로 매장을 열기 시작했을 정도로 인기가 끌었으니까요.



최준경 첫 열흘간은 정말 피를 말렸어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거예요. 문만 열면 줄을 쫙~ 서서 살 줄 알았거든요. 어렵게 창업한 거라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 했어요. 로고 디자인 맡길 돈도 없어 저희 둘이 직접 매직으로 그려가면서 만들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안 되겠다 싶어서 빈 컵 몇 개를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같은 곳에 갖다 둬 보기도 했어요. 딱 열흘이 되던 날, 갑자기 매장 앞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줄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꿈인가 생신가 싶고 신기했어요.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1년 만에 100호점을 돌파하고 잘 나가던 중 또 한 분의 공동대표를 영입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A : 사실 저희는 청년창업, 스타트업 이런 거 잘 몰라요. 그냥 장사가 될 것 같아서 힘을 모았고 정신없이 열심히 뛴 거죠. 한참을 달리다 보니까 100호점을 넘어 200호점 오픈이 눈앞에 있더라고요. 가맹점이 늘어나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적인 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어요. 저희가 장사 측면에서 판단이 빠르고 추진력이 강했지만, 경영, 인사, 회계 등 꼭 필요한 부분은 약했으니까요.


사실 처음에는 경영을 좀 쉽게 본 측면도 있었는데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초심을 떠올리니까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때 친한 친구의 아버지인 강 대표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대기업 계열사에서 대표를 역임하고 새로 사업을 준비 중이셨는데 용기를 내서 저희 좀 도와 달라고 말씀드렸죠.




Q : 아들 친구들로부터 스카우트제의를 받은 흔치 않은 경우인데요. 선뜻 수락했나요?




A : 강삼남 웬걸요. 사실 창업 전에 제게 자문했을 때도 말렸거든요. 2년 만에 가맹점을 많이 늘려와서 경영을 도와달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지요. 그때는 저도 회사를 퇴직하고 새로운 사업준비로 정신이 없기도 했고요. 도와는 주겠다고 했더니 얘들이(그때는 그냥 아들 친구들로만 보였으니까요) 정식으로 공동대표가 되어달라고 하는 거예요. 아, 장난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재무상태 표 등 자료를 갖고 와 보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아들 친구들이 아닌 경영자로 보기 시작했어요. 자료를 보니까 어린 애들인 줄만 알았는데 회사를 잘 키워놨더군요. 일단 다행이다 싶었어요.




Q : 자료에서 뭔가 다른 점이 보이던가요? 아무래도 30년 가까운 경영 경험이 있으니 안목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A : 강삼남 벤처다 스타트업이다 폼 잡지 않고 내실 있게 장사하는 탄탄한 회사를 만들어 온 것이 눈에 띄었어요. 구체적으로 제조업 보다는 높은 적정이익률과 최소한의 부채비율이 무척 인상적이더군요. 잠재력이 높은 우량기업이라는 판단이 들었죠. 대표가 발로 뛰는 회사는 숫자로 딱 보이거든요. 제가 힘을 보태면 회사를 더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함께 경영하면서 제가 더 많은 자극과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저도 일 하면 어디 가서 뒤지는 사람이 아닌데, 두 대표는 저 이상으로 열심히 뛰더라고요.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아무리 그래도 친구 아버지, 아들 친구들 관계가 편할 리는 없을 텐데요, 힘들거나 불편한 건 없나요?




A : 박수암, 최준경 진짜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저희는 좋기만 합니다. 우선, 회사경영에 대해 불안한 마음 없이 열심히 뛸 수만 있게 해 주시니까요. 그리고 정말 많이 배웁니다. 아, 우리끼리 주먹구구식으로 했더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점투성이에요.



강삼남 불편한 점? 한 3% 있습니다, 농담이고요(웃음). 아주 좋습니다. 대표로 있던 회사를 퇴직하고 나니 지인들이 관심을 많이 갖더라고요. 제가 어떤 사업을 하나 말이죠. 처음에는 주변 시선을 많이 의식했어요. 솔직히 내가 어떻게 이렇게 작은 커피 회사로…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고요.


지금은 대만족입니다. 젊은 회사 분위기에서 일하다 보니 저도 에너지를 많이 받고요. 또 제가 채워줄 부분이 많이 있으니까 보람도 느끼고요. 혹시 제 또래 중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어요. 체면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감사히 받아들여 보라고요. 인생 후반전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한 말씀씩 해 주세요.




A : 박수암 올해 450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는데요, 가맹점 수만 늘리는 회사가 아니라 가맹점과 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가맹점 거리제한을 철저히 지키고, 가맹점 이익률을 높이는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본사 이익률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말이죠. 회사 직원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크고 오래가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준경 대한민국 최초의 ‘저가 대용량 커피’로 시작했지만 ‘합리적인 가격, 고품질의 대용량 커피’로 새로운 도약을 하고 싶습니다. 세계특허를 보유한 일본 UCC의 ‘스팀 로스팅’ 원두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강삼남 한창 성장하는 회사이니만큼 직원들의 역량도 키워주고 복지 등 부족한 면도 보완해 줄 계획입니다. 고용이 안정되고 회사와 함께 개인도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joongang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