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주꾸미 100마리도 잡는다…전국 낚시꾼 몰려가는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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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관광 일번지 강진② 액티비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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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출간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한국의 여행 문화를 바꾼 책으로 평가받는다. 『답사기』 1권 ‘남도답사의 일번지’에서 맨 처음 소개한 고장이 전남 강진이다. 유홍준 교수의 말마따나 ‘단 한 번도 무대의 전면에 부상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일 없었던 조용한 시골’이었던 강진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 전국 명소로 거듭났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다산초당·무위사·백련사 등 강진의 찬란한 유산이 증발한 건 아니지만, 강진을 여행하는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유적지 답사보다 일주일 살아보기, 액티비티 체험, 맛집 탐방 같은 여행법이 더 주목받는다. 살아보기에 이어 ‘액티비티 체험’을 소개한다.
강진은 이른바 액티비티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가우도에서 짚트랙과 제트보트를 타며 스릴을 만끽한다. 강진만 생태공원에서는 갈대숲을 거닐며 겨울 철새를 구경하고 자전거도 탄다. 걷기는 기본이다. 강진에는 2020년 개통한 남파랑길 중 81~84코스가 지난다. 요즘은 배낚시를 즐기러 마량항을 찾는 사람도 많다. 차분하고 정적인 강진을 발랄하게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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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섬, 가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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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지천인 남도에서도 강진은 섬이 많지 않다. 딱 8개다. 그마저도 대부분 무인도다.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는 그래서 소중하다. 섬 면적은 0.32㎢, 인구는 30여명에 불과하지만 2012년 다리가 놓인 뒤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지난해 약 30만 명이 찾았다.
가우도는 차가 없는 청정 섬이다. 관광객은 물론 주민도 육지에 차를 두고 걸어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다리는 두 개다. 망호 쪽에 716m, 저두 쪽에 438m 길이의 다리가 있다. 선착장이 있는 저두 쪽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건 짚트랙이다. 과거에는 섬 꼭대기에 서 있는 전망대인 청자타워까지 걸어올라야 했지만 2021년 모노레일이 생겼다. 가우도 앞바다를 감상하며 5분 정도 느긋이 올라가면 타워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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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트랙은 의외로 장년층, 노년층에게도 인기다. 안전띠를 매고 출발을 기다리면 안전펜스가 덜커덕하고 내려갈 때 공포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정작 뛰어내리면 무섭기보다는 시원하고 짜릿하다. 짚트랙 길이는 973m인데 바다 건너 착지까지 30초도 안 걸린다.
요즘은 제트보트도 인기다. 모노레일 탑승장 바로 옆에 선착장이 있다. 가우도 앞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한데 12인승 보트가 최고 시속 70㎞로 질주한다. 신나는 전자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미끄러지다가 방향을 급선회할 때 승객들의 탄성이 터진다. 좁은 교량 사이를 통과할 때도 스릴이 넘친다. 10분 남짓 보트 체험을 하면 약간 어지러울 수 있다. 바닷바람 쐬고 사철 푸른 후박나무를 보며 섬을 천천히 한 바퀴 걸으면 다시 머리가 맑아진다. 40분밖에 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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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 자전거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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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 생태공원은 이맘때 강진 여행 코스에 꼭 넣어야 할 곳이다. 지난달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가 끝났다고 해서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춤추는 갈대는 여전히 아름답고, 무엇보다 겨울 진객 철새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탐진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형성된 강진만은 생태계의 보고다. 무려 1131종 생물이 서식한다. 갯벌에는 짱뚱어와 칠게·농게가 분주히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해 질 녘에는 온갖 철새가 모여들어 떠들썩하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큰고니가 제일 목청이 크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떼 지어 나는 모습도 우아하다. 아무리 날이 시려도 새 떼를 보고 있으면 생명력으로 기분이 고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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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원은 자전거 산책에 제격이다. 3시간 1000원으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서울 따릉이보다 훨씬 싼 값으로 MTB를 탈 수 있으니 ‘가성비’ 만점이다. 임석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는 “강진만은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순천만에 뒤지지 않는다”며 “강진의 여러 관광지 중에 의외로 만족도가 높은 곳이 강진만 생태공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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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는 걷기 좋은 길도 많다. 남파랑길 중 81~84코스가 강진 구간이다. 강진읍내를 출발해 강진만 생태공원과 백련사, 다산초당을 지나는 83코스가 가장 대중적이다. 월출산 국립공원 쪽도 좋다. 국립공원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암군보다 강진 쪽 산세가 훨씬 완만하고 유순하다. 정상 등반을 하지 않아도 내내 산을 보며 산책하듯 걷기에 적합하다.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히는 백운동 원림부터 설록다원을 거쳐 월남사지까지 걸으면 약 2㎞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도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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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감성돔…생활낚시로 뜬 마량
남파랑길 81번 코스 출발지는 강진 최남단 마량항이다. 과거 제주도 조랑말 먹이를 이곳에서 실어갔고, 조랑말을 육지로 운반할 때 이용했던 항구여서 마량(馬良)이다. 지금은 말은 안 보이는 대신 온갖 해산물의 집산지로 어항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마량에서는 토요일마다 놀토수산시장이 열린다. 생선회와 어패류를 싼값에 팔고 흥 넘치는 공연, LED 조명까지 비추는 바다 분수 등 볼거리가 더해져 명성을 떨쳤다.
아쉽게도 놀토수산시장은 10월 28일 막을 내렸다. 이제 봄을 기약해야 한다. 그러나 마량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요즘은 낚시꾼이 마량으로 모여든다. 배낚시가 강진의 새로운 놀 거리로 떠오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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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은 이웃한 장흥이나 완도에 비하면 배낚시 인프라가 부족했다. 올해 들어 달라졌다. 강진원 강진군수가 이웃 도시와 전북 군산 등을 둘러본 뒤 생활낚시를 해양레저의 대표 종목으로 주목하면서다. 9.77t급 낚시어선을 8대 마량항으로 유치했고 지난달 바다낚시대회도 열었다. 전국에서 낚시꾼이 몰린 대회는 성황을 이뤘다. 배대은 강진군 전략사업지원팀장은 “수도권 사람들이 즐겨 찾는 군산만 해도 11월 이후 어획량이 급감하는 반면 강진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성수기”라며 “내년에는 어선을 3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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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항 가까운 바다에서는 주꾸미와 갑오징어가 많이 잡힌다. 조금 멀리 나가면 감성돔이 올라오고 제주도 근해까지 가서 갈치를 잡는 낚시꾼도 있다. 주꾸미, 갑오징어는 낚시 경험이 많지 않아도 도전할 만하다. 지난 9일 마량항에서 만난 이정석(53)씨는 이날 잡은 주꾸미 100여마리와 갑오징어, 광어를 보여줬다. 이씨는 “누구든 잡을 수 있다”며 “이 정도는 생활낚시 수준”이라며 웃었다.
■ 여행정보
차준홍 기자 |
가우도 짚트랙은 어른 2만5000원, 모노레일은 2000원, 제트보트는 3만원이다. 강진만 생태공원 자전거는 11월까지 빌릴 수 있다. 배낚시 요금은 어종과 이동 거리 등에 따라 달라진다. 주꾸미·갑오징어 기준 1인 9만원선이다.
강진=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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