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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딸 번쩍 들었다…'남의 팔' 4년, 근육팔로 변신한 男

수술 후 4년차, 무거운 것 들 수 있어

이식 받은 왼손 손톱도 잘 자라 '건강'



"손톱 자라고, 왼팔에 근력 붙어"

"이제는 100일이 지난 우리 공주님도 왼팔로 번쩍 들어 올립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대구 가톨릭대학교 병원. 국내에서 처음으로 '남의 팔'을 이식받은 손진욱(40)씨가 생후 100일이 지난 딸 지안이를 안고 나타났다. 감기 증상이 있는 딸 아이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것이다. 그는 수술받은 왼팔로 지안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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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의 2021년 새해는 희망차다. 정상적인 팔에 가깝게 수술받은 왼팔에 근력이 붙었고, 지난해 7월 태어난 2세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다. 장애인으로 살던 그가 팔 이식 수술 후 결혼에 골인한 데 이어 아빠가 됐고 여기에 수술한 팔까지 더 건강해졌다.


"팔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2017년 1월이 첫 번째 새 인생을 시작한 해라면 2018년 결혼이 두 번째, 2020년은 2세가 태어나 아빠로서의 세 번째 인생이 시작됐다"며 "2021년 새해는 근력이 붙은 팔을 가진 '지안'이의 아빠'로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 희망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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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2015년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다. 의수(義手)를 끼고 생활하다 2017년 대구 W병원과 영남대 병원에서 뼈와 신경·근육·혈관 등이 포함된 다른 사람 팔을 이식받았다. 왼쪽 팔 손목 위 약 10㎝ 부위부터 손과 손가락 끝까지 전체가 뇌사자 팔을 기증받아 이식한 것이다.


수술 후 그의 삶은 달라졌다. 2018년 가을 지인의 소개로 만나 교제해 온 여자친구와 대구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 서비스업·유통업 등 직장인으로 생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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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던 시절에는 직장을 다니고, 아이 키우는 평범한 부부, 평범한 가족을 볼 때 부러웠어요. 새해는 '평범함'이라는 꿈을 이루는 해가 되는 것이죠. 지안이를 낳고 모든 근심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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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한 팔은 점점 더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몸이 이제 남의 팔을 받아들인 느낌이 든다"고 한다. 손을 포함한 왼팔의 피부색도 정상인 오른팔과 비슷해지고 있다. 왼손 손톱도 오른손 손톱과 거의 같이 자란다.


지난해부턴 정상 팔과 비슷한 수준으로 힘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근력이 붙어 20㎏까지는 이식받은 팔로 번쩍번쩍 들어 올린다.


수술한 손에 조금씩 나던 땀은 이젠 더 많이 난다. 차가움과 뜨거움도 더 정교한 느낌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자판을 편안하게 두드리고, 엄지를 움직여서 숟가락으로 식사도 당연히 가능하다.



손목도 자유롭게 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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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5개 손가락 모두 움직일 수 있다"며 "손목도 자유롭게 틀 수 있다"고 했다. 손바닥 쪽에도 힘을 줄 수 있어 다른 사람과 손을 맞잡고 흔들며 악수가 가능하다. 차량 운전과 양치질, 머리 감기 같은 일상생활은 전혀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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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을 때 못하던 낚시도 잘하고 있어요. 지렁이 같은 미끼를 낚싯대에 끼울 때나 무게가 나가는 낚시 도구를 왼팔로 들어 옮길 때 '아 이제 왼팔이 진짜 내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수술 초기만 해도 팔과 손이 저리고 시려지는 고통을 겪었다.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것 같은 정교한 움직임은 어려웠다.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은 위험했고 힘들었다.


그는 “수술 후 초기엔 왼쪽 팔이 달렸지만, 그땐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 몇달 후 신경이 살아나면서 2017년 7월에 삼성라이온즈 경기 시구자로도 나설 수 있었다.


팔 상태가 좋아지면서 한 달에 한두 번 찾던 병원도 두어 달에 한 번 만 찾는다. 늘 복용하는 면역 억제제 약도 많이 줄었다. 희망과 행복이라는 말의 뜻을 이젠 이해하겠다는 손씨는 "수술 4년 차를 맞으면서 ‘남의 팔’이 이젠 진짜 내 팔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씨는 최근 대구에서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상심에 빠진 한 가족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팔 이식 수술을 받고, 정상적인 삶을 사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연락해온 것이다.


그는 "용기를 잃으면 안 된다"고 조언하면서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면 직접 찾아가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손씨는 혼자 대구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몇 차례 찾아가 장애인들을 돌보고, 챙기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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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제게 팔을 기증해준 기증자를 위해서라도, 수술을 도와준 대구시와 W 병원, 영남대 병원 관계자들을 위해서라도, 저희 부모님이 마음고생 했던 것까지 모두 가슴에 담고, 새해 늘 이웃을 챙겨가며, 가족과 더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2015년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다. 이후 의수(義手)를 끼고 생활하다 2017년 다른 사람(뇌사자)의 팔을 이식받았다. 다른 사람의 뼈와 신경·근육·혈관 등이 포함된 팔을 이식받은 것은 손씨가 국내 첫 사례다.


한편, 손씨 수술 성공 사례를 계기로 팔 이식 수술의 위법성 논란도 정리됐다. 수부(손·팔)를 ‘장기이식법’ 관리대상에 넣는 것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이 2018년 성사됐기 때문이다. 팔 이식 후 치료를 위해 매월 처방받아 먹는 면역 억제제는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됐다. 그는 2018년 중순까지 면역 억제제를 먹는 데 월 100여만원을 부담했으나 의료보험 적용으로 현재는 월 14만원 정도만 낸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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