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5번이나 시험 정답 유출…경찰 "세 부녀 공범"
경찰, 숙명여고 문제유출 수사결과 발표
"5회 시험 정답 유출, 세부녀 공범"
전 교무부장 "재판에서 유무죄 가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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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수사를 마무리짓고 A씨와 쌍둥이 자매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쌍둥이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임에도 A씨를 교무부장 직위에서 배제하지 않고 정답 유출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전 숙명여고 교장·교감, 고사총괄 교사 3명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지난 7월 24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관련 민원글이 올라와 전국적인 논란이 시작된지 약 4달 만에 수사가 마무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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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확보한 증거에는 쌍둥이 자매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영어 시험문제 정답, A씨 자택에서 발견된 미적분 과목 시험지와 시험문제 정답이 적힌 쌍둥이의 암기장, 쌍둥이 자매가 시험지 두 번째 페이지에 나열해 적은 정답, 풀이과정과 다른 쌍둥이 자매의 수학 시험 정답 등이 있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쌍둥이 자매에게 수학 시험 문제를 직접 풀어보게 하고 다른 고등학교 교사에게 자문을 구하며 양측의 설명을 비교해보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A씨가 1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금고 보관일에 근무 대장에 기재하지 않고 초과근무를 한 사실도 유출에 대한 유력한 정황 증거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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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문제 유출 논란이 시작된 것은 7월 말부터였고 수사 의뢰가 들어온 것은 8월 31일이었다"며 "A씨가 8월 중 자택 컴퓨터를 교체하며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경찰이 숙명여고와 A씨의 자택, 쌍둥이 자매가 다니던 학원을 압수수색한 것은 약 두 달 전인 9월5일이었다.
경찰은 A씨가 자백을 할 경우 쌍둥이 자매에 대해선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선처도 검토했다. 하지만 A씨와 쌍둥이 자매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부녀 모두에 대한 기소 의견을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일 A씨에 대한 마무리 소환조사에서 "이제라도 자백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지만 A씨는 "경찰이 여론에 떠밀려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쌍둥이 자매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진 뒤 숙명여고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숙명여고는 지난 1일 쌍둥이 자매가 제출한 자퇴서를 아직 수리하지 않고 있다. 문제 유출이 법정에서 유죄로 드러날 경우 쌍둥이 자매의 자퇴를 받아들이는 대신 퇴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3심 확정 판결이 난 뒤 퇴학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나 이럴 경우 쌍둥이 자매와 같은 학년의 학생들(고2)이 대입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A씨를 즉각 파면하고 쌍둥이도 서둘러 퇴학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9일 한 방송에 출연해 "학부모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에 (쌍둥이 퇴학 결정을) 대법원까지 갈 수 없고 조기에 종결지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의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부모들도 이날 "이미 문제 유출로 A씨가 구속까지 됐는데 학교에서 왜 뜸을 들이는지 모르겠다"며 "숙명여고를 졸업한 교사 자녀들에 대한 전수 조사로 묻혀진 입시 비리를 밝혀내야 한다"고 반발했다. 숙명여고 관계자는 "쌍둥이 자매의 징계에 대한 시기와 방법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정리가 되는대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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