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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차로 사망사고 낸 13살 처벌 불가? '촉법소년'이 뭐길래

29일 대전서 10대들 훔친 렌터카로 교통사고

월세 마련하려 아르바이트 하던 대학생 숨져

차몰던 청소년 14세 미만이라 소년원에 넘겨


훔친 차를 몰고 도심을 질주하다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10대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벼운 처벌 규정으로 죄의식이 무뎌진 데다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중대범죄를 저지르고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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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전 0시10분쯤 A군(13)은 친구 7명을 태우고 서울 양천구에서 훔친 렌터카(그랜저)를 몰고 대전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무면허인 데다 절도한 차량으로 경부고속도를 타고 160㎞가량을 달려 대전까지 이동한 것이었다. 이들이 훔친 차량은 이미 도난신고가 접수돼 전국에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A군이 몰던 차량이 경부고속도로 대전나들목을 통과하자 경찰은 수배 차량 검색시스템(WASS)을 통해 이들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곧바로 추적에 나섰다. 차량은 대전나들목에서 멀지 않은 동구 성남동 방향으로 이동했다. 경찰 순찰차가 추격해오는 것을 알아차린 A군은 속도를 높여 도주했다. 신호와 중앙선도 모두 무시했다.


대전시 동구 성남사거리를 지날 때도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교차로를 통과했다. 하지만 오른쪽에서는 B군(18)이 오토바이를 몰고 교차로로 진입하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신호를 받고 움직인 상태였다. 이 모습을 보지 못한 A군은 그대로 B군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A군은 200m가량을 달아난 뒤 인근 아파트 주변에 차량을 버리고 그대로 달아났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원이 B군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사고 충격으로 오토바이는 종잇조각처럼 구겨졌다. 목격자들은 “정말로 크게 ‘꽝~’ 하는 소리가 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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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에서 차량에 타고 있던 6명을 검거했다. 하지만 A군 등 2명의 신병은 확보하지 못했다. A군 등 2명은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의 협조로 검거돼 사건을 맡은 대전동부경찰서로 이송됐다.


조사 결과 A군 등은 서울시 양천구에서 렌터카를 훔친 뒤 대전까지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면허로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A군에는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차량 절도 혐의도 추가됐다. 하지만 A군은 구속되지 않고 법무부 산하 대전소년분류심사원으로 넘겨졌다. 나이가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에서였다.


A군과 함께 도주한 C군(13)은 절도 혐의만으로 서울이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A군이 몰던 차량에 탑승했던 나머지 6명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부모에게 인계됐다. 형사 미성년자(만 14세 미만)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은 사회봉사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이 처분이 가능하다.


사고를 당한 B군은 올해 대전의 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으로 개강이 늦어지자 용돈을 벌기 위해 오토바이 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김천이 고향으로 대학 인근에 원룸을 마련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강을 기다렸다고 한다. B군의 친구는 “코로나19 때문에 (B군이)입학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과제만 했다. 월세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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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교육부와 법무부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등 처벌을 확대·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 등의 사건이 줄어들지 않는 데다 가해 학생을 학교 현장에서 빠르게 격리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정부는 촉법소년 기준을 만 13세(중학교 1학년)로 낮추는 등 관련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중학교 1학년까지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법이 개정되면 중1도 처벌 대상이 된다. 지난해 9월 경기도 수원에서는 여중생들이 노래방에서 초등학생 1명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모두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을 면하기도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해결책을 아니라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형벌의 엄격성도 중요하지만, 경력 범죄(여러 차례 이뤄지는 범죄)에만 적용하고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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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행정경찰학부 박미랑 교수는 “청소년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해야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사건이 본질과 원인을 우선 파악하고 충동적인 범죄, 초범의 경우 개선의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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