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리더, 20일 대규모집회 예고한 날 '쇠망치 테러' 당했다
지미샴 의장, 괴한 4~5명에게 습격
머리·팔에 피 흘리며 병원 긴급 후송
지난 8월에도 흉기로 테러 위협 당해
민간인권전선, 홍콩 반중시위 주도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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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 ‘민간인권전선(CHRF)’의 지도자 중 한명이 16일 저녁 괴한들의 쇠망치 테러로 중상을 입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지미 샴(천쯔제·岑子杰) CHRF 의장이 이날 저녁 7시 40분쯤 카오룽(九龍)반도 몽콕 지역에서 길을 가다 4~5명의 괴한에게 쇠망치로 기습 공격을 당했다. CHRF 관계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 피해자가 샴 대표가 맞다며 사건 현장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긴급히 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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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샴 의장이 머리와 팔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며 “그를 습격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는 곧바로 차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샴 의장은 인근 퀑와 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AFP통신은 샴 의장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식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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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격은 CHRF가 20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시점에서 이뤄졌다. CHRF는 20일 홍콩 침사추이에서 웨스트카오룽 고속철도 역까지 행진하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기로 했다. 지난 5일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후 CHRF가 벌이는 첫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다.
이로 인해 이번 테러가 CHRF의 집회를 저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CHRF는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우리는 범인들의 행동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이번 사건을 당연하고 합법적인 권리의 행사를 위협하고 금지하며 억제하려는 정치적 테러의 확산과 연결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화 요구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홍콩 정부, 또는 시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친중(親中) 세력이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CHRF는 20일 시위를 예정대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샴 의장의 피습으로 인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CHRF는 중국 정부가 도입하려 한 송환법에 반대해 지난 6월부터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단체다. 이 단체는 지난 6월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반대 집회,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모인 도심 시위, 8월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 등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왔다. 샴 의장은 이러한 CHRF를 이끌어 온 리더 중 한명으로 SNS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AFP통신은 "샴 의장은 CHRF의 주요 대변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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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 의장에 대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29일에도 홍콩 시내 음식점에서 대낮에 복면을 쓰고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휘두르는 2명의 괴한에게 공격을 받았다. 당시엔 샴 의장은 다치지 않았지만, 함께 있던 동료 한명이 방망이에 맞아 병원 치료를 받았다.
샴 의장만 테러를 당한 게 아니다. 최근 홍콩에선 반중 시위대를 겨냥한 ‘백색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일 야당인 데모시스토당의 이삭 청 부주석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체불명의 남성 3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같은 달 4일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남성이 지미 라이(黎智英)의 자택 정문에 화염병을 던졌다. 지미 라이는 반중국 성향 일간지 빈과일보를 소유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의 창업자다. 지난 6월 이후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같은 달 24일엔 야당인 민주당 소속 로이 퀑 의원이 틴수이와이 지역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에 타려다가 괴한 4명에게서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지난 8월 18일에는 사틴 지역의 시위를 주도했던 활동가 룽캄싱이 정체불명의 남성들에게 각목으로 구타당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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