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를 어떻게 주저앉힐까…고민 깊어지는 김병준 비대위
미국에서 돌아온 홍준표 전 대표가 "정계복귀에 이어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다"란 관측이 나오면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홍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질 경우, 그 자체로 당이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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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대표는 15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앞으로 남은 세월도 내 나라, 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라며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홍 전 대표가 정치 재개뿐 아니라 내년 초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홍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나설 경우 당 일각에서는 제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박(친박근혜)들이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인가”라고 했다.
이날 홍 전 대표가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 50여명은 ‘Again 홍준표’ 등의 플래카드를 꺼내들고 ‘홍준표는 옳았다’, ‘홍준표 대통령’ 등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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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당내 확실한 리더가 부재한 한국당 내부에선 홍 전 대표의 행보에 기대보단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홍 전 대표가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면 국민적 시선이 홍 전 대표의 입으로만 향하게 될 것”이라며 “거기에 전당대회까지 나선다면 기껏 쌓아 올린 대안 정당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막말=한국당' 프레임만 다시 부각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병준 비대위 주변에선 "어떻게든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 비대위원은 "한국당이 다시 '홍준표 블랙홀'에 빠지지 않도록 여러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도출되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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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제명=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였던 최병길 비대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든 당원이든 당의 품위를 훼손하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규정이 있다”며 홍 전 대표가 전대 출마 강행 시 제명으로 맞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한 2003년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언쟁을 벌인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이 한국당의 새 윤리감사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 '홍준표 제명' 카드가 현실화되는 거 아니냐는 관측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미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이유로 당 대표와 당협위원장(대구 북을)에서 물러난 홍 전 대표를 윤리위에 회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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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룰 개정=당헌·당규를 바꿔 출마 자체를 봉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비대위원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명예스럽게 당 대표에서 중도 하차한 것은 일종의 탄핵을 당한 셈"이라며 “탄핵당한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재출마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으니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이를 막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직접 홍 전 대표를 겨냥하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홍준표 맞춤형’ 전당대회 룰 개정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할 경우, 2016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무성 전 대표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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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자진 불출마=비대위 안에서 가장 선호하는 안은 홍 전 대표의 자진 불출마다. 이수희 비대위원은 “(홍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가면 망신당할 것 같다고 느껴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도 “홍 전 대표와 이전투구를 벌여봐야 우리 당이 얻을 게 별로 없다”며 “당내 상황과 분위기를 충분히 알려 ‘지금은 스스로 자숙하는 것이 당뿐만 아니라 홍 전 대표를 위해서도 좋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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