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절벽서 아이 안고 숨진 엄마들…그리스 울린 산불 피해
사망자 최소 80명…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
해안도시 마티서 강풍에 불길 주택가로 번지자
바다로 뛰어들어…"폼페이 최후의 날 같았다"
빈집 약탈하려는 방화가 원인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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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부터 마티를 덮친 화마를 피해 달아났던 26명이 해안 절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거의 껴안은 모습이었다. 마지막 순간임을 감지한 엄마들은 불길을 등지고 대부분 자녀를 안고 있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마티 주민들은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자 해변으로 내달렸다. 상당수 주민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마티에 사는 코스타스 라가노스는 “불길이 워낙 빨리 돌진해 와 등이 타는 것 같았는데 다행히 바다가 있어 뛰어들었다"며 “살기 위해 달려야 했는데, 마치 폼페이 최후의 날 같았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파시오스도비치 타올에 물을 적신 뒤 아내와 함께 바다 쪽으로 피신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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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경비대 등에 구조된 이들만 약 700명에 달했다. 하지만 급하게 피하던 보트 한 척이 뒤집혀 타고 있던 승객 10명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주택가로 밀려드는 불길을 피하려고 차량으로 도피하던 이들도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 한 남성은 불길에 막혀 승용차가 도로에 멈추자 아이를 안고 달려 피신했는데 함께 타고 있던 아내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이 남성은 잿더미로 변한 차량에서 아내의 흔적을 찾으며 오열했다.
이번 대형 산불은 주택 최소 15000채와 자동차 300여 대를 태우며 그리스에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화재로 기록됐다. 부상자 200여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여러 명은 위중한 상태다. 희생자에는 생후 6개월 영아도 포함돼 있다고 그리스 당국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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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4일부터 사흘 동안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그리스 당국이 산불의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빈집을 약탈하기 위한 방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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