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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누가, 왜 그렸을까? 하늘에서만 보이는 지상 최대 수수께끼


페루 나스카 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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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올려다본 별이 인공위성이란 얘길 들었을 때 서운하셨는가. 북극의 밤을 수놓는 오로라가 태양에서 비롯된 기상현상이란 걸 알았을 때 실망하셨는가. 새들이 페루에 가서 죽는 이유가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는 건 알고 계셨는가.


세상은 과학이 지배한다. 세상사는 모두 증명되며, 낱낱이 해석된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지구는 46억 년 전부터 돌고 있었는데, 도는 건 태양이 아니라 지구란 걸 인류가 알아챈 건 50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이 사진. 과학이, 아니 인류가 미처 설명하지 못한 수수께끼. 페루 남쪽 나스카 지역에서 발견돼 ‘나스카 라인’이라 불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해발 700m, 500㎢ 면적의 거대한 사막에 약 800개의 선, 70개의 동식물, 300개의 기하학 문양이 새겨져 있다. 큰 그림은 300m가 넘는 것도 있다. 사진 속 벌새의 길이는 50m다. 하도 커 지상에선 안 보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봐야 한다.


누가, 왜 나스카 라인을 그렸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후 600년 사이에 그렸다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농업용 달력, 신전 연결 통로, 거인의 경주장, UFO 활주로 등 소문만 떠돈다. 과학이 증명하지 못한 미스터리 앞에선 전율이 일어난다. 기껏해야 사막에 근 금인데,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아직도 과학보다 상상력을 믿는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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