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검고 한쪽은 쪽빛…충격의 드론사진, 새만금 무슨일이
[최현철 논설위원이 간다]
20년간 2단계 수질개선대책 시행
최근 평가에서 '목표달성 어렵다'
"담수 포기, 해수유통" 요구 커져
전북 "공사 끝나는 5년 뒤 평가해야"
총 길이 33.9㎞,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새만금. 바다를 가른 방조제 안쪽엔 401㎢의 호수와 간척지가 생겼다. 서울 면적의 3분의 2, 프랑스 파리의 4배에 이르는 엄청난 공간이 생기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1년 첫 삽을 떴지만, 환경논란 속에 소송이 제기돼 오랫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대법원이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려 공사가 재개됐고, 2006년 최종 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그동안 내부 개발 종합계획도 크게 두 차례 바뀌었다. 그로부터 15년. 잠잠했던 이곳이 최근 다시 술렁이고 있다. 올해 말로 끝나는 2단계 수질 개선조치의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다. 그동안 우여곡절 속에서도 굳건했던 방조제 안쪽 호수의 ‘담수화’ 구상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다시 달아오르는 새만금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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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다른 방조제 안과 밖의 물 색깔
아직 물안개가 다 가시지 않은 수면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전북 군산시 비응도를 출발해 신시도를 거쳐 부안군 변산반도에 이르는 방조제 때문에 바다와 호수로 갈렸지만, 아직 양쪽의 물은 근본적으로 같다. 하루 한차례 갑문을 열어 바닷물을 들이고 호숫물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높다란 방조제 위에서 내려다본 양쪽의 물빛은 조금 달라 보였다. 서쪽의 바다에 비해 동쪽 호수는 거뭇해 보였다. 아직 닫혀있는 신시 갑문을 뒤로하고 좀 더 부안군 쪽으로 달려 가력도 갑문에 이르자 방조제 안과 밖의 색깔 차이가 좀 더 확연해진다. 촬영을 위해 드론을 띄웠다. 하늘에서 전송해온 영상을 보니 양쪽이 같은 물인가 싶을 정도였다. 갑문에 다가가 물을 좀 더 자세히 보니 수변 쪽 물은 거무튀튀한 가운데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적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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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부영양화가 심해지면 플랑크톤이 급증한다. 민물에선 녹조, 바다에선 적조생물이 주종을 이룬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새만금호에선 적조가 심한 편이다. 올여름에는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기도 했다. 태풍과 홍수에 만경강과 동진강에서 쏟아낸 유입량이 크게 늘어 일시적으로 담수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안쪽의 탁한 녹색과 바깥쪽 선명한 쪽빛이 대비되는 사진이 SNS에 올라오며 새만금 수질에 대해 심각한 논란이 일었다.
오전 10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갑문을 연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새만금호의 평균 수위는 바다보다 1.5m 낮다. 물론 서해는 밀물과 썰물 때 수위 차이가 크다. 만조에 맞춰 갑문을 여니 에메랄드빛 바깥 물이 맹렬한 기세로 밀고 들어왔다. 족히 1km는 흰 포말의 행렬에 검은 물이 밀려나더니 한 바퀴 돌아 다시 합류하며 검은빛을 지웠다. 희석되는 것이다. 썰물로 조수가 바뀌어 바다 수위가 낮아지면 다시 갑문을 열어 안쪽 물을 빼낸다. 이런 갑문이 군산 쪽 신시도에 10개, 부안 쪽 가력도에 8개가 있다. 총 574m, 전체 방조제의 2%에 조금 못 미치는 이 갑문을 통해 양쪽에서 초당 최대 1만1000㎥의 물이 들고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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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에도 수질 기준 못 맞춰”
새만금 계획은 원래 간척을 통해 거대한 농지를 확보한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그런데 두 차례 개발계획이 변경되면서 농지는 30%로 줄고, 나머지는 산업 관광용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내부 호수를 담수호로 만들어 농업용수로 쓴다는 계획은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바로 물을 막으면 오염이 심해질 수 있으니 갑문을 통해 바닷물을 오가게 하면서 먼저 수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20년간 4조원을 투입하는 2단계의 수질 개선 종합대책이 마련됐다. 강물 유입부의 농업용지 근처는 4등급, 방조제 부근 도시용지는 3등급 수질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대책은 주로 새만금호로 들어오는 만경강과 동진강 유입수 정화, 주변 축산지역 분뇨처리시설 등에 집중됐다. 전북도청 한순옥 새만금수질개선기획팀장은 “강물 유입 부분은 꾸준히 수질이 개선된 것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호수 안쪽. 방조제 부근 측정지점에선 종합 지표인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6등급 수준에 그쳤다. 거의 시궁창 물 수준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김재병 사무처장은 “호수 안쪽에서 수생 생물이 죽어 썩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은 하루 한 차례 갑문을 열어 바닷물로 살짝 희석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시 갑문 앞 장자도에 사는 김종주(56, 전북수산산업연합회장) 씨는 “갑문을 열 때 근처 물고기들이 빨려 들어갔다 못 나가고 죽는 사실상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수 바닥 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재 갑문 위치가 바닥보다 상당히 높아 문을 열어도 사실상 수면 아래 3m 정도까지의 물만 바다와 섞인다. 아래쪽은 산소가 전혀 공급되지 않아 어떤 생명체도 살지 않는 죽음의 지역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올해 말 2단계 수질 개선사업 종료를 앞두고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부쩍 해수유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환경부의 2단계 수질 개선사업 평가 용역보고서가 기름을 부었다. 평가는 담수화를 강행할 경우와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경우, 담수화를 포기하고 해수유통을 확 늘리는 등 몇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2030년 수질을 모델링 해 예측했다. 결론적으로 담수화를 유지하면 목표 수질 달성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상태를 유지해도 농업용수는 가능하지만, 도시용지에 필요한 3등급 달성이 어렵다고 한다. 현재 바닷물 유통량보다 최소 6.5배 늘려야 겨우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방조제 일부를 터서 갑문을 추가 설치하거나 방조제에 터널을 뚫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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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5년 뒤에 판단하자”
환경부 용역보고서는 최종 검토를 거친 뒤 이달 말로 예정된 새만금위원회에 보고된다. 여기에서 담수화 유지 여부를 포함해 수질 대책이 종합적으로 결정된다. 현재 새만금개발청에서 전체 종합개발계획을 다시 수정하는 용역을 진행 중인데, 수질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라북도는 무척 예민하다. 담수화 포기가 개발을 또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착실히 수질개선책을 시행한 덕에 강 유입부는 확실히 개선됐는데 모델링에 이런 상황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있다. 전북도청 한순옥 팀장은 “2015년 이후 새만금호 안쪽에 동서와 남북관통로를 만드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개선되던 수질이 일시적으로 악화됐다”며 “공사가 끝나는 5년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용역을 발주한 환경부의 김지연 물정책총괄과장은 “공사로 인한 수질악화 현상도 모두 보정해 예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개발계획이 바뀌고 농지가 확연히 준 상황에서 굳이 담수호를 고집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안 의원은 "2차 종합계획을 수정할 때 수질 대책도 바뀌었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별도의 농업용수 대책을 마련하고 호수는 바닷물로 채워 깨끗이 관리하는 게 산업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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