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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제시 그옷이 ‘쓰레기’였어? 파티복의 놀라운 반전

‘친환경’과 ‘파티’. 올 연말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 두 단어의 조합을 보게 됐다. 9일 스웨덴 패션 기업 H&M이 ‘이노베이션 서큘러 디자인 스토리’라는 파티 의상들을 내놨다.


반짝이는 장식 소재의 셔츠, 가죽 원피스, 소매를 잔뜩 부풀린 블라우스, 형광 주름 드레스 등 옷 하나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화려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 옷들이 특별한 건 화려한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이 화려함을 만든 재료가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페트병, 포도 껍질로 만든 가죽, 버려진 카펫 등 폐자재가 동원됐다. 화려함 속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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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과 아름다움은 공존할 수 있을까. H&M의 재활용 파티복이 던지는 화두다. 사진 H&M

연말 시상식 드레스로 활용해도 손색없는 디자인에 재료까지 착하다 보니 유명인들의 관심도 뜨겁다. 공식 출시 전부터 지지 하디드, 카이아 거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먼저 입고 나서더니, 국내에서도 배우 한선화와 레드벨벳 예리, 전소미, 제시 등 연예인들이 화보와 방송에서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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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아 거버.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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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H&M은 지난 수년간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 친환경 재료로 만든 컬렉션을 선보였다. 선인장 등 바이오 원사를 사용하거나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염색 기법을 사용했다.


H&M의 목표는 확실하다. 2030년까지 100% 재활용 또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만을 사용하고, 2040년까지는 기후 긍정적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친환경 의지가 충만한 착한 파티복을 만든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 앤-소피 요한슨(이하 요한슨)과 콘셉트 디자이너 엘라 소코르시(이하 소코르시)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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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 H&M 입사,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거쳐 지난 2015년부터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를 맡은 앤-소피 요한슨. 사진 H&M

친환경 패션은 지루하다? “고정관념 깰 것”

파티복은 평소엔 입기 힘든 튀는 디자인으로, 몇 번 입고 버려지기 쉽다. 요한슨은 이번 컬렉션의 아이디어에 대해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얘기할 때 클리셰(진부한 표현) 적인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런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연말만큼은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의 지루함을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소코르시는 “팬데믹 기간 동안 패션이 그리웠다”며 “주변을 변화시키는 패션의 힘을 녹인 역동적인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옷들도 화려하고 멋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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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의 컨셉 디자이너 엘라 소코르시. 사진 H&M

순환하는 재료, 포도 껍질도 옷이 된다

이번 컬렉션의 주요 테마는 ‘순환’이다. 무엇보다 활용도와 재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오버사이즈 재킷은 드레스로 입을 수 있고, 이브닝 가운은 투피스로 제작해 상의와 하의를 따로 입을 수 있도록 만든 식이다.


분해되는 실을 사용해 버려져도 다른 옷의 재료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재활용하기 좋게 하나의 소재, 단일 섬유로 제품을 만드는 배려도 눈에 띈다. 기존 H&M의 재킷에 장식을 추가하거나 프릴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아예 헌 옷을 재활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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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에서 만들어진 소재 '베지아'로 만든 의상. 사진 H&M

소재의 혁신은 큰 성과다. 요한슨은 “바다에 버려진 페트병에서 얻은 섬유를 활용해 코트와 드레스를 만들고 수명이 다한 섬유 폐기물로 바지를 만들었다”며 “와인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고 남은 포도 껍질·줄기·씨앗으로 만들었지만 마치 가죽처럼 보이는 ‘베지아(Vegea™)’ 소재로 만든 재킷과 신발을 보면 누구나 놀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소비자들에게 옷의 수명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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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포도 껍질, 줄기, 씨앗으로 만든 비건 레더. 사진 H&M .

친환경 활동, 오히려 창의성에 도움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을 때 디자인에 제약은 없었을까. 소코르시는 “재활용 소재로도 얼마든지 창의력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했다”며 “개인적으론 베지아로 가죽 느낌을 낸 재킷과 신발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요한슨은 “지속 가능성은 패션의 미래”라며 “오히려 새로운 창조성을 발휘하는 계기가 된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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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패션도 패셔너블할 수 있다. 사진 H&M

최근 여러 기업이 보여주기식 친환경 마케팅, 이른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요한슨은 “속도가 더디더라도 보다 지속가능한 패션 기업으로 변해 가겠다는 각오와 진정성을 계속해서 표현해야 한다”며 “환경 문제는 어떤 회사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아이디어·혁신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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