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5000만원 벌었다…세계가 열광한 '게임판 유튜브' 로블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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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무 살이 되는 미국인 청년 이든 가브론스키는 지난달 4만9000달러(약 5500만원)를 벌었다. 자신이 만든 액션게임 ‘배드 비즈니스’에서 옷과 무기 등 아이템을 판매해 얻은 수익이다. 이 게임을 만드는 데 복잡한 코딩은 필요하지 않았다. 가브론스키가 지난 10년간 즐기던 ‘로블록스’가 개발 플랫폼을 공짜로 제공해서다.
가상과 현실이 섞인 ‘메타버스 시대’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주식시장이 먼저 들썩이고 있다. 메타버스의 ‘대표 주자’로 꼽혀왔던 로블록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상장 첫날엔 기준가 주당 45달러를 넘어 69.5달러로 마감했다. 15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97억 달러(약 45조원)로 ‘심즈’ ‘배틀필드’ 게임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닉아츠(375억 달러)를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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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새 1200만→3200만 명 사용자 급증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3D)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사용자의 몸은 현실에 있지만 메타버스에 접속하면 무엇이든 현실처럼 누릴 수 있는 가상공간이 펼쳐진다. 기존의 단순 가상세계와도 구분된다. 플랫폼 제공자가 판매자, 사용자는 소비자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각각 서로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팔 수 있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를 가장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랫폼 제공자가 게임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설계하고 또 다른 사용자가 이렇게 만든 게임을 즐기는 ‘다중구조’다. 현재 4000만 개 이상의 게임이 로블록스에 올라와 있다. 장르도 어드벤처·역할놀이·액션슈팅 등으로 다양하다. 3D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이 소통하는 소셜미디어(SNS) 역할도 한다. 게임인 동시에 하나의 ‘사회’인 셈이다.
로블록스의 하루 사용자(DAU)도 급증하고 있다. 2018년 1200만 명에서 2019년 1760만 명, 지난해엔 3260만 명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9~12세 어린이의 3분의 2가 로블록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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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판 유튜브’…개발자들에 직접 수익 배분
로블록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브론스키처럼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올리고 수익도 얻는 ‘윈윈 모델’이라는 점이다. 유튜버가 자신의 동영상을 유튜브 플랫폼에 올리고 광고 수익을 나누는 것과 닮았다. 로블록스가 ‘게임판 유튜브’로 불리는 이유다. 회사가 게임 내 가상화폐인 ‘로벅스’를 사용자에게 판매하면, 사용자는 로벅스로 각종 아이템이나 게임을 살 수 있다. 로벅스를 구매하는 이용자는 2018년 12만5000명에서 지난해 49만 명으로 늘었다.
이용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로블록스는 ‘개발자 환전(DevEx)’ 프로그램을 내놨다. 개발자가 번 로벅스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현금인출기(ATM)다. DevEx에서 ‘현금 인출’ 버튼을 누르면 로벅스가 현금으로 환산돼 개발자의 계좌로 입금된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1200여 명의 개발자가 지난해 로블록스 안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평균 1만 달러(약 1100만원)다. 상위 300명은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벌었다.
김중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꾸준히 생성돼 콘텐트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는 ‘사용자·사용시간 증가→매출 상승→제작자 유입 및 수익 증대’라는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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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와 합작, 중국 진출 채비 중
로블록스는 중국 시장을 노크 중이다. 중국은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2019년 중국의 게임업체 텐센트와 손잡고 로블록스차이나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내 게임서비스 허가권도 따냈다. 데이빗 바스추키 로블록스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개발자들이 제공하는 콘텐트가 중국에서도 잘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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