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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미 3억달러치 산 '게임스톱'…60% 폭락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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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규모 3억2400만 달러(약 3600억원)


미국 주식시장 상장 종목 중 15위


한국예탁결제원이 제공하는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게임스톱' 보유 현황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게임스톱 주가가 전날보다 60% 폭락한 90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도 늘어나고 있다.



게임스톱, 이틀 만에 4분 1토막


미국의 오프라인 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의 주가는 기업의 가치와 관련 없이 폭등했다. 공매도 헤지펀드가 총 주식 유통량보다 많은 주식을 공매도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미국 개미 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린 까닭이다. 개미 투자자들은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가 발생할 것을 기대하며 주식을 사들였다. 쇼트 스퀴즈는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공매도 헤지펀드가 기대와 달리 주가가 상승했을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오르는데, 개미 투자자들은 이를 노리고 게임스톱 주식에 달려들었다.


지난달 첫째 주까지만 해도 17~18달러 선에 불과했던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달 27일 347달러까지 치솟았다. 장 중 한때 483달러를 기록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개미들의 투자로 주가가 오르는 동안 공매도 헤지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스톱은 공매도 헤지펀드에 대항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반란'을 상징하게 됐다.


그러나 반란은 2주 만에 제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325달러에서 마감한 주가는 지난 1일 225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3일에는 90달러까지 밀렸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게임스톱 주가가 연이어 폭락하면서 공매도 헤지펀드의 손실액도 지난주 200억 달러에서 이날 134억 달러까지 크게 낮아졌다.


게임스톱 주식매수 열풍의 주역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토론방에서도 절박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개미 투자자는 "우리는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썼다. 게임스톱 주식을 가진 이들에게 주식을 팔지 말라는 호소다. 이 게시물 밑에는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투자자는 아직도 게임스톱에 남은 공매도 세력이 청산해야 할 쇼트(Short) 비율이 전체 유통주식의 122%에 달한다며 쇼트 스퀴즈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이미 지난달 1625% 이상 상승한 것이 개미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숏트 스퀴즈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에서 '매드머니'를 진행하는 전 헤지펀드 매니저 짐 크레이머는 지난 1일 "제발 부탁이다. 욕심부리지 말라"며 "쇼트 스퀴즈는 이미 끝났고, 추가 쇼트 스퀴즈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게임스톱 주가가 60달러 이상인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지나간 쇼트 스퀴즈가 또 오기를 기대하지 말고, 현 시점에서 적당한 이익을 봤다면 주식을 팔고 빠져나오라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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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미, 테슬라보다 많이 샀다


레딧 등을 중심으로 게임스톱 열기에 일찌감치 참여한 미국 투자자들과 달리 랠리에 비교적 늦게 뛰어든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투자자들의 게임스톱 매수금액은 총 7억6700만 달러다. 이 중 80% 이상에 해당하는 6억3600만 달러치는 게임스톱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인 지난 1~2일에 결제(매수일 기준 27~28일)된 금액이다.


지난달 넷째 주 이후 매수결제액 기준 게임스톱 주식은 한국 투자자들이 테슬라보다 더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게임스톱 주식 보관 규모도 3억2400만 달러(15위)에 달해 알리바바(18위), AT&T(20위), 퀄컴(25위) 등 다른 우량주보다 많은 상황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많이 모이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일 새벽부터 게임스톱주가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손실인증'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손실을 본 이들이 부지기수일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자는 "금요일 80만원가량익절(이익을 보고 매도)했을 때 그만뒀어야 했다"며 "지금은 500만원 정도 손실이 났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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