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판교]클릭 한번으로 세탁 완료 서비스, 밀레니얼에 통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판교
‘런드리고’ 세탁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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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세탁공장. 연면적 2644㎡(약 800평) 규모 공장 안에는 티셔츠부터 양말, 수건, 속옷, 운동화, 이불에 이르기까지 온갖 빨래가 꼬불꼬불한 라인을 타고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빨래들은 간밤에 서울 각지에 사는 이용자들이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에 맡긴 것이다. 오후 11시 전 이용자의 집 앞에 놓인 수거함 ‘런드렛’에 빨래를 내놓고 앱을 열어 ‘수거하기’를 누르면 런드리고가 수거해 간다. 밤사이 서울에서 세탁물 수거를 위해 도는 집만 500가구 이상. 런드리고는 새벽부터 공장에서 세탁을 시작해 자정 전까지 이용자들 집 문 앞에 가져다 놓는다. 보통 2~3일 걸리는 일반 세탁소와는 달리 24시간 안에 모든 게 끝난다. 이용자 입장에선 빨래를 내놓고 자고 일어나 다음날 회사에 다녀오면 세탁된 옷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세탁 공정을 60% 이상 자동화시켰기 때문이다.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런드렛의 빨랫감은 사람이 일차적으로 크기, 재질, 용도 등을 고려해 바코드를 부여하는 검수작업을 거친다. 바코드가 달린 빨래들은 자율주행 운반 로봇을 통해 이동한다. 세탁물의 행선지를 태블릿 PC에 입력하면 로봇이 해당 세탁기로 배달했다. 빨래가 끝나면 자동 분류 기계(auto sorting machine)를 통해 지역별, 고객별로 세탁물을 나눈다. 빨래를 개는 단계도 자동화다. 수건·상의처럼 개기 쉬운 단순 의류는 기계(auto folding machine)가 대신 한다. 공장 근무 직원은 50명 안팎이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의 이강길 세탁부문 이사는 “하루 약 500가구, 2만 개 이상의 옷을 세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장인급 직원 한명이 와이셔츠를 손으로 다리면 시간당 15장 정도인데 자동화 기계로 처리하면 일반 직원 3명이 시간당 120~150장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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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돌릴 시간에 소중한 사람 만나자"
런드리고는 의식주컴퍼니가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세탁 서비스다. 국내 세탁시장에 수요응답형(온디맨드)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내놨다. 이전까지는 소비자가 직접 세탁기를 조작해서 물빨래를 하는 코인 세탁방과 드라이클리닝 위주의 전통 세탁소가 전부였다. 창업자인 조성우(39) 대표는 “MZ세대(1980~2000년생 밀레니얼과 1995~2004년생 Z세대를 합친 말)는 빨래할 시간에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며 “모바일 앱에서 클릭 한 번으로 세탁을 끝낼 수 있게 서비스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빨래를 맡기고 찾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직접 매장을 찾아가 코인 세탁기를 돌려야 했던 일상의 불편한 부분을 없애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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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비대면’이다. 빨래를 맡기기 위해 이용자와 세탁업자가 직접 만나야 하는 시·공간적 불편함을 ‘런드렛’이라는 수거함으로 해결했다. 의식주컴퍼니가 직접 개발한 이 수거함은 평상시 집안에 빨래 수거함으로 쓰다가 세탁물이 차면 대문 앞에 내놓으면 된다. 블루투스 방식으로 잠글 수 있어 분실 우려를 덜었다.
조 대표는 “사업 구상 단계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다가 렌터카 도난 사고를 당했다”며 “도둑이 차 안에 모든 걸 다 훔쳐갔는데 세탁물 담긴 바구니만 놓고 간 걸 보고 서비스를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둑도 빨래는 두고 간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집안에 머무르던 빨랫감을 집 밖으로 가지고 나와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런드렛은 스마트폰으로 열고 닫는 게 가능하고 문고리에 안심 줄로 연결 돼 있어 지금까지 빨래 자체를 훔쳐간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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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1만8000가구 이용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에 이용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현재 월 이용자는 1만 5000~1만 8000가구다. 하루 평균 약 500~600가구가 이곳에 빨랫감을 맡긴다. 최근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상승세를 가속화시켰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던 1월 말 대비 현재 신규가입자와 주문량은 20% 이상 늘었다. 세탁업계에서 1~2월이 비수기인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지난 2일에는 서비스 출시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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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연쇄창업자의 길을 걷고 있다. 2011년 신선식품 배달서비스 ‘덤앤더머스’를 창업했고 4년 뒤 회사를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에 매각했다. 이후 배민프레시 대표를 맡아 3년 간 일하다 2017년 퇴사, 이듬해 재창업했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 알토스벤처스, 하나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6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조 대표는 “세탁기는 빨래에 들어가는 인간의 노동을 6분의 1로 줄인 위대한 발명품”이라며 “런드리고를 통해 다음 세대는 세탁기를 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빨래를 해결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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