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레터] 트위터의 ‘유료구독’ 승부수…광고로 돈 버는 시대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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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소셜’이 저무는 걸까. ‘많이 모여 뭐든 떠들면 소셜미디어가 돈 번다’는 절대 공식이 약해졌다. 모두의 넓은 관심보다 소수의 취향·관계를 추구하는, 소셜의 뉴 웨이브(New wave)가 오고 있다. 돈 버는 방식도 다르다. 대규모 트래픽에서 이익을 얻는 광고 사업 일색에서, 구독자가 관심 분야에 직접 돈 내는 구독료 모델 등 다양해진다. 국내 포털이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한 것도,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 모두의 관심사’라는 것이 없어지는 추세여서다. 페이스북과 상반된 길을 택하는 1세대 소셜미디어 '트위터'의 변화를 통해 이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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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료 구독’으로 비상하려는 트위터
실로 오랜만에 트위터 주가가 오른다. 2013년 상장 이후 트위터 시가총액은 쪼그라들기 일쑤였는데, 지난달 ‘슈퍼 팔로우(Super Follows)’ 기능 소개 후 급등했다. 기업 설명회에서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까지 현재 매출의 2배를 달성하겠다”며 발표했다.
슈퍼 팔로우는 트위터 유료 구독이다. 예를 들어 월 구독료를 내고 BTS 같은 가수를 ‘슈퍼 팔로우’하면 팬에게만 보내는 트윗·영상·오디오 같은 독점 콘텐트나 뉴스레터를 받아볼 수 있다. 구독료는 회사와 트위터리안(창작자)이 나눠 갖는다. 트위터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소셜 오디오 '스페이스'를 선보였고, 3월중 공식 출시한다. 지난 1월에는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레뷰’를 인수했다. 구독 모델 도입은 수익의 9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던 트위터로선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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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맞춤 광고’의 적들
트위터의 개편은 소셜 사용자의 변화 흐름에 발 맞춘 조치다. 여전히 SNS 제왕은 ‘콘텐트는 무료, 돈은 광고로 번다’는 페이스북이지만, 팬과 커뮤니티로부터 구독료를 받는 구독형 소셜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여기엔 페이스북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검색 기록 같은 개인정보를 긁어가 맞춤형으로 보여주는 페이스북의 광고에 사용자 피로감이 누적됐다. 애플은 올해 초부터 iOS 기기 사용자에게 “앱이 당신의 활동을 추적하는 걸 허용하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띄운다. 구글도 2022년까지 크롬 검색 기록을 제3자에게 넘기지 않겠다고(쿠키 지원 중단) 발표했다. 회사 매출 98%를 개인 맞춤광고로 올리는 페이스북에게는 뼈 아픈 변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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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두의 관심 < 소수의 관계
트위터는 ‘작고 끈끈한 커뮤니티’를 조성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의 수익이 ‘다수의 광고 시청’에서 나온다면, 트위터(슈퍼 팔로우)는 ‘소수의 충성 독자’가 직접 돈을 낸다. 여기에는 취향 중심 SNS인 클럽하우스, 유료 뉴스레터 서브스택, 창작자 후원 사이트 패트리온의 요소가 모두 담겼다. 이들은 모두 최근 영미권에서 주목받는 ‘대안 플랫폼’들이다.
클럽하우스 투자자인 앤드리슨 호로위츠(IT벤처 투자회사)의 앤드류 챈은 “새로운 소셜에서는 지적 아이디어와 감정적 유대감이 강조될 것”이라고 봤다. 미국 IT 매체 원제로 역시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사진·영상을 노출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졌다”며 “클럽하우스 같은 새로운 SNS는 ‘대다수가 이걸 보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보다 사용자와 관계 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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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일수록 돈 버는 소셜, '리스크' 커졌다
소셜에서는 혐오나 폭력 옹호, 음모론 같은 유해 콘텐트도 다수 유통된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며 이런 콘텐츠를 지우는 데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반면 트위터는 음모론 전파 계정을 수만 개씩 폐쇄하는 등 콘텐트에 개입했는데, 그때마다 주가가 하락했다. 콘텐트 질이 어떻든, 사용자가 많아야 돈이 된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었다.
그런데 유해 콘텐트 때문에 소셜미디어가 감당해야할 리스크가 너무 커져 버렸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 시대를 거치며 두드러졌다. 소셜을 애용하는 트럼프 덕에 트위터·페이스북은 더 북적였지만, 그의 폭력 옹호성 발언과 음모론이 소셜을 타고 퍼지는 통에 기업들은 곤란해졌다. 결정타는 1월 6일의 미 의사당 습격 사건. 트럼프가 SNS로 줄곧 주장한 ‘개표 부정’을 믿는 트럼프 극우 지지자들의 무장 난입으로 5명이 숨졌다. 트위터는 팔로어가 8900만이나 되는 트럼프의 계정을 닫아버렸다. 신임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콘텐트에 책임이 없다’는 법안(섹션 230조)을 손보고, 유해 콘텐트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묻겠다고, 당선 전부터 공언했다.
국내 포털의 기사 댓글 축소도 같은 맥락이다. 2019년 말부터 다음·네이버는 연예·스포츠 기사 댓글을 차례로 없앴다. 연예인·선수의 명예훼손 피해가 크다는 이유였다. 콘텐트 질 관리는 이제 플랫폼의 숙명이 됐다.
심서현·정원엽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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