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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한항공' 새 옷값 대당 10억…비행기 도색 몰랐던 사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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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항공이 2년 뒤쯤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통합할 거란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사라지고 '통합 대한항공'이 탄생한다는 의미인데요.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흡수를 대비해 통합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이미지 통일) 작업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통합 CI가 나오면 그에 따른 후속 작업이 상당히 방대한데요.


작게는 각종 서류양식과 사무용품에서부터 승무원 유니폼과 항공사 카운터, 건물 등의 로고와 색깔도 모두 바꿔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항공기 도색, 즉 비행기에 새로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일 겁니다. 통합의 상징이기도 하니까요.



대한항공, 2년 뒤 아시아나항공 통합


그런데 항공기 도색작업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상당합니다. 또 자체 도색설비를 갖추지 못한 항공사는 국내 또는 외국의 다른 회사에 이를 맡겨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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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김해 중정비 공장에 초대형 항공기인 A380까지 도색이 가능한 시설을 자체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 정도 규모의 도색설비를 갖춘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 싱가포르 등 3곳밖에 없다고 합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여객기 중 작은 편에 속하는 B737의 경우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일 정도이며, 사용되는 페인트양은 약 300ℓ라고 합니다.



B747 로고·색깔 바꾸는 데 12일 소요


또 중형 여객기는 9~10일 정도가 걸리고, 점보제트기로 불리는 B747은 12일이 소요됩니다. 페인트도 800ℓ가 필요한데요. 최대 규모의 여객기인 A380은 도색 작업에 보름가량 걸리는 데다 페인트도 1500ℓ가 들어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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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페인트 작업은 통상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우선 과산화수소로 만든 화약약품을 뿌려서 기존에 칠해져 있던 페인트를 벗겨내는 거로 시작하는데요.


화학물질을 사용했을 때 손상될 가능성이 큰 부위에는 분당 1만 2000회를 회전하는 사포연마기를 이용해서 페인트를 제거한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입니다. 이 작업에만 2~3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정전기 일으켜 비행기에 페인트 칠


페인트를 벗겨내고 나면 세척을 하고, 알로다인이라는 약품을 뿌려 항공기 표면에 산화 피막을 만들게 되는데요. 피막이 생겨 표면이 거칠어진 항공기 표면에는 연둣빛 프라이머(primerㆍ전 처리 도장용 도료)를 바릅니다. 이는 항공기 표면을 덮고 있는 알루미늄을 보호하고 페인트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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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실제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인 '톱 코팅(Top Coating)'이 진행되는데요. 고전압으로 페인트 입자를 음극(-)으로 만들어 양극(+)인 항공기 표면에 달라붙게 하는 '정전 스프레이 도장' 방식이 사용됩니다.


정전기가 일어나면 피부에 옷이 달라붙는 원리를 이용해서 페인트를 항공기 표면에 칠하는 건데요. 스프레이나 붓으로 칠하면 공기나 먼지가 들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하 56~영상 40도 견디는 특수 성능


이때 사용하는 페인트는 일반 페인트와는 다른데요. 녹스는 것을 막아줘야 하고 색이 변해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영하 56도에서 영상 40도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온도 변화와 강한 자외선을 견디는 특수 페인트를 씁니다.


마지막 단계로 페인트 손상을 예방하고 광도를 높이기 위해 코팅 작업을 실시하고, 항공사 로고나 일련번호를 넣는 마킹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항공기 도색작업에 꽤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텐데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도색 비용은 계약마다 다른 데다 대외비라서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도색 가격 비공개, 5억 이상으로 추정


하지만 특수 페인트와 도료 값,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대당 5억~10억원가량 될 거라는 게 항공업계의 얘기입니다. 16년 전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의 색동무늬 대신 붉은 색 화살표 모양으로 로고를 바꿨을 때 알려진 도색 비용은 대당 3억원 정도였습니다.


그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경우 전체 비행기 도색이 끝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항공기 등록정보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은 160여대, 아시아나항공은 80여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총 240여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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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에 10 일만 잡아도 2400일, 그러니까 6.6년 정도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이것도 하루도 쉬지 않고 도색작업을 한다고 가정했을 경우이고 휴일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이 소요될 겁니다.



아시아나항공 로고 바꿀 때 5년 소요


대한항공이 보유한 도색설비는 한 번에 한대만 작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세대꼴인데요. 더 큰 문제는 비행기는 여름철과 겨울철의 6개월 단위로 운항스케줄이 빽빽하게 짜여 있다는 겁니다.


도색을 위해서 무조건 비행기를 빼낼 수가 없다는 의미인데요. 그래서 도색 순서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당시 61대를 새로 칠하는 데 거의 5년이 걸린 것도 이때문입니다.


또 비행기는 한번 도색을 하면 7~9년 정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칠한 지 얼마 안 되는 비행기까지 전면 도색을 하기에는 비용부담도 클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임시로 로고만 바꾸는 방안도 고려될 듯합니다.



래핑 땐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붙여


이렇게 따져보면 새로운 통합 CI를 적용할 경우 전체 항공기를 모두 도색하는 데는 길게는 7~8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강구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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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항공기에 특별한 그림을 표현하는 래핑(Wrapping)은 페인트로 직접 그려 넣는 것과 특수 필름을 붙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요즘은 특수 필름을 붙이는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는데요.


영하 6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견딜 수 있는 특수재질로 된 항공기 전용 필름에 이미지를 입힌 뒤 부착하는 방식으로 동체 꼬리 쪽에서 머리 쪽으로, 또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붙인다고 합니다. 바람 저항을 적게 받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선의의 경쟁 관계를 유지해온 양대 항공사 시절이 마감된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지만 2년 뒤 등장하게 될 통합 항공사는 어떤 모습이 될지, 어떤 CI를 사용할지 자못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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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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