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에서 고기 구웠을 뿐인데···캠핑 일가족 3명의 비극
경찰,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추정
“고기 구운 뒤 텐트 환기는 필수”
1일 오후 6시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의 한 오토캠핑장. 이날 낮 캠핑하던 40대 부부와 딸이 숨진 채 발견된 곳이다. 경기 연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이 오토캠핑장 텐트 안에서 남편 A씨(49)와 아내 B씨(42), 딸(6) 등 일가족 3명이 쓰러져 숨져 있는 현장을 캠핑장 직원이 발견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가족은 취침용 텐트를 치고 외부에 텐트를 한 겹 더 친 것으로 파악됐다. 취침용 텐트와 외부 텐트 사이 공간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은 흔적과 완전히 타버린 갈탄 등이 발견됐다. 숨진 이들의 시신에서는 피부가 선홍색을 띠는 등 일산화탄소 중독 때 나타나는 반응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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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개인용 텐트는 임진강에서 100여m 떨어진 캠핑장 내 자갈밭으로 된 캠핑 사이트에 단 한 개만 덩그러니 쳐 있었다. 폴리스라인 너머로 조금 들여다보이는 텐트 안에는 작은 텐트가 또 하나 있었다.
캠핑장 관계자는 “30㎡ 규모인 80개의 캠핑 사이트 가운데 사고가 난 사이트에만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이 가족만이 텐트를 치고 머물며 캠핑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텐트 안에서 고기를 굽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날씨가 추운 데다 캠핑 경험이 많지 않아 위험성을 잘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갈탄을 피우며 고기를 구워 먹고난 뒤 환기를 충분히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자다 일산화탄소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취침용 텐트 내부로 들어오는 바람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데다 타살로 추정할 만한 정황도 없었다”며 “사고 현장 도착 시 텐트 내부에는 숯 냄새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과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이 가족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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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이날 새벽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 속에 강바람까지 몰아치자 텐트를 2중으로 친 것으로 보인다”며 “텐트 내부에서 고기를 구울 경우 휴대용 환기장치를 가동하거나 충분히 환기하는 등의 사고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 백동현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우선 밀폐된 좁은 공간인 텐트 내부의 환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과 같은 텐트 내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휴대용 일산화탄소 감지 및 경보기가 본격 개발돼 보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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