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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진이형, 이젠 가수도 키워?

엔씨소프트, CJ와 ‘K팝 동맹’

AI 음성합성, 3D, 모션캡처 기술로

디지털 스타·콘텐트 제공할 계획

김택진 “디지털 배우가 미래 문화”

IT·게임·엔터업계 합종연횡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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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다’라는 문구가 나온 뒤 카메라는 바닥에 널린 볼링화 12켤레를 비췄다. 텅 빈 소파 위엔 오리 인형, 깃털, 요정날개가 놓여 있었다.


지난해 11월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아이돌그룹 아이즈원의 팬 커뮤니티 ‘위즈원’에서 화제를 모았다. 영상 속 물건들이 아이즈원 멤버와 관련된 소품이어서다. 며칠 뒤 아이즈원은 엔씨소프트의 케이(K)팝 팬 플랫폼 ‘유니버스’ 합류를 공개했다. 현실에서 사라진 아이즈원이 가상 세계 유니버스에서 팬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기술력을 가진 IT·게임 회사와 K팝 엔터테인먼트 기업 간 결합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5일 엔씨소프트는 CJ ENM과 콘텐트 및 디지털 플랫폼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해 다양한 콘텐트 사업을 할 예정이다. 김정하 엔씨소프트 엔터사업실장은 “각자 보유한 역량이 다른 만큼, 시너지를 통해 의미 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업의 연결고리는 K팝이다. 엔씨소프트는 인공지능(AI) 음성합성, 3차원(D) 캐릭터 스캔, 모션 캡처 등 다양한 기술을 K팝 콘텐트 플랫폼으로 풀어내려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Klap)을 설립하고 준비한 유니버스가 대표적이다. 유니버스는 엔씨의 기술로 엔터테인먼트 스타를 디지털 세계에 불러내 팬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힘 미래산업일자리특위와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앞으로 미래 문화 콘텐트는 디지털 액터(Actor·배우) 기술에 의해 쌓아 올려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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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CJ ENM 입장에선 플랫폼의 힘을 발판으로 글로벌 팬덤 콘텐트를 확장하려는 의지가 컸다. 수퍼스타K, 프로듀스101 등 성공작을 냈고 엠넷 등 17개의 방송 채널도 가졌지만 모바일에 적합한 글로벌 플랫폼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해법은 협력. CJ ENM은 지난해 네이버와도 지분을 교환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선 CJ ENM 음악콘텐츠본부 음악사업부장은 “CJ ENM의 콘텐트 제작·사업 역량과 엔씨소프트의 IT 플랫폼 기반 사업 역량을 합쳐,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트렌드를 리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IT와 엔터 합종연횡 가속화


IT·게임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합종 연횡은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는 CJ 그룹 외에도 K팝 연예기획사에 고르게 지분을 투자했다.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8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증강현실 아바타 앱 ‘제페토’를 서비스하는 네이버제트는 빅히트·SM·JYP로부터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의 경우 배우 이병헌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배우 공유 등의 소속사인 숲엔터테인먼트 등을 자회사인 카카오M이 직접 인수했다. 또 지상파 출신 유명 PD들을 스카우트해 카카오TV 콘텐트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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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로 영역을 넓히는데 적극적이다. 대규모 장기투자, 손실 위험감수, 글로벌 런칭 등 산업적 특성이 유사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BTS)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게임 ‘BTS월드’‘BTS유니버스 스토리’를 만들었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 지분 25.04%도 보유하고 있다.


넥슨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투자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강력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지난 글로벌 상장 회사에 15억 달러(1조 8378억여원)를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3월엔 월트디즈니 최고 전략책임자(CSO)로 일했던 케빈 메이어를 사외이사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메이어는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Hulu) 등 디즈니의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짧은 동영상 공유플랫폼 틱톡(Tiktok)의 최고경영자(CEO)였다. 임충재 계명대 게임모바일공학과 교수는 “우수한 콘텐트 IP가 나오면 게임·영화·드라마 등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게 글로벌 흐름"이라며 "K팝이라는 걸출한 IP를 둘러싸고 플랫폼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양한 업종·기업 간 경쟁이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바일 시장에선 드라마·영화·게임·음악 등 영역 간 칸막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모든 콘텐트 기업과 플랫폼이 같은 링에 들어와 싸우는 '이종격투기'식 경쟁이 시작됐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인이 콘텐트 소비에 쓰는 시간을 누가 나눠 갖느냐는 경쟁”이라며 “IT 플랫폼 기업, 게임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모두 경쟁자가 된 만큼 다양한 합종연횡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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